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타민D 처방의 필요성 과장됐다

비타민D 권위자로 명성이 자자한 미국 보스턴 대학교의 마이클 홀릭 교수가 제약업체 등으로부터 수십만 달러의 돈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홀릭 교수는 비타민D의 중요성을 극단적으로 강조해온 전도사였다. 심지어 공룡이 햇볕을 덜 쐬어 구루병과 골다공증에 걸려 멸종했다고 주장할 정도였다. 그의 저서 <건강 솔루션 비타민 D>는 국내에도 2014년 번역됐다.

‘비타민D 산업’에서 그의 공은 혁혁했다. 그의 주장을 적극 수용한 주류 의학계와 건강 전문가들 덕분에 지난해 비타민D는 9억3600만 달러어치가 팔렸다. 10년 전보다 9배가 늘었다. 의사들은 2016년 한해에만 노인 의료보장(메디케어) 환자 1000만 명에게 비타민D를 처방했다. 10년 전보다 5배 이상 늘었다. 돈이 몰리자 비타민D 결핍에 관한 연구도 우후죽순으로 쏟아졌다.

이 과정에서 ‘산업’이 홀릭 교수 등에게 큰돈을 지원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비영리 보건 뉴스 매체인 ‘카이저 헬스 뉴스’의 탐사보도를 전재한 뉴욕 타임스에 따르면 홀릭 교수는 의료계에서 획득한 자신의 명성과 지위를 이용해 관련 업체들이 금전적 이득을 챙길 수 있게 도왔다. 업체들은 주로 제약사, 실내 태닝 업체, 상업 검사기관 등으로 홀릭 교수에게 수십만 달러에 이르는 지원을 했던 곳이다.

홀릭 교수는 1979년부터 비타민D 관련 검사 및 실험 업체인 퀘스트 다이아그노틱스에서 고문으로 일해왔다고 인정했다. 그는 그러나 “업체의 지원은 나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홀릭 교수가 비타민D 전도사로 주목을 받은 건 2011년. 미국 의학회(National Academy of Medicine)에서 대다수 미국인은 비타민D를 따로 투여할 필요가 없다는 보고서를 내놓은 직후였다.

그가 반론을 내놓았다. 미국인의 절반 정도가 비타민D 결핍을 겪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그의 의견은 내분비학회를 중심으로 지지를 받았고, 그 결과 비타민D 검사는 노인 의료보장 환자들이 받는 검사 중 5위를 차지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뿐만 아니라 홀릭 교수에게 영향을 받은 퀘스트 등 민간 연구소들은 비타민D와 관련한 기준 자체를 바꿨다. 적정 혈중 비타민D 수치를 국립 의학회가 제시한 20나노그램보다 더 높은 30나노그램으로 제시한 것. 이 기준에 따르면 미국인의 80%는 비타민D가 부족하다.

높아진 기준에 따라 비타민D가 부족한 것으로 간주된 환자들은 보충제를 처방받았고, 몇 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아야 했다. 실제로 홀릭 교수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비타민D와 관련한 혈액 검사를 받으라고 장려했다. 교수는 사노피-아벤티스, 샤이어, 암젠, 로슈 등 제약 회사들로부터 16만 달러가 넘는 자문료도 받았다. 이 액수는 노인 의료보장 데이터베이스에서 확인된 것으로 2013~2017년 사이에 받은 돈이다. 2013년 이전이나, 해외에서 받은 돈은 포함되지 않았다.

그는 또 실내 태닝 업계에서 연구 지원금을 받았다. 그는 “적절하게만 사용한다면 실내 태닝은 추천할만한 비타민D 공급원”이라고 말했다. 2004~2006년 사이에 태닝 협회는 홀릭 교수의 연구에 15만 달러를 지원했다. 국제 암 연구소는 2009년 태닝 침대를 발암 물질로 규정했다.

비타민D는 이제 한물간 유행이 됐다. 엄격한 임상 시험이 이어졌으나, 비타민D가 암이나 심장 질환에 걸릴 위험을 낮춘다는 어떤 증거도 나오지 않았다.

미국 의학회에서 관련 연구를 했던 메인 메디컬 연구소의 클리포드 로젠 박사는 “혈중 비타민D 농도가 높다고 해서 더 건강에 유리하다는 증거는 없다”고 말했다.

보스톤의 브리검 여성 병원 예방의학과장 조앤 맨슨은 “비타민D는 기적의 알약이 아니”라며 “어떤 환자들이 혈중 비타민D 수치가 낮은 것은, 와병하느라 장기간 실내 생활을 했기 때문이지, 비타민D가 부족해서 아픈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사진=Sathit/shutterstock]

이용재 기자 youngchaeyi@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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