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프다’ 생각하면, 실제로 더 아파 (연구)

[사진=wavebreakmedia/shutterstock]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

모든 것은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의미로 쓰는 불가의 경구다. 이 말이 고통과 관련해서 들어맞는다는 최신 연구 결과가 나왔다.

아프다고 생각하면 실제로 더 아프다는 것.

미국 콜로라도 대학교 연구진은 실험을 통해 고통의 강도를 기대하는 행동이 자기충족적 예언이 될 수 있음을 밝혔다.

어린 시절을 상상해보자. 학교에서 예방주사를 맞으려고 줄을 서 있다. 차례는 점점 다가오는데 앞서 맞은 아이가 오만상을 찌푸린다. 기다리던 아이들은 두려움에 휩싸인다. ‘무지 아픈가 보다’라는 불길한 예감은 (실제로 따끔한 정도였음에도) 결국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는 극한의 고통으로 느껴진다. 자기충족적 예언의 사례다.

연구진은 또 고통에 대한 기대가 잘못된 것으로 밝혀지더라도 고통을 실제보다 더 아프게 받아들이는 효과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밝혔다.

실험은 34명의 참가자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다양한 온도의 물체를 팔이나 다리에 대면서 얼마나 뜨거운지 묻는 실험이었다. 최고 온도는 뜨거운 커피잔에서 느껴지는 온도로 화상을 입을 정도는 아니었다.

물체를 몸에 대기 전에 ‘저온’ 혹은 ‘고온’이라는 단어를 보여주는 게 실험의 핵심 설정. 온도는 단어와 무관하게 정했고 참가자들은 그 사실을 몰랐다. 연구진은 실험하는 동안 참가자들의 뇌를 자기공명장치로 촬영했다.

결론적으로 참가자들은 실제 온도와 상관없이 단어에 반응했다. ‘고온’을 봤을 때 더 많은 고통을 느낀 것이다.

참가자들이 더 뜨거운 온도를 예상할 때, 즉 ‘고온’을 봤을 때, 위협과 공포를 관장하는 두뇌 부위가 활성화됐다.

토르 웨이저 교수는 “고통에 대한 기대와 실제 고통 사이에 서로를 증폭시키는 되먹임 효과가 있다”면서 “아플 거라는 예상이 강할수록 두뇌는 고통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두뇌의 그런 반응은 고통에 대한 두려움을 더 키운다”고 말했다.

흥미로운 대목이 있다. 이번 실험에서 자기 신념을 강화하는 정보는 받아들이되, 반대되는 정보는 무시하는 이른바 ‘확증 편향(confirmation bias)’이 확인됐다는 점이다.

참가자들이 고통을 기대했을 때 실제로 강한 고통을 경험하면, 이후에 예상하는 고통의 강도는 더 커졌다. 그러나 강한 고통을 기대했으나 별다른 고통 없이 지나가면? 확증 편향이 없다면 고통의 기대치는 작아져야 하지만, 실험에서는 변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마리케 제프마 연구원은 “이번 연구는 일부 만성 통증 환자들이 손상된 부위가 완전히 나았음에도 왜 여전히 고통을 느끼는지를 규명하는 실마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용재 기자 youngchaey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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