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 잘하는 사람은 지능이 낮다? 천만에!

 

욕설은 언어가 얼마나 다채롭고 복잡한 양상을 지니는지 보여주는 증거물이다. 최근 한 연구에 따르면 욕설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이 일반적인 어휘력도 더 풍부할 가능성이 있다.

영어권에서 가장 일반적으로 많이 사용되는 욕설은 ‘F’로 시작되는 단어다. 이 단어는 불쾌하고 모욕적인 의미로 쓰이기도 하지만 그 밖의 다양한 용도로도 사용된다. 영국 랭커스터대학교 언어학과 연구팀이 구어체와 문어체 영어를 연구한 결과, F단어가 상당히 다채롭게 사용되고 있다는 점을 발견했다.

화가 나서 무의식적으로 내뱉는 욕설로도 쓰이고, 누군가를 모욕하거나 악담을 퍼붓기 위해 쓰이기도 한다. 또 무언가를 강조할 때도 쓰인다. 가령 ‘기가 막히다’는 단어 앞에 F단어를 달면 ‘엄청나게 놀라울 정도로 기가 막히다’는 강조 효과를 주게 된다. 대명사나 관용어구로도 사용된다.

이처럼 욕설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됨에도 불구하고, 욕을 잘하는 사람은 표현력이 떨어지거나 지능이 낮다는 편견이 있다. 이에 미국 마리스트대학 크리스틴 제이 교수팀이 이에 반박하는 연구에 도전했다.

지적 능력이 부족하거나 표현력이 부족해 욕설을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제이 교수팀은 단순하지만 독창적인 방법으로 욕설과 관련된 기존 편견을 깨는 실험을 진행했다. 욕설을 유창하게 늘어놓는 사람은 다른 어휘력이 부족한지 확인해본 것이다.

연구팀은 수십 명의 학생들을 대상으로 1분간 그들이 생각할 수 있는 최대한 많은 욕설을 말하도록 했다. 그리고 이어 최대한 많은 동물의 이름을 말하도록 했고, 마지막으로 특정 알파벳으로 시작하는 욕설 아닌 단어들을 마찬가지로 최대한 많이 말하도록 했다.

그 결과, 실험참가학생들이 1분간 평균적으로 떠올린 욕설은 9개였고, 동물 이름은 22개, 특정 알파벳으로 시작되는 욕설 아닌 단어는 14개였다.

그리고 연구팀이 예측했듯 욕설을 많이 떠올린 학생일수록 더 많은 동물 이름과 욕설 아닌 일반 단어들을 떠올리는 언어능력을 보였다.

즉 욕을 많이 사용하는 사람은 어휘력이 부족해 욕설을 대신 쓴다는 기존 편견은 사실이 아니라는 게 연구팀의 주장이다. 연구팀이 실험참가자들에게 입으로 직접 말하는 대신 종이에 적도록 한 결과에서도 동일한 결과가 나타났다.

이번 연구는 욕설을 많이 쓰는 사람이 오히려 언어에 유창할 가능성이 있다는 새로운 가설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단 평소 실제생활에서 욕을 많이 쓰는 사람이 실질적으로 어휘력이 뛰어난지 확인하지는 못했다는 점에서 이번 연구의 한계가 지적된다. 이번 연구내용은 ‘언어과학(Language Sciences)저널’에 실렸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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