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전증 운전자 광란질주, 중증환자 운전 논란

뇌전증(간질)을 앓고 있는 운전자가 광란 질주 끝에 17명의 사상자를 내는 대형 참사를 일으켰다. 이 사건 이후 많은 사람들이 어떻게 뇌전증 환자가 운전을 할 수 있었는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사고를 낸 운전자 김모(53)씨는 순간적으로 발작을 일으키는 뇌전증 진단을 받고 2015년부터 매일 2차례씩 약을 복용해왔다고 한다. 그는 하루라도 뇌전증 약을 거르면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을 수 있는 상태였다.

김씨는 지난달 31일 부산에서 사고를 낸 후 경찰 진술에서 “기억이 안 난다. 깨어나니 병원이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는 도로에서 앞차를 들이받은 후에도 급가속 상태로 차를 몰아 횡단보도를 건너는 행인과 차량을 잇따라 덮쳤다. 사상자 중 휴가를 위해 해운대를 찾은 40대 엄마와 10대 아들은 사망했다.

뇌전증의 이전 용어는 간질이다. ‘간질’이라는 용어에 대한 편견과 낙인이 심하기 때문에 뇌전증이라는 용어를 쓰고 있다. 환자는 자신의 행동을 기억하지 못한 채 손을 이리저리 휘젓는 등 순간적인 발작을 일으킬 수 있다. 의식장애를 동반하기 때문에 운전 부적격자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김씨는 지난달 면허 갱신을 위한 적성검사를 통과했다고 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운전 사고를 낼 수 있는 각종 중증 질환자에 대한 운전면허 관리를 서둘러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뇌전증뿐만 아니라 저혈당 쇼크가 생길 수 있는 당뇨병과 치매 등을 앓는 환자도 이에 해당한다.

당뇨병 환자가 저혈당 쇼크로 인해 순간적으로 정신을 잃으면 이번 사건과 유사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국내 치매 환자의 절반(54%)이 치매 진단을 받고도 1년 동안 운전을 지속했다는 인하대 의대 팀의 연구결과도 있다.

외국에서는 중증 질환자에 대한 운전면허 관리를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운전면허 갱신 시 치매나 뇌전증 검사를 통해 부적격으로 판정되면 운전면허를 취소한다. 미국은 인슐린 주사를 맞는 당뇨병 환자는 별도의 심사를 거쳐 운전면허를 갱신한다. 중증질환자들도 자신의 실수 하나로 인해 수많은 이웃이 생명과 재산을 잃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 운전 등 위험한 행위는 자제해야 한다. <사진=TV조선 화면 캡처>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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