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연의날]한국 여성 3%, 임신 중에도 흡연하는 까닭은?

WHO “담배회사 여성 노린 마케팅 덫에 갇혀”

대학 들어가 담배를 피우기 시작했다는 신 모(27. 여) 씨는 담배를 배우게 된

동기가 단순하면서도 감각 있어 보이는 담배갑 때문이었다. 그렇게 단순한 호기심에

시작한 담배를 신 씨는 끊어야 된다고 여러 번 결심했지만 쉽사리 끊지 못하고 있다.

한국금연협의회는 “담배회사들이 여성을 유혹하는 담배나 담배갑을 만들고 왜곡된

광고를 내보내 건강한 여성을 노골적으로 흡연자로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금연의 날(31일)’을 맞아 “여성흡연이 날로 심각해지는 것은 담배회사들이

여성을 대상으로 특화된 마케팅을 펼치고 있기 때문”이라고 경고했다. 특히 ‘담배회사는

여성을 노린다’라는 주제로 전 세계가 캠페인에 나설 것을 촉구할 정도.

우리나라에서도 국립암센터 서홍관(한국금연운동협의회 회장) 박사, 서울대의대

산부인과 전종관, 고려대의대 산업의학과 전형준 교수팀이 전국 산부인과에서 아이를

갓 낳은 산모 1,057명을 대상으로 소변검사를 통한 흡연율을 조사한 결과 3.03%였다.

이들 연구진은 28일 “우리나라 여성 100명중 3명이 임신 중에도 담배를 피웠다”고

발표했다.

국립암센터 서홍관 박사는 “흡연은 취미 습관 기호품 소비라고 할 수 없고 ‘니코틴

중독’이라는 질병”이라고 단언했다. 흡연이 끼치는 해악은 여성이라고 남성과 크게

다르지 않고 오히려 심하다면 더 심하다는 것.

흡연 때문에 생기는 주요 암은 폐암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암 사망 순위에서 남녀

모두 1위를 달리고 있다. 유럽연합 15개국에서 조사한 결과 1950~59년사이 10만명당

7.7명이었던 35~64세 여성 폐암 사망은 40년 뒤 1990~94년에는 10만명당 14.3명으로

두 배로 뛰어올랐다.

고귀한 생명을 잉태한 여성은 담배를 피우면 자기 몸만 망가뜨리는 것이 아니라

태어날 아기를 해치는 결과를 낳는다. 중독이다. 따라서 끊고 싶다 해서 마음대로

끊어지는 것이 아니다. 학계에 속속 보고되는 임신 여성의 흡연이 태아와 자녀에게

미치는 영향을 알아봤다.

△태어날 아들 미래 생식능력에 치명적

임신 중 담배를 피우면 뱃 속의 아이는 훗날 자라서 2세 생산능력이 없어져 버릴

수 있다. 영국 에든버러대 연구진이 남성의 정자 생산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에 대한

기존 논문을 재분석한 결과 임신 중 흡연하거나 살충제 및 대기 오염에 노출되면

태아의 정자를 성숙시키는 서톨리 세포가 급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논문은 임신 중 담배를 피우면 아이는 성장해서 정자수가 최대 40%정도 부족하게

되는 것으로 보고했다. 반면 성인 남성이 직접 흡연할 때 줄어드는 정자 수는 10%안팎이었다.

△뱃속에서 담배 들이마신 아이 성격 난폭해져

캐나다 몬트리올대 진 세귄 박사팀이 생후 18개월~3년 6개월 아기 1,745명을 대상으로

어린이의 공격적 행동과 엄마의 흡연정도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다. 연구진은 아이들이

무언가를 물고, 찢고, 걷어차고, 위협하는 행동을 공격적인 행동으로 분류했다.

조사결과 임신 중 하루 10개피 정도 담배를 피운 임신부의 아기는 공격적 행동을

할 확률이 67%로 아주 높았다. 반면 10개피 미만 또는 담배를 피우지 않은 산모의

아이가 공격적 행동을 하는 경우는 17%로 낮았다. 연구진은 이런 일을 예방하려면

담배를 끊어야 한다고 단언했다.

△엄마 흡연 탓, 저체중아로 태어나 암-백혈병 위험

임신 중 담배를 피운 임산부의 아이는 저체중아로 태어나 암과 백혈병에 시달릴

위험이 증가한다.

호주 뉴사우스웨일즈대 암센터 짐 비숍 박사 팀은 아기 100만여 명의 출생 기록을

분석한 결과 엄마가 흡연했을 때 조숙아 또는 저체중아가 될 경우가 많고, 성장한

뒤에는 암 백혈병 등에 시달릴 확률도 높아진다고 발표했다.

조숙아로 태어나 신생아 중환자실을 거친 아이들의 암 발생률은 다른 신생아보다

2.7배였고 신장암 위험은 5배였다. 저체중으로 태어난 아이의 백혈병 발병 위험은

1.7배였다.

△간접흡연만 해도 아기에게는 ‘악마’

임신부가 직접 담배를 피우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임신부 옆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간접살인행위라는 연구결과가 이어서 발표되고 있다. 엄마가 직접 또는 간접흡연을

하면 태어난 아기가 특별한 이유 없이 갑자기 사망하는 유아돌연사증후군(SIDS·Sudden

Infant Death Syndrome) 위험도 커진다.

영국 브리스톨대 소아과 피터 플레밍교수팀의 연구결과 임신부가 하루에 8시간

이상 담배연기에 노출되면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사망할 가능성이 다른 아이보다 8배

높아진다. 임산부가 간접흡연한 시간이 길수록 아이가 돌연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국립암센터 금연클리닉 명승권 박사는 “태아는 14~16주에 장기가 형성되는데

흡연으로 인해 발암물질이나 니코틴에 노출되면 신경계와 폐에 장애가 온다”며 “생후

6개월 정도면 아기는 제 힘으로 고개를 돌릴 수 있지만 엄마 뱃속에서 흡연한 아이는

신경계 장애로 고개를 돌릴 수 없어 질식사하기도 한다”고 경고했다.

 

박양명 기자 toann@kor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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