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출퇴근, 직장인 건강에 심각한 영향

 

공립학교 영양사였던 윤모씨의 집은 경기도 용인이다. 경기도 이천에 있는 초등학교로 발령이 난 그는 매일 한 시간씩 운전해 출퇴근하다 뇌출혈로 쓰러져 숨졌다. 재판부는 평소 흡연과 음주를 하지 않는 윤씨의 사망원인이 장거리 출근으로 인한 업무환경에 있다고 보고 업무상 재해를 인정했다.

우리나라에서 출퇴근은 전쟁에 비유된다. OECD 국가별 하루 평균 통근시간은 편도로 38분인데, 한국은 58분이나 된다. 국내 직장인 4명 중 1명은 90분 이상 통근하고, 2시간 넘는 경우도 8%라는 조사결과도 있다. 이러한 장거리 출퇴근이 직장인의 건강과 사망률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지대하다.

미국 워싱턴대 의대 크리스틴 호에너 교수팀 연구를 보면 2000~2007년까지 건강검진을 받은 텍사스 12개 도시 거주자 4297명을 대상으로 출퇴근과 건강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결과, 출퇴근 거리가 길어질수록 신체활동과 심장혈관 적합도가 떨어졌고, 체질량지수, 허리둘레, 대사 위험 등의 건강지표가 부정적이었다.

또한 출근 거리가 15km 이상 사람들은 다른 사람보다 고혈압일 가능성이 높았다. 24km를 넘어서면 각종 건강 지표가 나빴으며, 지방과다와 비만, 운동부족일 확률이 컸다. 중앙대병원 가정의학과 조수현 교수는 “장거리 출퇴근으로 운동 등 신체활동이 부족해지고, 이웃이나 친구와 교제할 시간이 적고, 늦은 저녁식사, 수면부족 때문에 체중 증가와 운동 능력 감소, 고혈압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장거리 출퇴근자는 사망률도 높게 나타났다. 스웨덴 우메아대 지리학과 에리카 샌도우 교수가 스웨덴 인구 통계국 자료를 토대로 직장인 약 6만명의 출퇴근 거리와 사망률을 1995~2008년까지 14년간 추적 조사한 연구를 보면 장거리 출퇴근 여성의 사망률이 그렇지 않은 여성보다 54%나 높았다. 연구 시작 당시 조사 대상자들의 나이는 55세였다.

조 교수는 “장시간 출퇴근으로 유발되는 스트레스는 혈당, 혈압, 콜레스테롤 수치를 증가시켜 심뇌혈관질환의 위험을 높여 사망에까지 이를 수도 있다”며 “장거리 통근자일수록 우울증, 불안감, 사회적 고립감, 적대감 증가, 인지 기능 저하 등 부정적인 영향이 유발될 수 있으며, 통근 시간이 짧은 사람보다 수면의 질이 낮고, 근골격계 질환이 생길 가능성도 높다”고 말했다.

출퇴근 전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통근 시간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최선이지만, 현실적으로는 당장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다. 이 때문에 통근 시간에도 건강을 챙기려는 개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중앙대병원 재활의학과 이상윤 교수는 “대중교통을 앉아서 이용하면 다리를 꼬지 말고, 엉덩이를 등받이에 바짝 붙여 목과, 허리, 어깨를 바르게 펴 척추와 관절이 받는 부담을 줄이는 것이 중요하다”며 “서서 이동할 때에도 무릎과 발목을 수시로 스트레칭하고,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는 동작을 반복해주며, 스마트폰이나 책을 볼 때에는 최소 20분마다 목을 좌우로 돌려 스트레칭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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