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인들 잇단 성폭행….우울한 여성의 날

 

8일은 ‘세계 여성의 날’이다. 1908년 미국의 여성 섬유노동자들이 평등권 쟁취와 노동조합 결성 등을 위해 시위를 벌인 날을 기념해 제정했다. 우리나라에서도 이날 여성 노동단체를 중심으로 기념식과 여성문화제 등의 행사를 진행해 오고 있다.

주변을 둘러보면 여성을 위한 구호와 문구가 참 많이 있다. 매스컴에서는 날마다 여성건강을 강조하고 각종 단체에서는 건강강좌가 넘쳐나고 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여성의 날을 앞두고 요즘 성폭력, 성희롱 문제가 사회적 이슈가 돼 있다. 유명 배우나 미용인까지 연루된 성폭력 사건은 여성들을 우울하게 만든다.

여성 성희롱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높아졌지만 정작 피해자 보호에 대한 대책은 제자리걸음이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직장의 상하관계로 인해 약자의 입장에 놓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피해를 당하고서도 속으로만 끙끙앓는 사람들이 많다. 이들은 성희롱으로 인해 건강상 문제도 겪게 된다. 피해자들이 오히려 추가 피해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성희롱 피해자들은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 미국의 블랙스톤 교수는 1000명의 젊은이를 대상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10~20대 초기에 성희롱을 경험한 사람들은 30대가 되어 우울증을 겪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성희롱 피해자들이 스스로 자기에게 책임이 있다고 자책감에 빠진다는 것이다. 이런 자책감이 우울한 감정을 부추기는 등 정신 건강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성희롱과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 증후군과의 상관관계도 많은 연구에서 입증되고 있다. 성희롱을 당한 사람들은 당시 사건을 떠올리게 하는 주변 사람들이나 사물을 피하게 된다. 군대에서 성희롱을 경험한 여성은 전쟁터에서 충격적인 사건에 노출된 여성들보다 PTSD로 발전할 가능성이 4배나 더 높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성희롱은 혈압도 상승시킨다. 성희롱을 당하게 되면 스트레스와 같은 심리적 반응을 보이는데, 이것은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을 높일 수 있다. 또 많은 성희롱 피해자들이 불면증을 호소하고 있다. 피해자들은 밤에 깨어 있으면서 그 사건을 다시 생각하게 되고, 사건 자체가 악몽이 되어 잠을 깊이 자지 못하게 된다.

성희롱 피해자들이 겪는 후유증 가운데 가장 위험한 것은 자살충동이다. 실제로 언론보도를 통해 피해자들이 극단의 선택을 하는 사례를 많이 볼 수 있다. 대부분 주변과 상의없이 성희롱 피해를 혼자서 고민하다 우울증에 빠져 자살충동을 겪는 사람들이 많다. 성희롱 희생자는 피해 사실을 적극적으로 주변에 알려 도움을 받아야 2차 피해를 막을 수 있다. 우리 사회도 이제 성희롱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어 피해자들이 오히려 약자로 몰리는 경우는 줄어들고 있다.

여성의 날을 앞두고 벌어지고 있는 수많은 성폭력, 성추행 사건을 보면서 “사회가 건강해야 여성이 건강하다“는 말을 되뇌이게 된다.

    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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