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간호사는 “잠깐만요!” 외칠까?

[안기종 칼럼] 간호사가 아프면 환자도 아프다

병원을 이용해본 환자라면 누구나 피부로 느끼는 의료 현실이 있다. 간호 인력 부족이다. 간호 인력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잠깐만요!”라는 것은 그 만큼 의료 현장에서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이 심각하다는 것을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2018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 1000명당 활동 간호사 수는 3.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평균 6.5명의 절반(53.8%) 수준이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가 2011년 환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간호사의 간호 서비스 설문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64.8%가 간호사 인력이 부족하다고 답변하였고, 간호사와의 대면 시간에 대해서도 충분하다는 답변은 26.5%에 불과하였다.

간호 인력이 부족하면 환자 안전과 간호 간병 서비스의 질이 떨어지고 이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까지 위협한다. 간호사 인력 부족은 환자의 사망률, 폐렴 발생률, 중환자실 사망률을 대폭 높인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는 이미 많이 나와 있다. 인구 1000명당 간호사 수가 서울은 4.49명이지만 충남은 2.36명, 전국 평균도 3.40명에 그쳐 간호 인력의 수도권 쏠림 현상도 심각하다. 경력이 많은 간호 인력의 잦은 이직과 퇴사로 미숙련 간호 인력에 의한 병원 내 환자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것 또한 현실이다.

최근 간호 간병 통합 서비스와 방문 간호의 확대, 국가 치매 책임제 시행, 장기 요양 기본 계획 추진으로 간호 인력 수요는 더욱 커지고 있다. 지난 10년간 간호대 입학 정원을 약 8000명 늘렸지만 간호 인력 부족 현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와 대한간호조무사협회는 간호사와 간호조무사의 직역 간 이해관계를 조정하는데 실패해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푸는데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5월 29일 백혈병 투병 중 정맥에 맞아야 할 항암제 빈크리스틴을 척수강 내로 잘못 주사 맞아 사망한 아홉 살 정종현 군의 이름을 따서 만든 ‘환자 안전법’ 일명 ‘종현이법’이 2016년 7월 29일 시행되었다. 그러나 환자안전법이 시행된 지 1년 11개월이 흘렀지만 최근 이대목동병원 신생아중환자실 집단 사망 사건을 통해 드러났듯이 우리나라 병원은 환자 안전에 있어서 여전히 취약하고 불안하다.

환자 안전법은 자율 보고된 환자 안전사고를 분석해 재발 방지 매뉴얼을 만들고 주의 경보 발령 등을 통해 전국의 보건의료 기관과 보건의료인을 학습시키는 ‘환자 안전 보고 학습 시스템’을 핵심으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작년(2017년) 12월에 환자 안전 서비스 포털(www.kops.or.kr)을 구축하였다. 새로운 유형의 사고가 발생했거나 중대한 피해가 우려되는 환자 안전사고에 대해서는 ‘환자 안전 주의경보’을 발령하고 있고, Ketamine(진정제) 투여 용량 오류 사고 발생 등 현재까지 7건의 ‘환자 안전 주의 경보’도 발령되었다.

문제는 병원에서의 환자 안전은 보고 학습 시스템, 주의 경보 제도, 의료기관 인증 제도 등을 갖추었다고 곧바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것이 제대로 작동하도록 양질의 보건의료 인력을 확충하는 것이 핵심이다. 환자 안전법에는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 환자 안전 전담 인력을 필수적으로 두도록 하는 규정은 있으나 환자 안전사고 예방의 핵심인 간호사를 포함한 보건의료 인력 확충에 관한 규정이 없다. 이러한 이유로 국회에서는 작년 보건의료 인력의 원활한 수급 지원을 위해 더불어민주당 정춘숙 의원과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각각 ‘보건의료 인력 지원 특별법안’을 대표 발의하여 현재 심의 중에 있다.

특히, 간호 인력 확충을 위해서는 간호 인력 법정 인력 기준 개선, 간호 인력 근로 조건 및 처우 개선뿐만 아니라 유휴 간호 인력의 재취업 유도, 출산 육아 등 모성 보호, 폭언 폭행 성희롱 등 인권 보호 등 다양한 개선 방안이 있을 수 있다. 특히, 지방 중소 도시의 간호 인력 부족 문제도 신속히 해결해야 할 중요한 사안이다. 이를 위해 올해 초 자유한국당 김승희 의원은 ‘간호 인력 양성 및 처우 개선에 관한 법률안(간호 인력 처우 개선법)’을 대표 발의하였다.

주요 내용은 5년마다 간호 인력 지원 종합 계획을 수립해 매년 이를 시행하고, 간호 인력 관련 법정위원회로 간호 인력 지원 정책 심의 위원회를 설치하는 것이다. 3년마다 실태 조사 실시, 간호 인력 취업 지원, 지역별 간호인력취업교육센터 설치 운영, 한국간호인력공제회 설립 등도 포함되어 있다.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호 인력 표준 보수 지급 기준을 마련하여 보건의료 기관에 이를 준수하도록 권고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도 있으나 대한의사협회와 대한병원협회의 강한 반대가 예상된다.

양질의 인력을 양성, 처우 개선, 사회적 경제적 지위 향상의 필요는 간호사, 조산사, 간호조무사 등의 간호 인력뿐만 아니라 의사, 약사, 의료기사 등 보건의료 인력 모두에게 요구된다. 간호 인력 처우 개선법이 국회를 통과해 시행되면 막대한 국민건강보험 재정과 국고가 투입되어야 한다. 따라서 다른 보건의료 인력 중에서 특별히 간호 인력만을 적용 대상으로 하는 간호 인력 처우 개선법을 별도로 제정해야하는 그 이유와 명분에 대한 사회적 설득 논리가 분명히 있어야 한다.

간호 인력 처우 개선법에는 간호 인력의 양성과 처우 개선을 위해 보건복지부 장관이 위원장인 법정위원회로 간호 인력 지원 정책 심의 위원회를 구성하도록 하고 있다. 현재 위원으로는 공무원, 간호사회 조산사회 간호조무사회와 의사회 치과의사회 한의사회 의료인 단체가 추천한 사람, 간호 인력 전문가 중에서 보건복지부 장관이 임명하거나 위촉하도록 되어 있다. 그런데 간호 인력 양성, 수급 지원, 처우 개선 등을 통해 이루려는 궁극적인 목표는 간호 간병 서비스의 질 및 환자 안전의 향상이다. 그렇다면, 간호 인력의 법정 거버넌스라고 할 수 있는 간호 인력 지원 정책 심의위원회에 환자 단체, 소비자 단체, 시민 단체에서 추천한 사람도 참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큰 문제 중 하나는 간호 인력이 간호에만 전념할 수 없는 보건의료 환경이라고 할 수 있다. 간호사는 의료 현장에서 의사, 약사, 의료기사 등 다른 보건의료 인력이 해야 할 업무까지 하기 때문에 간호 인력 부족은 심화되고, 이에 비례해 그만큼 노동 강도가 세지는 것이다. 간호 인력 부족 문제를 다른 보건의료 인력 확충과 함께 논의해야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환자 입장에서는 최첨단 의료 기술을 도입하고 신약을 개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보건의료 인력과 간호 인력을 충분히 확충해 양질의 간호 간병 서비스를 제공하고 병원에서의 환자 안전을 담보하는 것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최근 보건의료 인력과 간호 인력 양성 및 처우 개선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데 논쟁으로만 끝나지 않고 입법적 결실로 이어져 환자안전법과 함께 의료 현장에서 환자를 살리는 ‘생명의 법’으로 작용하길 기대한다.

안기종 한국환자단체연합회 대표

[사진=IM3_vs1/gettyimages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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