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인과의 잠자리에 관여하는 의외의 장기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잠자리는 장점이 많다. 두 사람의 친밀도를 높여줄 뿐 아니라 관계 후에는 도파민과 옥시토신 등 행복호르몬이 분비돼 스트레스 해소에 도움을 준다. 편두통 증상을 완화시키고 심장병 발병 위험을 떨어뜨리는 등 건강상의 이점이 상당하다.

성기능은 우리 몸 의외의 장기에서도 깊이 관여한다. 바로 간으로, 성호르몬대사와 분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간에 문제가 생기면 성기능에도 이상을 초래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안상훈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소화기내과교수는 “만성간질환 남성은 성기능장애가 동반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간질환이 깊어지면 혈중 테스토스테론수치가 감소하고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이 대사되지 못해 고환위축이나 여성형 유방 등이 나타나기 때문”이라고 했다.

음주로 인한 알코올성 간질환이 생겨도 성기능장애가 있을 수 있다. 술을 많이 마시면 성기능을 원활하게 하는 신경계의 마비를 가져와 발기나 고환위축까지 초래한다. 간 전체가 딱딱하게 굳는 간경변까지 진행되면 잠자리 자체를 못할 수도 있다. 활력 있는 잠자리를 위해 반드시 건강한 간을 유지해야 하는 이유다.

간은 인체의 화학공장이다. 단백질 등 몸에 필요한 각종 영양소를 만들어 저장하고, 탄수화물, 지방, 호르몬, 비타민 및 무기질 대사에 관여한다. 약물이나 몸에 해로운 물질을 해독하는 곳도 바로 간이다. 면역세포가 있어 몸에 들어오는 세균과 이물질을 제거하는 일도 간이 담당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의 간은 위기를 맞고 있다. 간암사망률이 인구 10만명 당 28.4명으로 OECD국가 중 압도적 1위다. 간은 세포가 서서히 파괴되어 간기능이 절반 이하로 떨어져도 특별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간을 ‘침묵의 장기’라고 부르는 이유다. 증상이 나타났을 때는 간 전반에 걸쳐 손상이 심각한 상태로 진행된 경우가 대부분이다.

‘남성’에 좋다는 말만 듣고 생약제나 건강보조식품을 무분별하게 먹다간 오히려 간 건강을 해쳐 성기능 장애를 유발할 수 있다. 불필요한 약은 간에 해로울 수 있기 때문에 복용을 삼가야 한다. 간에 좋다고 하는 민간요법은 효과가 입증되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되레 간에 손상을 줄 수 있다. 특히 간염이 있는 사람에게는 더욱 심각한 부작용이 우려되므로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안상훈 교수는 “아직도 간염에 대한 인식이 부족해 만성 C형 및 B형 간염의 조기 검진과 관리, 치료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면서 “바이러스성 간염을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간암 등 중증 간질환으로 발전하는 것을 막을 수 있다”고 했다.

김용 기자 ecok@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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