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돈벌이? 시민들 ‘의료 민영화’ 민감

의료민영화 논란이 인터넷 누리꾼들의 핫이슈로 떠올랐다. 의료계의 영역에서 벗어나 국민들의 정서를 자극하는 대형 이슈로 떠오를 조짐이다.

정부도 사안의 심각성을 인식해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원영 청와대 고용복지수석,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이 잇따라 기자들을 만나 “현재 정부가 추진중인 보건의료정책은 의료민영화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문형표 복지부 장관은 17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민주당 김성주 의원이 “의료영리화를 부추기는 의료기관의 자회사 설립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지적하자 “정부 입장은 이 정책이 의료민영화나 투자개방형병원(영리병원) 추진 방향과 궤를 같이하지 않는다”고 답변했다.

♦ 왜 국민들은 의료민영화 논란에 민감할까

의료민영화 논란이 국민들의 밑바닥 정서를 자극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난에 허덕이는 국민들은 정부의 ‘체감 정책’에 곧바로 반응하는 것 같다. 대형병원의 돈벌이를 배려하는 정책이 가뜩이나 어려운 자신들의 의료환경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이는 지난 10월 의사와 환자 간의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안 입법예고 때와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당시에는 국민들 사이에서 “3시간 기다려 3분진료 받는 것보다 차라리 원격진료가 나을 수 있다”는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13일 보건의료서비스 활성화 대책은 의료소비자를 위한 정책과는 다소 거리감이 있다는 지적이 있다. 큰 병원이 돈벌이를 잘한다고 해서 환자들의 의료환경이 나아질 수 있다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는 것이다.

♦ 의사들도 당혹스런 의료민영화 논란

일부 의사들도 의료민영화 논란이 부각되는 것이 부담스런 모습이다.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15일 전국의사궐기대회를 연 것은 원격진료 및 영리병원 허용 등을 저지하기 위한 것이었다. 하지만 원격진료 이슈는 사라지고 의사들이 의료민영화만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는 것에 대해 내부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일부 의사들은 “지난 15일 의사들이 모인 이유는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반대를 포함한 잘못된 의료제도를 바로세우기 위해서였다”며 “그러나 집회 이후 의료민영화가 크게 부각되고 있어 집회에 참석한 많은 회원들이 당황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실제 의사들이 절실히 바라는 것은 영리병원과 의료민영화에 대한 설익은 반대가 아니라 정부의 과도한 규제와 간섭에서 벗어나 정당한 보상을 받고 환자 진료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이라고 했다.

♦ 경제부처가 주도하는 의료정책

대한의사협회나 대한약사회 등 의약단체는 정부의 정책이 의료계의 전문성이 배제된 채 일방적이고 독선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그러면서 ‘관치 의료’라는 말을 자주 쓰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정책이 경제, 산업 위주로 추진되다보니 전문성이 강조되는 의사와 약사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고 있다. 한마디로 소통과 스킨십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정부도 이런 지적을 의식해 소통 강화에 나서고 있다. 문형표 보건복지부 장관이 16일 제약협회를 직접 방문해 업계의 관심사인 시장형 실거래가제에 대해 논의하기도 했다.

정부의 보건의료 정책은 국민정서와 맞닿아 있어 ‘폭발력’이 잠재되어 있다. 정부의 적극적인 해명에도 불구, 의료민영화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밝힌 것처럼 병원이 자회사 설립을 통해 얻은 수익은 다시 환자들을 위해 재투자하는 선순환 구조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 병원 경영이 잘되면 환자를 위한 의료서비스가 증진된다는 당연한 논리가 지금은 깊숙이 묻혀있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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