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기세포 연구, 장밋빛 환상에서 깨어나야”

이화여대 권복규 교수 기고

최근 이명박 대통령이 정부 차원에서 줄기세포 연구에 1천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발표하면서 해당 연구계에 활기가 돌고 있다.

그러나 연구자들이 보기에는 예기치 않은 곳에서 ‘이상 돌풍’이 부는 듯하다.

대통령의 발표 이후  ‘줄기세포 연구’를 표방하는 회사들의 주가가 ‘주가

폭락장’속에서도 상승세를 그리고 있다. 한 언론에서는 논문조작과 연구부정행위로

서울대 교수직에서 물러났던 황우석 박사에 대한 인터뷰 기사를 대대적으로 보도하기도

했다.

이러한 흐름은 한편으로는 걱정스럽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지금도 줄기세포연구에

대해서는 우리 사회에 수많은 오해가 있다. 그 오해의 일부는 과학적 의학적 지식의

부족에서, 또 다른 일부는 적절한 기반이 없는 상태에서 지나치게 일찍 상업화한

줄기세포 업계의 특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줄기세포 연구의 의학적, 산업적 잠재력은 필자를 비롯한 우리나라의 거의 모든

사람들이 인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미국을 비롯한 일부 선진국에서는 잔여배아를

이용한 배아줄기세포나 (황우석 박사 때문에 잘 알려진) 체세포복제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대한 논란이 여전히 분분하다. 배아 파괴, 연구목적 배아 창출, 인간복제

등 생명윤리적 쟁점 때문이다.

반면 우리나라에서는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의

제정 이후에는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배아 파괴 등의

윤리적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사회에 미칠 장기적, 잠재적 이득을 고려해야 한다는

시각이 지배적인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줄기세포연구가 이른 시일 내에 엄청난

치료효과를 보이면서 커다란 국부를 창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불과 1000억 원의

연구비로 이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한다는 것은 과욕에 불과하다. 사실 우리나라 줄기세포

연구는 근본적으로 커다란 문제에 직면해 있다.

첫째, 우리나라가 비교적 경쟁력을 가지고 있다고 알려진 배아줄기세포(체세포복제배아연구

포함) 연구에서조차 전문 인력과 연구기관, 그리고 연구비가 턱없이 부족하다. 줄기세포

연구의 치료적 잠재성은 크지만,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임상적 응용은 갈 길이 멀다.

이 때문에 다국적 제약회사들도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그리고 이 분야에서 우리나라의 경쟁력은 인간 배아를 다루어 본 경험과 배아연구에

대한 긍정적인 사회분위기에 힘입은 것일 뿐이다(배아줄기세포연구에 대한 미국의

연방정부 예산 지원은 2010년에 다시 좌절되었다). 실상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핵심인

△배발생 △세포간 신호전달 △세포분화 △유전자 표현메카니즘 등 기초생물학 연구에서는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져있다. 이 분야는 그야말로 순수 기초 생물학 연구에 속한다.

연구 집단을 급조하여 몇 년간 일부  기관에 수십억 원을 지원했다고 해서 선진국을

따라잡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이른바 ‘기초 원천기술’이라 함은 이 분야에서

주로 나오지만 이를 위해서는 수십 년 이상을 인내심을 갖고 투자하고, 생물학과

기초 의과학 전반을 발전시키겠다는 장기적인 플랜이 필요하다. 예컨대 미국의 기초

의과학 투자 규모를 보면 올해 미국 국립보건연구원의 연구예산이 300억 달러, 즉

우리나라 돈으로 35조원 이상이다. 우리나라 보건복지부의 모든 예산을 합친 것과

비슷한 규모다. 이러한 규모의 투자를 하면서도 우리나라처럼 당장 산업화가 돼 가치를

창출해야 한다고 조급해 하지도 않는다.

우리나라의 이 분야 연구자들이 어려운 여건

하에서도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의과대학과

생명과학대학 등 기반 연구기관의 수준과 그에 대한 지원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져

있다. 하루아침에 이를 극복하기는 쉽지 않다.

둘째, 배아줄기세포 연구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비가 충분하지

못하다. 이 또한 기초 과학기술의 부족 때문에 생기는 불가피한 현상이다.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가지고 있는 윤리적 함의로 인해 현재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흐름은 역분화줄기세포,

또는 유도전분화능 줄기세포라고도 불리는 iPSCs(induced Pluripotent Stem Cells)로

옮겨가고 있다. 이는 완전히 분화한 성체세포에 역분화를 가능하게 하는 유전자를

삽입하여 전분화능 줄기세포를 만드는 기술로서 일본이 원조다.  

이제까지 성체세포를

역분화시키는 방법은 황우석 박사의 연구에서처럼 “체세포핵 이식 복제배아”를

만들어 일단 성체 세포핵을 배아 단계까지 돌려놓고 그로부터 줄기세포를 수립하는

것이었는데 iPSCs는 그러한 개념이 의미가 없도록 만들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만약

iPSCs에 대한 이해가 더욱 깊어진다면 체세포핵 이식 복제는 동일한 유전적 개체를

만들기 위한 수의학적 복제 방법에만 머물게 될 가능성도 있다.

이외에도 다양한

방식으로 성체세포를 역분화해 전분화능 또는 다분화능을 갖게 하려는 연구가 한창

진행 중인데 이는 세포의 발생, 분화, 유전자의 발현, 유전자의 기능 등에 대한 깊은

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에 비하면 일부 연구자들의 성과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는

단지 풍부한 재료(10만 여 개의 잔여배아와 이로부터 만든 몇 개의 줄기세포주)를

갖고 있을 따름이다. 이러한 연구 상황에서 세계적인 흐름을 어떻게 따라잡는가도

큰 관건이다.

셋째, 줄기세포연구의 효용은 다양하다. 하지만 근본적으로 인간에게 적용하여

치료 효과를 거두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면 그 과정에서 효능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임상시험을 피해갈 수 없다. 그런데 여기에도 수많은 난관이 있다. 우선 치료를 위해서는

‘세포치료제’를 개발해야 한다. 하지만 배아 파괴 문제는 접어두더라도 배양 과정에서

이종 바이러스나 병원체 등의 감염으로부터 안전해야 한다는 생물학적 안전성의 확보가

핵심이다. 여기 더해 유전병이 없다는 증명, 면역 거부반응,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형종

발생 등 종양화의 문제가 있다. 안전성을 입증하기가 무척 어렵다는 말이다.

그리고

세포치료제는 그 특성상 통상적인 전(前)임상-1상-2상-3상-4상으로 이어지는 임상시험의

단계를 밟기 어렵고 처음부터 환자에게 직접 적용할 수밖에 없다. 그 과정에서 피험자

선정과 동의, IRB(임상시험심사위원회)의 심의, 당국의 허가 등 문제가 깊이 있게

고려돼야 한다. 이러한 부분이 부실하면 국내에서 어찌 해보더라도 외국 감독기관의

승인을 받을 수 없으며, 결과적으로 해외로 수출할 수도 없다. 실질적인 연구능력

외에도 우리나라는 이러한 감독, 관리, 승인 분야의 수준이 외국에 비해 상당히 뒤처져

있다. 현재 이 분야에서 가장 앞선 미국의 ‘제론’사는 척수마비 환자에 대한 배아줄기세포치료제

임상시험을 준비하다가 미국 FDA에 의해 중단된 상태에 있다.

그리고 산업화가 목적이라고 한다면 이 치료제는 다른 치료적 대안이 없든지,

아니면 다른 대안에 비해 월등한 치료적, 경제적 효과를 거두어야 하는데 이는 또

다른 문제다. 일례로 최근 국내 모 병원의 자회사들이 수혈목적의 혈구세포를 배아줄기세포로부터

제조하려는 연구를 진행 중이다. 하지만 이것이 설령 성공하더라도 헌혈이라는 값싸고

안전한 대안을 생각해볼 때 과연 산업적으로 의미가 있는 성공이 될지는 회의적이다.

마지막으로 배아줄기세포연구가 가지고 있는 이러한 난점으로 인해 무책임한 연구기관과

병원, 업체 등이 난립하고 있다는 것도 문제이다. 겉으로는 ‘줄기세포 연구’를

표방하면서 실제로는 조혈모세포나 지방세포 추출 성체줄기세포 등 성체 줄기세포를

각종 질환 치료, 심지어는 미용 목적으로 마구잡이로 적용하려는 곳들이다. 상당수

국민은 배아, 역분화, 성체줄기세포의 구분과 그 임상적 의미들을 잘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줄기세포연구가 “첨단의학”이며 그 잠재성이 높다는 것만 알고 있다.

이를

악용하여 비보험급여 의료행위 시술 또는 병원 홍보를 위해 ‘줄기세포’라는 이름을

붙인 제품 광고를 남발하고 있다. 심지어 자기 회사의 주가 상승을 위해 ‘줄기세포’라는

명칭을 남용하는 개인과 회사도 적지 않다. 과거 한때 ‘원자력’이나 ‘유전공학’,

‘전자’, ‘컴퓨터’가 이러한 목적으로 사용되었던 것과 마찬가지다. 이러한 행위는

결과적으로 줄기세포연구에 대한 실망감과 불신을 조장하여, 건전한 줄기세포 연구의

발전을 가로막는다.

필자는 배아-역분화-성체의 모든 줄기세포연구가 향후 의학과 산업 발전을 위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이를 제대로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1000억 원 정도가

아닌 그 이상의 장기적인 투자와 전문 인력의 양성이 필요하다. 그리고 해당 분야의

성격과 의미를 잘 따져서 옥석을 가리는 태도도 중요하다.  ‘줄기세포 붐’에

편승해서 당장의 이익과 눈앞의 성과만을 추구하는 태도는 이 분야의 발전에 오히려

독이 된다.

줄기세포연구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특정분야 연구를 선도할 수 있는 과학계

전반의 수준 △어려운 기술적, 윤리적, 사회적 쟁점을 자신감을 갖고 통제할 수 있는

국가 행정의 수준 △조급함과 무분별한 기대를 버리고 인내심을 갖고 과학계를 신뢰하면서

따질 것은 따지는 시민사회의 수준이 함께 가야 한다. 뒤의 두 가지는 단지 투자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 고민이다.

그러므로 줄기세포연구는 우리나라가 선진국으로 갈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리트머스

시험지이다. 단기간에 몇 가지 가시적인 성과를 거두는 데 급급하다면 이는 참담한

결과로 이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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