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액형 성격과는 무관, 췌장암과는 상관

 

O형 낮고, B형 높아

ABO식 혈액형 분류법을 이용한 성격 분석이 ‘일제의 잔재’라는 주장이 인터넷에서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지난 2월 한림대학교 일본학연구소 정준영 교수는 대한의사학회지에 게재한 논문에서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정 교수는 “혈액형 분류는 일본 민족의 특권적 위상을 당연한 것으로 정당화하고 식민 지배를 하는 데 필요했다”며 “우리가 무심코 따져보는 혈액형 얘기 속에 식민지적 근대를 관통하는 지식과 권력의 계보가 감추어져 있다는 사실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 전 세계에서 혈액형과 성격이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생각하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뿐이라고 한다. ABO, Rh, MNSs, Lewis, Duffy, Kell, Kidd 등 수백 가지가 넘는 다양한 혈액형 중에서 유독 ABO 혈액형이 성격과 관련이 있다고 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ABO 혈액형과 성격은 아무런 과학적인 근거나 관련이 없다”고 잘라 말한다. 이렇게 혈액형과 성격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지만 질환, 그중에서도 췌장암과는 밀접한 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미국 보스턴의 다나·파머 암 연구소의 브라이언 울핀 박사팀은 미국의 의료관련 종사자 10만여 명의 자료를 토대로 혈액형과 췌장암 발병의 관계를 연구했다. 연구가 시작된 1996년 이후 9년간 이들을 추적 조사한 결과 316명이 췌장암에 걸렸다.

연구팀이 혈액형 종류별로 췌장암 위험도를 분석한 결과, O형과 비교했을 때 B형의 췌장암 위험은 1.72배였으며, AB형 1.5배, A형 1.32배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혈액형과 췌장암이 직접 연관되는 것은 아니지만 특정 혈액형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이 높다는 사실을 이번 연구로 확인했다”며 “앞으로 췌장암을 조기 진단하는 데 혈액형이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권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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