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끊으려면 봄이 가장 좋아

햇볕 쬐고 기분 좋으면 금연에 도움

폐암환자와 KT&G 사이에 12년 끌어온 흡연피해 소송의 항소심 판결이 15일

나왔다. KT&G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낸 흡연자 6명 중 5명은 긴 소송기간을

참아내지 못하고 이미 사망했다. 생존자 1명 앞에는 패소라는 판결이 놓여졌다.

피우면 피울수록 안 좋은 결과만 떠안게 되는 담배, 왜 결심을 거듭해도 끊지

못할까.

애연가들이 쉽게 담배를 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담배 속에 들어있는 니코틴에

중독됐기 때문이다. 니코틴은 마약으로 분류되는 헤로인이나 코카인보다 중독성이

강한 물질이다. 담배를 피우면 뇌의 신호전달물질인 니코틴성 아세틸콜린 수용체(nAChR)

활동이 활발해져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도파민 분비가 늘어난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과정을 니코틴 중독을 설명하는 근거로 삼고 있다.

담배를 끊고 싶지 않은 애연가라면 핑계거리로 삼을 만한 연구결과도 있다. 담배를

끊기 어렵도록 타고나는 사람이 있다는 것. 미국 미시간대 오비드 포멜리우 박사팀은

‘CHRNA5’가 변형된 유전자를 가진 사람은 담배를 피울 때 남들보다 더 큰 행복감을

느껴 니코틴에 쉽게 중독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영국 옥스퍼드대학교 클라이드

프랭크 교수도 ‘15q25 염색체’를 가진 사람의 하루 흡연량이 평균보다 높다고 밝혔다.

영국 런던대학교 로버트 웨스트 교수는 “사람들은 흔히 의지가 부족해서 금연에

실패한다고 생각하지만 타고나는 유전자의 영향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니코틴 대사에 관여하는 유전자 CYP2A6과 CYP2B6, CHRNB3, CHRNA6를 가진

사람은 담배를 끊기 힘들고 담배를 피웠을 때 몸이 상하는 정도가 남들에 비해 심각하다.

혼자 힘으로 담배를 끊기 어려워 전자담배나 니코틴껌 등의 금연 보조제를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금연 보조제는 담배를 끊는 중간 단계에 도움을 줄 뿐이어서,

 전문가들은 완전히 담배를 끊지 않고 줄이겠다는 생각으로 보조제를 사용하면

오히려 니코틴 중독이 심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특히 전자담배는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제품도 있어 더욱 주의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금연 보조제 없이 강한 의지만으로 끊는 것이 생각보다 쉽다는 반응도

있었다. 호주 시드니대학 연구진은 500건 이상의 연구결과를 분석해 금연에 성공한

사람 중 66~75%가 보조제 도움 없이 자기 의지만으로 담배를 끊었다고 밝혔다. 이들은

“담배 끊는 일이 생각보다 쉬웠다”고 말했으며 보조제가 필요했다는 사람은 22%에

그쳤다.

담배를 끊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흡연이 생활에 녹아들어 있다는 점이다. 흡연자

중에는 손이 심심해서, 휴식시간이라서, 식사를 한 뒤라서 습관적으로 담배를 피워

무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금연을 선언해도 습관처럼 담배를 피우던 상황에 달리

무엇을 할지 몰라 다시 흡연을 시작하게 된다는 것.

버스정류장에서 흡연하면 벌금을 무는 등 규제가 조금씩 강화되고 있긴 하나,

여전히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담배를 피울 수 있는 환경도 금연을 어렵게 한다. 핀란드

헬싱키대학교 울라 브롬스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술집이나

레스토랑이 여는 시간대에 활동이 활발한 올빼미족이 금연에 실패할 확률이 높았다.

일단 담배를 끊은 사람도 주위에서 흡연하는 모습을 보면 흡연 욕구가 강하게 나타난다는

미국 시카고 대학의 연구결과도 발표됐다.

금연에 성공할지 말지는 심리나 건강 상태에 따라서도 달라진다. 자신에게 관대한

사람일수록 ‘한 대 정도는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다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으며, 의존적인 성격으로 늘 금연계획만 늘어놓는 사람도 실제로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낮다.

체력적인 문제도 있다. 자기관리에 약한 골초는 술이나 스트레스와 친하고 운동을

거의 하지 않는 사람이 많다. 몸이 약해진 상태에서는 담배를 끊으려고 시도해도

금단현상을 이기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의지가 아니라 체력이 약해서 금연에 실패하는

것.

중독성 짙고 끊기 힘든 담배지만 건강을 위해 해로운 습관에 종지부를 찍고 싶다면

봄을 앞둔 지금이 알맞은 시기다. 봄이 오면 설레는 기분이 드는 것은 겨울보다 햇볕을

많이 쬐게 되면서 기분을 좋게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세로토닌의 분비가 왕성해지기

때문이다. 호르몬 덕분에 좋아진 기분은 금연의 스트레스를 줄여줘 담배를 끊는 데

도움이 된다.

금단현상에 시달린다면 봄을 맞아 식탁에 오르는 봄나물을 먹어보자. 봄나물에

많이 들어있는 비타민은 금단현상을 줄여주는 작용을 한다.

날이 풀리면 운동을 통해 금연을 이어가는 것이 좋다. 운동을 하면 몸에서 행복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된다. 도파민은 니코틴이 몸에 흡수되면서 분비되는 호르몬이기도 한데,

니코틴 대신 운동을 통해 보상해주는 셈.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서홍관 박사는 “담배

생각이 날 때 10~15분 정도 산책이나 자전거 타기처럼 가벼운 운동을 하면 건강도

챙기면서 흡연 욕구를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담배를 부르는 술과 커피도 함께 끊어야 금연에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서울백병원

금연클리닉 김철환 교수는 “담배를 끊기로 결심했으면 커피와 술 대신 차나 주스를

마셔야 쉽게 담배를 다시 피우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국 예일대 정신과 벤자민 톨 교수는 흡연이 몸에 얼마나 안 좋은지를 강조하기보다는

담배를 끊으면 무엇이 좋은지를 알려주는 것이 좋다고 밝혔다. 금연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더해 금연에 성공할 확률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유희종 기자 june39@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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