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시아로 말기암 극복” VS “정부의 검증 필요”

한방 항암제인 ‘넥시아’를 복용하고 5년 이상 생존한 말기암 환자들이 직접 기자들 앞에 나섰다. 대한암환우협회는 29일 오전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넥시아를 처방받고 말기암을 극복한 환자 13명의 명단을 공개했다. 이 단체는 넥시아를 처방받고 말기암을 극복한 환자와 보호자 등 130여명이 만든 모임이다.

공개된 명단을 보면 환자들은 양방 의료기관에서 백혈병과 신장암, 폐암 등으로 처음 진단된 뒤 햇수로 짧게는 7년, 길게는 19년째 생존해 있다. 이날 신분을 밝히며, 치료경험을 공개한 환자들은 넥시아의 암 치료 효능을 강하게 주장했다. 암환우협회 이정호 회장은 “일부 넥시아를 경험하지도 않은 사람들이 불법이라고 치부해 온갖 비난을 퍼뜨리고 있다”며 “넥시아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놓였고, 이미 제조된 의약품마저 폐기될 상황에 처해있다”고 말했다.

환자들과 자리를 함께 한 넥시아 개발자인 단국대 최원철 석좌교수는 “단국대에서 앞으로 새로운 진료를 하기 어렵다는 소식을 접해 참담한 심정”이라며 “지금 이 순간부터 넥시아 이야기는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는 넥시아 연구와 진료가 이뤄져 온 단국대 융합의료센터에 개설된 엔지씨한의원에서 최 교수가 진료를 하지 않겠다는 것으로 읽힌다.

엔지씨한의원은 단국대의료원을 통해 넥시아를 조제실제제 제조품목으로 우회신청한 뒤 사전제조하다 지난해 12월 보건당국에 적발됐다. 해당 보건소는 엔지씨한의원의 조제실제제 업무를 금지하고, 조제의약품을 전량 수거해 폐기했다. 보건복지부 고시에 따르면 조제실에서 의약품을 제조할 수 있는 의료기관은 종합병원이나 한방병원으로 제한돼 있다. 양방 의료계 단체인 전국의사총연합은 지난 27일 감사원에 엔지씨한의원에 대한 공익감사청구를 제출했다.

넥시아는 옻나무 진액을 이용해 만든 한방 항암제로, 광혜한방병원을 운영하던 최 교수가 지난 1996년에 개발했다. 원래 넥시아는 개발 프로젝트의 이름이었다. 최 교수는 2012년 10월까지 강동경희대병원에서 근무하다 단국대 특임부총장으로 자리를 옮겨 넥시아 연구를 위해 2014년 단국대 융합의료센터를 열었다.

개발 이후부터 지금까지 넥시아의 유효성 논란은 끊이지 않고 있다. 충북대 한정호 교수는 넥시아의 효능과 개발자인 최 교수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가 이달 초 명예훼손이 인정돼 1심에서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기도 했다. 한 교수는 즉각 항소장을 냈고, 대한의원협회와 전의총 등 양방 의료계 내에서는 한 교수를 구명하기 위한 지원이 이뤄지고 있다.

현재 한의사의 넥시아 처방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 넥시아는 한약이기 때문이다. 약사법에 따르면 한의사는 치료용 한약과 한약제제를 조제할 수 있고, 제형 역시 탕액, 환제, 산제, 캡슐제 등으로 만들 수 있다. 한의사가 약사법에 따라 의약품을 조제해 환자에게 제공하는 행위는 의료행위로 약국개설자 등의 의약품판매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게 한의계 설명이다.

그러나 넥시아는 항암신약처럼 고가인데다 말기암환자가 기대는 최후의 보루이기 때문에 효능 검증이 꼭 필요하다는 것이 또 다른 환자단체의 주장이다. 환자단체연합회 안기종 대표는 “넥시아가 양한방 의료계의 이슈로 번지고 있지만, 실제 논점은 간단하고, 환자들의 문제”라며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논의해서 임상시험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최 교수가 SCI급 저널에 넥시아 효능을 뒷받침하는 연구논문을 냈지만, 양방 의료계에서는 임상시험도 거치지 않은데다 연구 신뢰도가 낮다고 지적한다. 실제 넥시아의 천연물 신약 버전인 아징스는 임상시험이 조기 종료된 채 결과가 공개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눈미백술에 대한 검증 때처럼 보건의료연구원을 통해 넥시아를 신속히 검증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허대석 교수는 “국민에 혼란을 초래할 수 있는 일이니 만큼 복지부, 식약처 등이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랜 논란에도 정부는 사태의 추이만 지켜보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아징스 임상시험 결과 공개에 대해 환자단체연합회가 의견서를 제출해 관심 갖고 지켜보고 있지만, 식약처 등 관계기관과 연계된 부분도 있고, 다른 천연물 신약도 연계된 부분이라 아직 넥시아 검증 의견을 구체적으로 검토할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암환우협회는 암 치료 권위자인 서울의대 방영주 교수와 허대석 교수에게 수입항암제의 암 완치 여부와 넥시아 치료를 동일한 조건에서 에 대한 공개할 것을 요구한 바 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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