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재들이 무더기로 의전원 응시 못하는 까닭?

시험일정 편의적인데다 홍보 부족 겹쳐

“친구도, 애인도 만나지 않고 치의학전문대학원 시험에 모든 것을 쏟아 부었습니다.

고향에서 장마 빗속에서 몇 시간 동안 책과 짐을 들고 따라오시며 저를 배웅해주신

어머니에게 죄스럽고 제가 용서되지 않아 몇 시간째 울고 있습니다. 제가 원서접수

기간을 잘못 알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습니다. 추가접수가 안되면 살아갈 힘이 없습니다.

제발…”

의학전문대학원과 치의학전문대학원 시험을 주관하는 의·치의학교육입문검사협의회의

홈페이지(www.mdeet.org) 게시판에 탄식과 애원, 절규의 목소리들이 올라오고 있다.

의치학전문대학원에 들어가기 위한 일종의 수능고사 성격인 MEET와 DEET 시험의

원서 접수 시기(6월 14~24일)를 놓친 수험생들이 단 하루만이라도 추가접수를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 수험생들은 이번 8월 28일 시험을 놓치면 내년 하반기까지

1년을 기다려야 한다.

사연도 다양하다. 회사에서 중요한 출장에 다녀오고 나서 확인해보니 접수 시기가

하루 지나갔다, 마지막 장학금 때문에 기말고사에 몰두하고 일정을 확인했더니 마감일

다음날이었다, 9일 동안 자정까지 접수 받다가 마지막 날에는 오후 6시까지만 접수

받는 것을 모르고 저녁 8시에 인터넷 접수하려고 컴퓨터를 켰다가….

게시판에는 수 십 명이 “제발 한 번만 기회를 달라”고 호소하고 있었지만 MDEET

주관기관의 반응은 냉정하다. “추가 접수는 불가능합니다.” 홈페이지에 두 차례나

공고를 올렸기 때문에 수험생들은 당연히 이를 확인하고 따랐어야 한다는 것.

▽ 독학생 많은 데다 기말고사 기간과 겹쳐

의전원 관계자는 시험기회를 놓친 사람이 수 백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의학전문대학원이나 치의학전문대학원에 가려는 수재들이 이런 실수를

하게 됐을까?

첫 번째 이유는 많은 수험생들이 주위에 ‘쉬쉬’ 하며 독학으로 입시를 준비해왔다는

데 있다.

물리학과 출신의 한 수험생은 “의전원 진학을 준비한다는 걸 알게 된 교수님이

노골적으로 “유급시켜버리겠다”며 구박을 하셔서 학점 취득에 애를 먹었다”면서

“이런 분위기 속에서 학생들끼리 의전원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조차 어렵다”고

말했다.

생명공학 분야의 한 연구원은 “직장에는 쉬쉬하면서 주경야독하며 학원에 다니고

있다”면서 “혹시 다음 시험에서 불이익을 당할까 봐 게시판에는 내 사정을 올려놓지

않았지만 추가응시가 꼭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많은 학교가 의전원을 폐지키로

했기 때문에 응시 기회가 2015년까지 사실상 3차례 밖에 남지 않았다”고 말했다.

E대학교의 K 교수는 “이 시험은 수능이나 의사고시와는 달리 상당수 수험생들이

독학을 하고 있기 때문에 정보를 놓칠 수가 있다”면서 “전문학원에서 공부한 수험생

중에는 접수 시기를 놓친 사람이 적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게시판에 ‘구원의 글’을 올린 수험생 C씨는 “주경야독으로 의전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출장을 갔다 오니 마감이 됐다”면서 “학원갈 돈을 아끼려고 독학했는데

‘왜 학원에 등록하지 않았을까’ 천추의 한으로 남을 것 같다”고 울먹였다.

접수기간이 대학교 기말고사 기간과 겹쳤다는 것도 ‘접수 실패 사태’의 원인으로

분석된다.

“제가 가려고 하는 의전원은 MEET 성적보다 대학교 성적이 훨씬 중요합니다.

MEET 성적은 제출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기말고사에만 매달렸지요. 시험을 끝내자마자

MEET 일정을 봤는데 시험은 8월 28일, 원서 접수가 지난 24일… 갑자기 앞이 캄캄해지더군요.

어떻게 해야 하나요, 눈물과 한숨이 멈추지가 않습니다.”(S대학교 졸업예정 K씨)

▽ “이메일 안내문만 보냈더라도…”

둘째 이유는 시험 관리기관이 홍보를 소극적으로 한 데에 있다.

S대학 졸업예정인 L씨는 “인생을 결정하는 시험 일정에 대해 되풀이해서 확인하지

않은 잘못을 통감하고 있다”면서도 “MDEET 주관기관이 수험생들에게 이메일 주소를

ID로 회원가입 시켜 놓고도 회원들에게 시험일정에 대해 이메일 안내문을 전혀 보내지

않은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아쉬워했다.

학원에 다니지 않는 학생들을 위해 다른 웹사이트처럼 이메일 안내문이라도 보냈으면

이런 ‘무더기 접수 불발 사태’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시험 절차가 복잡한 데도 시험 주관기관이 제대로 홍보하지 않는 것을

원망하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수험생들은 수시 접수를 하면서 MDEET 시험을 접수하는데

수시 접수 준비에 몰두하다 보면 자칫하다가 접수 일정을 놓칠 수 있다. 특히 기말고사가

겹치면 상대적으로 덜 중요한 MDEET 시험 접수를 놓치기 쉽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협의회의 입장은 강경했다. 이범홍 사무국장은 “추가 접수를 하는

경우 제때 접수한 수험생들이 격심하게 항의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

시험은 공정성이 생명인데 원칙에서 조금이라도 어긋나는 일을 해서 물의를 빚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월과 5월, 두 차례 안내 공고를 하면서 추가 접수는 없다는 사실도

같이 알렸다”며 “사정은 딱하지만 수험생이면서 해당 홈페이지를 확인하지 않은

것은 개인 잘못일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메일로 원서접수 일정을 알리는 문제에

대해서는 ‘좋은 아이디어’라며 “내년부터는 시행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학부모 김 모씨는 “시험의 특성 상 시험관리 기구가 정보를 적극적으로

알렸어야 하는데 거기에 소홀한 것은 분명하다”며 “내년부터 미비점을 보완해야겠지만

올해 피해자를 구제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시험에 비해서 홍보를 더 해야 하는 시험인데도 협의회의 홈페이지에 두

번 공고한 것 외에는 아무 홍보를 하지 않은 데다가 응시 시간이 짧고 불규칙해서

수험생들이 헷갈릴 수밖에 없는데도 ‘원칙’만 내세우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주장이었다.

한 수험생의 지인은 “학생이 미국 명문대학에 다니다가 귀국해서 의전원의 수시

입시에 ‘사실상 합격’했지만 이전에 공고문을 제대로 보지 못해서 탈락할 위기에

몰렸다”며 “학생은 시험이 8월말에 있으므로 수시 전형이 끝나고 MEET 원서를

접수하고 시험을 친다고 생각했는데 시험 관리기관의 미흡한 홍보 때문에 유능한

인재가 죽게 됐다”고 울분을 토했다.

그는 “교육적 효과라는 큰 측면에서 봤을 때에도 추가 응시를 허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며 “교육과학부가 전력을 다해서 준비하는 수능시험도 추가

응시를 한 적이 있는데, 왜 이 시험은 추가 응시를 검토조차 하지 않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생들 대부분이 자신의 잘못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MDEET의 관료적

행정도 이번 사태의 원인이라고 봅니다. 협의회는 정상적으로 등록한 사람에게 피해가

간다고 했는데, 그들도 하루 이틀 추가접수를 받는 것에 크게 반대하지 않을 겁니다.

적어도 협의회에서 이 문제에 대해서 회의를 통해 논의라도 하기를 간절히 빕니다.”(Y대학교

출신 수험생)

황숙영 기자 hsy@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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