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과학으로 풀어본 ‘인셉션’의 수수께끼

도대체 어디까지가 꿈일까?

자칭 ‘IQ 세 자릿수들’을  수다에 빠뜨린 영화. 《다크 시티》《매트릭스》《메멘토》《아바타》에

이어 사람이 어디까지 상상할 수 있는지, 어디까지 ‘꿈 꿀 수 있는지’를 시험케

하는 영화. 트위터에서도, 온라인 카페에서도, 대학가 선술집에서도 크리스토퍼 놀런

감독의 영화 《인셉션》이 사람들을 꿈꾸게 하고 있다. 아니면 꿈에서 깨게 하고

있든지.

《인셉션》은 영국의 문학비평가 존 프랭크 커모드가 제시한 “성공적인 작품은

독자들이 여러 가지 해석을 하고픈 충동을 유발해야 한다”는 기준에 따르면 위대한

작품이다. 숱한 논쟁과 해석이 난무하고, 자신의 궁금증을 되짚기 위해 2번, 3번

영화를 보는 매니아까지 생겼으니.

《인셉션》은 꿈에 대한 영화다. 꿈에 대해 치밀하게 설계된 줄거리 속으로 가족애와

온갖 스릴, 과학적 설명이 녹아있다. 몇 단계에 이르는 꿈을 설계한 놀런의 치밀함이

지성인에게 즐거움을 주고 있지만, 일부 뇌 과학자들은 “꿈에서는 무엇이든 못할

게 없다. 영화 자체가 과학적 현실과 무관한 꿈같은 얘기”라고 선을 긋는다. 그렇다면

과연 ‘꿈의 과학’ ‘꿈의 현실’은 어떤 것일까? 뇌 과학자들은 대체로 “꿈은

아직 미지의 세계이기에 ‘놀런의 꿈’을 설명하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의 얼개와 결말, 밑그림 등에 대해 논쟁을 벌이고

있지만 정작 수면의학 전문가, 정신분석학 전문가, 뇌 과학자 등은 조용히 지켜보고

있는 실정이다.

①꿈은 왜 꾸나?

정신분석학의

창시자 지그문트 프로이드는 꿈을 억압된 욕망이 표현돼 갈등이 조절되는 과정으로

해석했다. 현대 뇌 과학자들은 “프로이드의 주장이 일부는 맞지만 꿈의 주역할은

과거에 입력된 정보를 재처리해서 뇌에 보관하는 것을 돕는 과정”이라고 설명한다.

지금 상당수 의학교과서에는 사람은 렘(REM, Rapid Eye Movement) 수면에만 꿈을

꾼다고 기술돼 있지만 최근 과학자들은 REM 수면 외에도 꿈을 꾼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REM 수면에서의 꿈은 격정, 공격성 등과 관련한 정보의 저장과 관련돼 있고 그 외의

꿈은 사교활동 등 친화적 관계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반적으로 우울한

사람은 쾌활한 사람보다 전체 잠에서 REM 수면이 긴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꿈은 사람만이 꿀까? 그렇지 않다. 개나 고양이도 꿈을 꾼다.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애완동물도 몇 주 전이나 심지어는 몇 해 전에 겪은

과거의 경험을 총동원해 꿈을 꾼다. (아래 기사 참조)

②다른 사람의 꿈에 접근하는 것이 가능할까?

《인셉션》에서는 PASIV(Portable Automated Somnacin IntraVeous)라는 기계로

사람의 꿈을 조정한다. 일반인이 잘 몰라서 그렇지 지금도 기계로 꿈을 살펴보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기능성 자기공명촬영(f-MRI)으로 뇌 사진을 찍으면 소프트웨어가

그 사람이 무엇을 보는지 재생하는 것.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대학교 버클리 캠퍼스의

잭 갈란트 교수가 이 분야의 대가. 그러나 이 영상이 과연 실험대상자의 꿈이 맞는지

검증할 수 없다는 것이 한계다. 일본 ATR 연구소와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에서도

꿈을 해석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영화에서는 ‘솜나신’이라는 약으로 꿈에 접근하는데 현재로서는 약으로 꿈을

조절할 수 있는 길은 없다. 다만 깊은 잠을 유도하는 약은 있다.

③꿈을 조절할 수 있을까?

영화처럼

직접 다른 사람의 꿈에 뛰어들지는 못하지만 꿈의 형태를 조금씩 바꾸는 것은 실제

가능하다. 가령 잠자는 사람 곁에서 어떤 이의 이름을 부르거나 특정 물건의 냄새를

맡게 해 주는 등 오감에 변화를 주면 그 사람이 꾸는 꿈의 내용이 어느 정도 바뀐다.

또 절벽에서 추락하는 꿈에서 깨어 보니 실제로는 소파나 침대에서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건국대병원 정신과 박두흠 교수는 “꿈속에서 누군가 초인종을 울려 문을 열기

위해 일어나 보니 자명종이 울리고 있었다는 것이 한 예”라고 말했다. 영화 《인셉션》에서

산사태나 총격 등의 형태로 등장하는 ‘킥’도 꿈을 변화시키는 자극이지만, 내부

자극을 인위적으로 만들어 꿈을 깨게 한다는 것은 아직까지는 픽션의 영역이다.

④꿈의 무의식을 변화시켜 의식을 바꾸는 것이 가능할까?

정신의학자들은 회의적인 의견이다.

최면 상태에서는 행동과 의식 변화가 어느 정도 가능하다. 최면으로 정신적 외상을

치료하는 것은 널리 행해지고 있지만 외국 영화에서처럼 환자가 몇 번으로 치료되는

것은 실제로 어렵다. 정신분석치료 자체가 많은 시간이 소요되는데다 최면을 아무리

강하게 걸어도 인간의 의지는 하기 싫은 일은 거부하기 때문.

중앙대용산병원 정신과 한덕현 교수는 “같은 무의식 상태여도 최면과 꿈은 그

단계가 다르다”고 설명했다. 최면은 정신이 이완됐지만 어느 정도의 의식이 있으며

외부 명령이나 자극에 적극 반응할 수 있지만 꿈에서는 그렇지 않다. 어떤 사람에게

특정한 꿈을 꾸게 하는 데 성공한다 해도 실제 그의 내면세계가 바뀔 가능성은 높지

않다.  

꿈이 몇 단계로 나눠져 있고 무의식에 가까운 보다 근원적인 꿈이 있다는 것은

놀란 감독의 ‘꿈’일 따름이다.

⑤줄거리가 있는 선명한 꿈이 가능한가?

꿈이

실제 세상에 큰 영향을 못 주는 이유는 우리가 기억하는 꿈 자체가 정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꿈은 영화 속에서처럼 괴한의 총격을 받았다가 호텔로 이동하고,

눈 덮인 설산을 헤매는 식으로 진행되지 않는다. 중간 중간에 훨씬 많은 장면과 복잡한

이미지가 들어가 있고 우리는 그 중에서 인상에 남는 것만 기억하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 정신과 최태영 교수는 “사람의 꿈은 막 깨어나 떠올리는 과정에서

한 번 수정되고 정리해서 남에게 들려주는 과정에서 또 한 번 수정된다”고 말한다.

꿈은 파편일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이런 설명에 대해서 ‘코브의 역할’을 믿고 싶은 사람은 미래 어느날에 특수한

기계와 약물로 가능할 수도 있다고 주장할 것이다. 그러나 ‘탁월한 결정의 비밀’의

저자인 과학비평가 조나 레러는 “꿈의 본질 상 그것은 불가능하다”고 일축한다.

레러에 따르면 뇌의 관점에서는 꿈을 꾸는 것과 영화를 보는 것이 비슷한 메커니즘에

따라 진행된다. 이스라엘 히브류 대학교 연구진이 사람들에게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영화 ‘석양의 무법자’를 보여주고 뇌 영상을 촬영했다. 그 결과 당연하게도 뇌의

시각피질이 활성화됐고 특정한 인물의 얼굴을 부각시킬 때에는 방추회, 배우들의

접촉이 있을 때에는 감각중추가 활성화됐다. 반면에 논리적 추론과 의도적 분석 등을

담당하는 전두엽은 억제됐다. 라파엘 말라치 교수는 “실제 일어나지 않는 것을 일어나는

것으로 인식할 때에는 감각과 관련한 여러 부위가 활성화되면서 시공감각이 균형을

맞추는 반면 자의식과 관련한 전두엽은 억제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꿈도 마찬가지다. 자아의 내성 과정과 깊은 골을 두고 시공감각이 진행된다. 꿈을

꿀 때에는 신경전달물질 아세틸콜린이 다량 분비되면서 평소의 감각억제가 풀리면서

반(半)수의적이고 비예측적인 과정을 겪는다. 논리적으로 예측 가능한 꿈은 애당초

모순이다.  

그러나 줄거리만 신경을 쓰지 않는다면 선명한 꿈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

일부 뇌과학자들은 자신이 꿈꾸고 있다는 것을 인지하도록 하는 실험에 성공했다.

사람이 “나는 꿈꾸고 있을까”하면서 되뇌며 잠에 드는 훈련을 지속하면 어느 때부터

순간적으로 선명한 꿈을 인식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 또 비디오 게이머들은 몇

시간씩 한 화면에 집중하기 때문에 다른 직종의 사람들보다 선명한 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⑥꿈에서 물리학의 법칙을 거역하는 것이 가능할까?

과학자들 사이에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문제다. 아리아드네처럼 ‘탁월한

꿈 설계자’가 꿈의 패러다임을 바꿀 수는 있겠지만 현실적으로 물리학의 법칙과

어긋나는 꿈이 오래 지속될 수는 없다. 꿈은 현실의 법칙에 따라 진행되지 않으면

혼란 때문에 금세 다른 꿈으로 넘어가 버린다.

그렇다면 꿈에서의 시간은 어떨까? 《인셉션》에서는 꿈은 현실보다 시간이 빨리

지나가고 ‘꿈속의 꿈’으로 단계가 내려갈수록 시간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림보’에 빠진 늙은 사이토를 구하러 젊은 코브가 찾아가는 것이 가능할까? 이런

상상은 꿈에서 몇 시간을 달렸는데 깨보니 5분밖에 되지 않았다는 식의 경험에서

‘꿈꾼 가정’이다. 그러나 꿈에서 그렇게 인식했다는 것과 꿈속에서 시간이 그렇게

지나갔다는 것은 다른 범주의 일이다.

과학의 세계에선 오히려 선명한 꿈을 꿀 때에는 현실의 감각시간과 거의 비슷하게

느낀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왜 꿈은 현실의 시간감각과 다른지,

어떻게 다른지에 대해서 연구하고 있지만 아직까지는 답을 찾지 못했다. 대체로 시간의

환상은 뇌가 스스로 어떤 목적을 위해서 만들었다고만 추정할 뿐이다.

⑦림보는 가능한가?

림보에는

사전적으로는 ‘수용소’라는 뜻도 있지만 가톨릭에서 말하는 천국과 지옥, 연옥

등에 속하지 않는 곳을 가리키는 듯하다. 가톨릭에서는 800년 동안 세례를 받지 못한

채 죽은 유아들은 죄를 짓지는 않았지만 원죄에서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에 천국과

지옥, 그 중간지대인 연옥, 그 어느 곳도 아닌 림보(Limbo)에서 떠돈다는 교리를

유지하다가 몇 년 전 폐기했다.

림보는 의학적으로 뇌 가장자리계(변연계, Limbic System)와 연관이 있다. 가장자리계는

감정처리와 기억을 담당하는 부위로 ‘고피질’로도 불린다. 뇌과학에서는 꿈꾸는

것 자체를 가장자리계가 주관한다고 보며 정신분석학에서는 신피질의 이성적 역할에

대비해 무의식 영역이 있는 곳이라고 본다.

그러나 꿈과 무의식은 가장자리계 혼자서 주관할 수가 없다. 또 무의식의 세계에

있는 본능적인 이드(Id)는 파편의 형태로 존재하며 ‘A이면 B다’는 식으로 의식의

세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없다. 따라서 과학적으로는 림보는 그야말로 놀런의 천재성이

낳은 상상력의 산물일 뿐일 가능성이 크다.

⑧영화의 결말은 어떻게 됐을까?

영화의 결말에 대해 수많은 가정들이 나오고 있다. 모두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첫째, 비행기에서 코브가 깨기 전까지가 모두 백일몽(白日夢)이라는 설은 가장

김이 빠지는 일이지만 “꿈은 들려줄 때 재구성된다”는 전제에 따른다면 현실적일

수도 있다.

둘째, 코브의 장인인 마일스 교수의 계획에 따라 코브를 인셉션했다는 설은 플롯

상 설득력이 있는 얘기다. 아내의 죽음으로 죄책감에 사로잡혀 있는 사위 코브를

위해 자신의 제자 아리아드네를 소개시켜줬고 아리아드네가 코브의 뇌에 인셉션해서

무의식의 갈등을 풀고 현실로 되돌아오게끔 했다는 설명이다. 그리스 신화에서 아리아드네는

아테네의 영웅 테세우스가 미궁에서 반수반인 미노타우로스를 없애고 탈출할 때 도와준

크레타의 공주다. 아리아드네가 미궁을 설계한 사람이 아니라 미궁을 빠져나오도록

도와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이다.

셋째, 원래 스토리대로 코브가 미국의 본가로 가기 위해 사이토의 청탁을 받아

피셔의 무의식에 인셉션을 하고 성공한 뒤 ‘룰루랄라’ 귀향한다는 것.

넷째, 코브가 사이토 또는 피셔가 림보에 빠져서 현실로 돌아가더라도 약속을

지킬 수가 없으므로 림보를 선택한다는 설. 필자의 생각으로는 셋째보다는 현실성이 있다.

꿈은 다음 단계로 넘어갈 때 망각되곤 하는데 비행기에서 코브가 깰 때 PASIV도 없고

어떤 과정에서 킥이 됐는지 알 수가 없다. 더구나 콥스의 아이들은 이전 꿈에서 전혀

자라지 않았다. 3, 4세의 아이는 한 달이 무섭게 자라지만 자녀들은 이전 꿈속 모습

그대로다.

다섯째, 놀런 감독에 관객들이 인셉션 당했다는 설이다. 놀런 감독이 관객의 논쟁을

유발하기 위해 위 모든 것이 설명 가능하도록 한두 가지씩 장치를 심어놓았다는 설명이다.

더구나 이 영화 자체가 현실과 거리가 있는 상상의 산물이므로 현실의 잣대로 결론을

내리기가 힘들다. 과학비평가 조나 레너는 “인셉션은 꿈과 같은 이야기이며 과학적으로

인셉션이 성공한 것은 관객들에게 꿈을 심어준 것”이라고 단언했다.

인셉션은 과학의 도구를 차용하고 있지만 주제는 오히려 철학에 가깝다. 우리가

보고 있는 현실이 실재하는지에 대한 질문은 고대 그리스 이래 서양철학의 주요 주제였다.

동양에서도 이 주제에 대한 유명한 고사가 있다. 장자가 어느 날 나비가 돼 날다가

깨어나서 나비가 실제인지, 지금 사람의 모습이 실제인지 헷갈렸다는 ‘호접몽(胡蝶夢)’의

고사가 그것. 도대체 어디까지가 꿈이고, 어디까지가 실재인가? 《인셉션》은 영화

속에 나오는, 네덜란드 화가 모리츠 코르넬리스 에셔의 무한 반복 계단처럼 파면

팔수록 더 많은 논쟁거리를 던져 그야말로 관객을 ‘인식의 림보’에 빠뜨릴지도

모른다. 어쩌면 분석하지 않으면 더 재미있을 지도 모른다. 꿈이란 게 그러하므로.

크리스토프 놀런은 지구촌의 이른바 ‘IQ 세 자리 사람들’에게 어떤 꿈을 인셉션한

것일까? 자신 같은 천재가 줄거리를 끔찍할 정도로 치밀하게 만들면 꿈도 논리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사고를 관객의 무의식에 인셉션한 것은 아닐까?

정세진 기자 sumire@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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