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 더위 절정… 먼 해변보다 가까운 숲으로

삼복더위의 절정은 중복이다. 유난히 짧은 올 여름 장마에 더위는 더욱 기승이다. 이 때 말 그대로 더위를 먹으면 열사병 등 열병에 시달려 무기력해지기 십상이다. 더위 대신 보양식을 먹고 이겨내는 방법도 있지만, 휴가시즌인 만큼 더위에 맞서지 말고 피하는 것도 상책이다.

북적이는 백사장 인파에 넌더리를 쳤다면 바다가 아닌 다른 곳에 눈을 돌려보자. 한여름에 얼음이 어는 얼음골이 바다를 대체할 피서지로 첫 손에 꼽힌다. 경남 밀양과 경북 청송 청룡사 부근, 경북 의성 빙계골, 강원도 평창의 박지골, 충북 제원의 금수산 한양지 등 10여 곳에 이른다.

얼음골이 생기는 원리는 이렇다. 일단 일조량이 적은 계곡의 바위들이 화산암으로 이뤄진 것이 특징이다. 화산암은 열을 차단하는 단열효과가 크다. 큰 화산암들이 켜켜이 쌓여있다 보니 바위틈이 넓어 냉기를 모으기에도 좋다.

겨우내 냉각된 바위가 봄이 되면 녹은 뒤 승화하면서 주변 기온을 낮추는데, 무거운 찬 공기가 위로 올라가지 못해 다시 밑으로 모여 천연 냉장고 역할을 하는 것이다. 기온이 더 떨어지는 승화 과정에서 주변의 물이 얼음으로 얼어붙게 된다. 이래서 한여름에도 냉기를 느끼고, 고드름을 볼 수 있다.

애석하게도 올 여름에는 밀양 얼음골에서 얼음을 보긴 힘들 것 같다. 현지 보도에 따르면 온난화로 따뜻한 겨울을 지낸 덕에 최근 얼음골에 얼음은 사라지고, 영하였던 수은주는 영상 3도까지 오른 상태다.

울창하고 그늘진 숲길에서 삼림욕을 즐기면 몸도 마음도 치유된다. 완만한 휴양림은 가족 삼대가 함께 찾아 즐기기에도 체력적으로 부담이 없다. 팔도마다 지역 특색을 담은 휴양림이 즐비하고, 야영시설을 갖춘 곳들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삼림욕이 가능한 것은 숲속 나무가 내뿜는 피톤치드 덕분이다. 나무 스스로 병원균과 해충, 곰팡이 등에 저항하기 위해 분비하는 물질이다. 사람이 피톤치드를 마시면 스트레스가 풀리고, 심폐기능은 물론 말초혈관이 튼튼해진다. 천식과 폐결핵에도 좋으며, 살균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신경정신과 김원 교수의 연구를 보면 숲에서 치료받은 우울증 환자들의 완치효과가 병원이나 진료를 통한 치료그룹보다 12배 이상 높았다. 숲길을 걸으면 기억력과 집중력도 높아진다는 해외 연구결과도 있다.

피톤치드를 즐기기 가장 좋은 계절이 바로 여름이다. 피톤치드의 양은 봄부터 증가하기 시작해 여름에 최대치를 이룬다. 오전 10시~오후 2시까지 가장 많이 방출되기 때문에 이 시간대 산에 머물며 삼림욕을 즐기면 좋다. 모든 나무는 피톤치드를 내뿜지만, 침엽수가 활엽수보다 배 이상 많다. 침엽수 중에서는 편백나무가 으뜸이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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