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조작 공상 과학, 머지않아 현실로

 

사람의 머릿속 기억을 지우고 새로운 기억을 심는다는 것은 공상과학소설에나 나올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슬픔, 비애, 고통 등의 나쁜 기억을 상쇄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연구 중이며 향후 이와 같은 일이 현실에서 벌어질 것으로 확신하고 있다.

기억은 보고 듣고 경험한 다양한 정보들이 복잡하게 얽힌 결합물로 기억 정보의 양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방대하다. 수십 년 전 여행 차 들렀던 호텔의 창문 색깔, 어렸을 때 뛰어놀던 놀이공원의 규모처럼 세세하고 구체적인 기억에서부터 막연한 두려움, 불안감, 즐거움 등의 감정까지 뒤섞여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기억은 단지 화학적이고 물리적인 현상에 불과하다. 신경세포에 자극을 가해 기억을 재구성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앞서 ‘플로스원(PLOS ONE)저널’에 실린 한 연구에 따르면 마취제로 사용되는 가스 ‘제논’을 이용하면 트라우마로 남아있는 기억들을 제거할 수 있다. 최근 ‘네이처저널(Journal Nature)’에 실린 또 다른 연구에 따르면 신경세포를 제어함으로써 새로운 기억을 생성할 수도 있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도네가와 스스무 교수 연구팀이 최근 쥐 실험을 통해 특정 신경세포를 자극함으로써 기억을 변형하는 성과를 거뒀다.

스스무 교수는 “정신과 의사들은 우울증 환자나 트라우마로 고통 받고 있는 환자들과 함께 대화를 나눔으로써 즐거웠던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게 만들려고 애쓴다”며 “이와 같은 노력은 나쁜 기억을 줄이는데 분명 도움이 된다. 하지만 상대방의 뇌 속에 들어가 보지 않는 이상 정확히 어떠한 기억들이 정신질환을 촉발했는지 알 수는 없다”고 말했다.

스스무 교수팀은 기억을 담당하는 뇌 부위를 자극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을 긍정적인 감정으로 대체하는 기억 조작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확인하는 연구에 착수했다. 쥐의 뇌에 광유전학 기술을 이용해 레이저 광선을 주입함으로써 기억을 조작할 수 있는지 확인한 것이다.

연구팀은 쥐들에게 전기충격을 줌으로써 나쁜 기억을 갖도록 하고 암컷 쥐들과 상호교감을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함으로써 좋은 기억을 형성하도록 했다. 전기충격을 받은 공간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쥐들은 암컷 쥐들과 함께 한 즐거운 시간에 대한 기억을 주입 받자 이후 전기충격을 받은 공간에 대한 두려움이 줄어드는 결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기억과 감정을 제어함으로써 우울증과 같은 정신질환을 개선할 수 있는 치료법이 머지않아 개발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문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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