코로나 이길, 청도 한재 미나리

어제 코로나19 바이러스 감염병 발생국이 100 나라를 넘겼고, 환자는 11만 명을 넘겼습니다. 이탈리아는 확진환자가 9,000명을 훌쩍 넘겨 우리나라를 제치고 환자 2위 국가가 됐고, 사망자는 463명으로 우리나라 54명의 8배를 넘겼습니다. 이란은 현재 237명이 숨져 사망자 3위인데, 확진자도 우리나라를 제칠 것으로 보입니다.

이탈리아를 보면 방역이 얼마나 어려운줄 절감합니다. 이 나라에선 우리나라보다 열흘 정도 늦은 1월 31일 로마의 중국 여행객 부부가 처음 확진을 받았습니다. 이들은 23일 밀라노공항에 도착해 베로나, 파르마를 거쳐 28일 로마에 왔다가 열과 호흡기증세를 보여 병원에 갔다가 확진을 받습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즉시 중국을 오가는 비행기의 운항을 금지시키고 모든 국제공항에 체열측정 장비를 설치하고 경계태세에 들어갔습니다. 그곳에선 2월6일 우한에서 귀국한 환자 한 명이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이때만 해도 코로나19는 동아시아의 우환으로만 알았습니다.

그러다가 2월 21일 롬바르디아 코도뇨에서 16명, 이튿날 60명의 환자가 연거푸 발생하며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습니다. 정부는 11개 도시를 봉쇄하고 방역에 나서면서 ‘슈퍼 전파자’를 찾았습니다. 슈퍼 전파자는 중국에 여행 다녀온 친구를 만나고 열이 났지만 친구가 음성으로 판정 받은 데다 전형적 코로나19 증세가 없어서 독감 처방을 받고 일상생활을 했습니다. 이를 통해서 코도뇨에서 환자가 급증, 폭증했습니다. 독감 처방을 한 의사도 걸렸습니다. 또 베네토에서는 롬바드에 갔다가 열이 나서 병원에서 ‘음성’ 판정을 받은 농부로부터 바이러스가 확산됐습니다.

우리나라에선 일부 사람들이 이탈리아 사례를 두고 다투고 있습니다. 한쪽에선 우리 정부가 중국인 입국 금지를 실행하지 않은 것이 국내 환자 확산과 연관이 없는 증거라고 주장합니다. 다른 쪽에서는 이탈리아 북부에 중국 노동자가 많은데다가 무증상 환자가 다른 나라 공항을 경유해서 입국하거나 육로, 해로를 통해 들어오는 것을 막을 수가 없었기 때문에 이 주장은 맞지 않다고 반박합니다.

확실한 것은 방역은 잠시의 방심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지나간 일을 돌이킬 수도 없기에 지금 잘잘못을 갖고 다투기보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주말에 환자 증가세가 주춤해졌을 때 방역당국이 이렇게 얘기했고, 아니나 다를까, 서울 구로구의 보험사 콜 센터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했고, 인천에 사는 이 콜 센터 직원 11명도 확진판정을 받았습니다.

정부는 전문가들의 권고를 귀담아듣고 선제적 방역을 펼쳐야겠고, 여야 정치인들도 총선만 생각할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어떻게 방역을 도울지 고민해서 즉시즉시 실행해야 할 겁니다. 특히 제1야당은 수권정당으로서의 자격을 보이려면 비난만 할 것이 아니라 방역에 도움을 주는 방법을 적극 실천해야 할 겁니다. 우리 국민은 지금처럼 모임은 줄이고, ‘귀한 마스크’ 잘 쓰고, 손 잘 씻고, 증세가 의심되면 1339나 관할 보건소로 연락하는 것 유지하면 되겠지요.

여기에 더해 각자의 지역에서 자원봉사를 하거나, 최대 피해지역인 대구경북에 가서 방역을 도우면 참 숭고한 정신이라 할 만합니다.

위기를 함께 이길, 다른 방법도 있습니다. 어제 제가 존경하는 선배가 일부러 경북 경산에서 사과를 주문했더니, 과수원 주인이 감동을 받아 돈을 안 받고 보내주겠다고 해서 겨우 ‘감사의 뜻’을 물리쳤다고 하더군요. 저는 청도에서 한재 미나리를 주문하려고 합니다. 한돈 삼겹살과 함께 먹어도 좋겠고, 살랑살랑 초고추장에 버무려 아삭아삭 씹어 먹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자신이 힘들어도 누군가 더 힘든 사람을 도우면 온몸이 활기를 찾아 면역력도 좋아지겠지요? 청도 한재 미나리, 생각만 해도 침이 고이는군요, 요 앞의 봄 향기가 느껴집니다.

    이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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