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성심병원, 약물 오류 잡는 ‘네비게이션 시스템’ 구축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은 지난해 5월부터 의약품의 위치 정보를 전산으로 관리하는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통해 니어 미스(Near Miss)를 절반 이하로 줄이고 주사제 조제 시간을 9.11분 단축시켰다.

의약품 조제 및 불출 단계에서 발생하는 의약품 사용 과오(Medication Errors)는 환자 안전을 위협하는 심각한 요인 가운데 하나이다. 일반적인 약품의 불출 과정은 약사가 약품명이나 약품 코드를 보고 약장 지도에서 위치를 확인한 뒤 약을 찾아 분출했다. 하지만 보유 약물 수가 많고, 함량이 추가되거나 신약, 특수 약품이 생기고 제약사 사정으로 인한 잦은 약품의 변동 등은 약품 관리를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었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에는 2000종이 넘는 약품이 있으며 연 2회 정규 신약 심의 및 응급 심의를 통해 연간 100품목 이상의 약품이 새롭게 들어온다. 이 가운데 약품 코드, 약품명, 약품의 모양이 비슷하거나 다함량 약제의 경우 구분이 쉽지 않아 니어 미스를 일으키는 원인이 된다.

혼동을 줄 수 있는 약품으로는 효소 제제인 에취라제(H-lase)와 소화성 궤양 치료제인 에취투주(H-2inj) 같이 이름이 유사한 약품이 있다. 또 급성 순환 부전 등에 사용하는 우리스틴과 혈전 용해제인 유로키나제는 약품 코드가 각각 IUS10M와 IUK10M으로 유사해 구분에 어려움이 있었다.

항응고제인 자렐토정의 경우 10㎎, 15㎎, 20㎎ 등 함량이 다른 약품이 다수 존재한다. 무엇보다 동일 제약 회사 제품의 경우 디자인의 통일성을 위해 유사한 포장재를 사용하여 구분에 어려움이 따랐고 지속적인 개선 요구가 있어 왔다.

의약품 사용 과오에 대한 정확한 통계 자료는 없지만 병원 입원 환자의 3~6.9%에서 의약품 사용 과오가 발생했다는 2001년 미국에서 발표된 연구 결과가 있다. 또 2002년 미국 내 1116개 병원에서 43만여 건의 의약품 사용 오류가 발생했고 이 가운데 1만7333건이 환자 치료에 영향을 줬다는 연구도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올해 전 세계적으로 의약품 사용 과오로 지출되는 비용이 연간 42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며 이것은 세계 각국에서 지출되고 있는 의료비의 1%에 육박하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또 의약품 사용 과오로 미국에서만 매일 최소한 1건의 사망 사고가 발생하고 연간 130만명 안팎에 이르는 상해를 유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은 약품의 위치 정보를 전산으로 관리하는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축했다. 먼저 모든 약품의 위치 정보를 데이터베이스화하고 나서 주사 집계 리스트나 라벨 스티커 등 약제팀에서 사용되는 각종 업무 유인물에 등록된 위치가 출력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후 약사는 출력된 위치 정보를 보고 해당 약장에서 손쉽게 약품을 찾아 조제 또는 불출하게 된다. 새롭게 약품이 입고되면 내비게이션 데이터베이스에 위치 정보를 추가하고 라벨을 붙여 정확한 위치에서 관리되도록 하고 있다.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 구축에 있어 가장 중점을 둔 것은 고주의 약품 관리다. 모양, 발음, 코드가 유사하거나 여러 개의 함량이 존재하는 약품을 원거리에 배치하여 혼동을 방지했다. 또 혼동될 수 있는 약품의 경우 약품명을 강조해 표시한 별도의 라벨을 부착하는 등 이중으로 확인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포장 단위와 불출 단위가 달라 헷갈리는 약품의 경우 박스를 개봉하여 불출 단위로 재포장해 배치했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은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 시행 결과 경구제 및 외용제와 주사제 처방에서 니어 미스 발생률을 줄이고 조제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다. 제도 시행 전 9주간과 시행 후 16주간을 비교 분석한 결과 월별 경구제 및 외용제의 니어 미스 발생률은 0.72%에서 0.37%로 48.6%포인트 감소했고, 주사제의 경우 0.15%에서 0.05%로 66.7%포인트 감소했다.

또 주사제의 위치를 정확하고 손쉽게 확인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주사약 불출 소요 시간도 시행 전 일 평균32.07분에서 22.96분으로 9.11분 단축됐다.

한림대학교 동탄성심병원 황보영 약제팀장은 “의약품 사용 과오는 조제 과정뿐 아니라 의료진의 과다 업무, 인원 부족, 잘못된 의사 전달 시스템 등 다양한 문제에 의해 발생할 수 있고 이로 인해 중증 상해, 장애 또는 사망에 이를 수 있다”며 “시스템 개선을 통한 예방을 위해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을 구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황 팀장은 또 “시행 후 모니터링 결과 실제 니어 미스가 감소하고 주사약 불출 소요 시간이 단축되는 등 가시적인 효과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무엇보다 약물 내비게이션 시스템 시행으로 빠르고 안전한 약물 관리가 가능해짐에 따라 업무 정확도가 높아지고 소요 시간이 단축돼 환자와 직원들의 만족도가 모두 상승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말했다

송영두 기자 songzio@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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