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약 간독성 연구 싸고 한방병원-의협 충돌

 

양방과 한방이 신년 벽두부터 한판 붙었다. 이번에는 한약의 간독성이다. 지난해 SCI급 국제 학술지에 실린 자생한방병원의 대규모 임상연구가 타깃이 됐다. 한약의 간독성은 오해라는 이 연구결과에 대해 대한의사협회가 “한약을 더 잘 팔려고 엉터리 연구방식으로 국민을 기만했다”며 날을 세우자 병원측은 “학술적 토론이 아닌 공격”이라며 유감스러워했다.

척추치료를 위해 한약을 복용한 환자의 간독성을 연구한 자생한방병원의 논문은 SCI급 국제학술지인 ‘저널 오브 에스노파마콜로지(Journal of Ethnopharmacology)’의 지난해 5월호에 실렸다. 이 학술지는 SCI 저널의 논문인용지수를 뜻하는 임팩트팩터(Impact Factor)가 2.93으로 SCI 6천여개 저널의 평균을 웃도는 수준이다.

이 논문에 따르면 자생한방병원이 지난 2005년 12월부터 2013년 12월까지 8년간 입원환자 6894명의 간 기능을 검사해 추적 조사한 결과, 입원 당시 간손상 판정을 받은 환자 354명 중 64%에 해당하는 225명의 환자들이 한방치료를 받은 뒤 퇴원할 때 간기능 이상(143명)이나 정상 간기능(82명)으로 상태가 호전됐다.

환자들이 주로 복용한 한약은 이 병원에서 척추질환과 근골격계질환 환자들에게 처방하는 것으로, 우슬, 방풍, 구척, 두충, 오가피 등의 한약재로 조제됐다. 이 연구를 진행한 자생척추관절연구소의 하인혁 연구소장은 “전문 한의사를 통해 한약을 처방받으면 근골격계질환의 치료 뿐 아니라 간기능까지 회복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중요한 자료”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의협 한방대책특별위원회는 최근 대한간학회의 자문을 빌어 자생한방병원이 제시한 연구결과가 타당성이 없다며 반박했다. 연구 설계부터 잘못돼 믿을 수 없다는 것이다. 간학회는 “대상군 선정방법과 간기능 손상에 대한 정의의 모호함, 검사 간격의 불확실성 등 연구 설계에서 발생한 중요한 제한점으로 의학적 타당성은 없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의협에 회신했다.

간학회는 회신에서 “간효소 수치의 기준값과 상승 정도를 확인할 수 없고, 약제 복용 후 5일 미만이거나 90일 이상인 환자들은 간효소 수치가 낮게 나올 수 있는데도 이를 뚜렷하게 명시하지 않은 채 그대로 결과에 사용됐을 것으로 판단돼 해석이 삐뚤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간학회는 또 “환자들의 약물복용력과 체중, 비만도, 음주력, B형을 제외한 A, C, E형 간염, 자가면역질환 등 간효소 수치를 변동시킬 수 있는 잠재적 요소들에 대한 검사가 이뤄지지 않았고, 처방된 한약 역시 성분 비율과 용량, 제형이 다른데다 복용기간과 용량에 따른 간효소 수치 변화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통계적 유의성을 획득했더라도 연구 설계가 제한돼 타당한 결론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러한 간학회 자문을 바탕으로 의협은 “자생한방병원이 한약을 더 잘 팔기 위해 엉터리 연구방식으로 황당한 연구결과를 도출해 환자와 온 국민을 기만했다”고 비난 수위를 높였다. 신현영 의협 대변인은 “자생한방병원처럼 한의원에서 혈액검사 수치를 잘못 이해하고 있거나 마치 한방치료가 효과가 있는 것처럼 혈액검사 수치를 악용할 수 있으니 환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의협의 날선 비난에 자생한방병원은 ‘편향된 해석’이라며 유감을 표했다. 간학회가 지적한 후향적 연구라는 비판에 대해 병원측은 “연구 설계 자체의 한계점은 모든 연구가 가지고 있으며, 간학회에서 비판한 한계점들은 이미 논문에도 명시돼 있다”며 “8년간 대규모 입원 환자의 혈액검사 결과를 후향적으로 분석해 가치를 인정받아 세계적 학술지에 채택됐다”고 밝혔다.

간학회가 지적한 간손상 정의의 모호함에 대해서는 “간기능 수치의 적용기준은 5배 이상이 돼야 한다고 간학회에서 정의하고 있지만, 연구에 따라 2배, 3배 등 다양하다”며 “이번 논문에서 간학회가 정의한 기준을 따르면 퇴원할 때 간손상자가 단 한 명도 나오지 않는 결과에 이른다”고 반박했다.

병원측은 “척추전문병원에 입원한 환자의 간수치 변화를 전문 한의사가 관찰해 보고하는 것은 국민의 의료선택에 있어 가치 있는 정보가 될 것”이라며 “학술적인 토론은 얼마든지 환영하지만, ‘한약을 더 잘 팔기 위해 국민을 기만했다’는 등의 표현은 심히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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