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 암 환자, 죽음을 마주하는 9가지 자세

본인의 죽음 받아들이고 정리할 시간 필요

“환자에게는 절대 비밀로 해주세요”

우리나라 드라마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 중 하나다. 갑자기 말기 암인 것을 알게

된 주인공 가족은 의사에게 신신당부한다. 드라마의 긴장감을 높이기 위한 장치이긴

하지만 현실에서  가족이 이렇게 하는 것은 현명한 대처는 아니다.

누구나 죽는다. 다만 어떻게 죽을 것인가 차이가 있다. 살아가는 과정도 중요하지만

죽음을  준비하는 과정도 누구에게나 중요하다. 말기 암 환자 등 잔여 생명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들에게는 빨리 사실을 알리고 죽음을 마주할 준비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한국죽음학회(회장 최준식 이화여대 한국학과 교수)와 대화문화아카데미(원장

강대인)는 웰다잉의 중요성을 알리기 위해 12일 오후 서울대어린이병원 임상2강의실에서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 공표식 및 출간기념회’ 를 가졌다.

이 날 행사에는 대부분 죽음을 멀지 않게 느끼고 있는 노인들이 참석했고 준비된

좌석이 부족할 정도였다.

의학 분야 보고에 나선 서울대의대 소화기내과 정현채 교수는 ‘말기 질환 사실을

알리는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주제로 강연 했다. 정 교수는 죽음을 맞기 전 사전

의료 의향서를 작성할 것을 권했다. 사전 의료 의향서란 환자가 의식 불명 상태가

됐을 때를 대비해 받을 의료행위를 미리 지정해 놓는 것을 말한다. 값비싼 생명연장

장치를 동원할 필요 없다든지, 의료서비스의 남용을 방지하고, 존엄한 임종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법적인 의사표시를 해 놓는 것.

정 교수는 “환자는 자기의 생명이 어디쯤 서 있나 정확히 알 권리가 있다”며

“괜히 환자를 위한답시고 사실을 숨기면 가족 간 신뢰도 깨지고 환자의 남은 소중한

시간을 뺏는 결과가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사망자는 24만6942명이다. 4인 가족 기준으로

역산하면 작년에 100만명 정도가 배우자나 부모, 혹은 자녀의 죽음을 경험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렇게 자기와 가족의 죽음은 가까이에 있으나 우리 사회는 죽음에 대한

준비가 부족하다.

‘한국인의 웰다잉 가이드라인’에는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단계별로 나눠 자기는

물론 가족과 의료진이 가져야 할 기본 태도와 정보를 담았다. 별도의 공증절차 없이도

법적 효력을 갖는 자필 유언장을 쓸 때 내용, 날짜, 주소, 성명, 날인 등 5개 항목이

꼭 필요하다는 내용도 들었다.

정 교수는 “행여 갈등이 있었던 주위사람과 관계를 회복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을 하고 떠나게 된다면 좀 더 편하게 죽음을 마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죽음을 마주하기 위한 자세 9가지

△자신의 삶을 돌아보기

△남은 가족들에게 누가 안 되게 임종 준비하기

△마무리 안 된 인간관계 정리하기

△종교가 있다면 더 충실하게 종교 생활하기

△유산 상속 등 세속적인 일에 더 이상 관심 갖지 않기

△공부하면서 사후를 적극적으로 대비하기

△이웃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더 없나 생각해보기

△무의미한 연명치료에 집착하지 않기

△가족이나 의료진 등 주위 사람들에게 무리한 요구 안하기

손인규 기자 ikso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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