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 2, 채소 5개는 꼭” 암 환자 하루 식단

 

소화기암학회-임상영양학회, 제1회 소화기암 환자 위한 바른 식단 캠페인 개최

강연, 상담, 전시로 암환자 영양관리 정보 제공… 암환자 대체요법 지침 등 공개

지난 23일 서울 용산구의 백범김구기념관 대회의실 앞. 임시로 마련된 상담공간에서 김갑수(가명, 68)씨가 영양관리 전문가와 마주 앉았다. 췌장암 수술 후 몸무게가 급격히 줄었던 김씨는 영양관리에 신경 쓰면서 체중을 59kg에서 65kg까지 회복했다. 재발을 막기 위해 차가버섯과 강황을 먹기 시작했는데 항암치료에 영향이 없을까 걱정돼 묻고 또 물었다.

실제 김씨처럼 보조식품 등 대체의학을 이용하는 암환자들은 매우 많다. 하지만 항암치료 중 보조식품 섭취는 주의가 요구된다. 경희대 동서의학대학원 의학영양학과 박유경 교수는 이날 소화기암 환자들을 위해 처음 열린 바른 식단 캠페인에서 “보조식품을 복용하면 항암제와의 상호작용으로 약효가 감소하거나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소화기암학회와 한국임상영양학회의 조사를 보면 소화기암 환자의 절반은 대체의학으로 보조식품을 먹고 있다. 영양제 외에도 홍삼, 오메가3, 차가버섯, 상황버섯, 그라비올라, 야채주스, 해독주스 등 종류도 다양하다. 미국국립보건원 내 대체의학연구소의 조사에서도 약초와 영양제, 프로바이오틱스 등 천연물을 먹는 암환자들이 많았다.

항암치료를 할 때 메스꺼운 증상이 생기면 생강이 효과적이라는 연구결과가 있다. 그러나 이 밖의 약초에 대한 부작용이나 약물과의 상호작용에 대한 연구결과는 부족하고, 지금까지 연구로는 이러한 대체요법이 암을 치료하거나 완화한다고 말할 근거는 없는 실정이다. St. john’s wort(성요한초)와 같은 약초는 오히려 항암제의 효능을 감소시킨다.

박 교수는 “대체요법을 위해 표준 치료를 대체하거나 늦추지 않아야 한다”며 “특정요법이 표준 치료를 방해할 수 있는 만큼 암 진단 후 어떠한 대체요법을 선택하더라도 의료진과 상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암환자는 치료 후 항산화 영양소를 섭취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과일과 채소를 먹으라고 권한다. 특히 면역력을 증진시키고, 항산화 효과가 뛰어난 베타카로틴은 당근과 시금치, 토마토 등 색깔이 짙은 주황색 식품에 풍부하다. 박 교수는 “1.5리터 음식 용기에 과일 2개와 채소 5개가 딱 들어가는데, 이 정도는 늘 신경 쓰고 먹으면 좋다”고 권했다.

표준 치료를 받고 있다면 열량을 보충해 무조건 좋은 영양 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김밥과 볶음밥, 죽 등 다양한 메뉴를 선택하고, 감자와 고구마, 떡, 만두, 빵, 과일통조림 등 간식을 잘 활용해야 한다. 식욕이 없다면 조리법을 바꿔보고, 특수영양보충음료를 이용해야 한다. 문제는 항암치료 중 대부분의 환자가 겪는 오심과 구토, 설사 등 여러 가지 부작용이다.

박 교수는 “부작용이 생기면 암 자체로 인한 것인지, 치료법에 따른 부작용인지, 심리적 요인인지를 파악해 식사 또는 약물을 바꿀지 전문가와 상담해 적절히 대처해야 한다”며 “설사가 있으면 육수와 바나나, 토마토, 스포츠음료 등 염분과 칼륨이 많은 음식을 먹고, 소화하기 어려운 기름진 음식이나 양념이 강한 음식은 제한해야 한다”고 말했다.

영양 상태가 안 좋은 암환자는 합병증 발생률이 2배 가까이 치솟고, 입원기간도 평균 3일 정도 더 길다. 암으로 사망한 환자의 20-40%는 암으로 인한 영양 불균형 상태인 ‘악액질’이 즉각적인 사망원인인 것으로 보고돼 있다.

소화기암학회 영양위원회 송근암 위원장(부산의대 내과 교수)은 “입원한 암환자의 40%는 입원 뒤 살이 빠져 면역력이 떨어진다”며 “의사들도 환자의 영양상태를 조기에 확인해 적극적인 영양 중재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세의대 내과 정문재 교수도 “모든 암이 마찬가지지만, 몸에 근육량이 유지되는 환자들이 치료도 잘 되고 오래 산다는 보고들이 최근 많이 나오고 있다”며 “치료가 잘 되는지 체크하는 간단하고 정확한 방법은 살이 빠지는지 여부”라고 말했다.

대한소화기암학회와 한국임상영양학회가 공동으로 주관한 이번 캠페인에는 암환자와 환자 가족 등 150여명이 참석해 영양관리 정보를 얻고, 소화기내과 교수와 영양관리 전문가들을 통해 평소 궁금증을 풀었다.

소화기암학회 송시영 이사장(연세의대 내과 교수)은 “항암치료는 정해진 답이 있는데, 먹는 것은 정답을 주기 매우 어렵다”며 “이번 캠페인은 암환자를 치료하고 관리하는 두 학회가 모여 근거 있는 자료를 제공해 답을 주겠다는 약속과 책임감을 동시에 느끼는 자리”라고 말했다.

배민철 기자 mcbae2000@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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