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에서 다른 사람 통화하면 짜증나는 이유

한쪽 이야기만 들려 뇌가 혼란스럽기 때문

엘리베이터 버스 식당에서 휴대전화로 누군가와 통화하고 있는 사람 옆에 있게

되면 “조용히 좀 해!”라고 소리지르고 싶은 이유가 제시됐다. 한쪽의 이야기만

계속 들리기 때문에 다음 상황을 예측할 수 없어 뇌가 부담스럽고 혼란스러워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 코넬대 심리학과 로렌 엠버슨 연구원 팀은 독백형식의 이야기와 전화 통화처럼

반쪽 내용만을 들려줬을 때 각각 듣는 사람의 반응에 대해 연구했다. 연구팀은 참여자에게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는 움직이는 점을 마우스로 따라가기 △4개의 글자를 기억한

뒤 화면에 그 글자가 나타나면 버튼 누르기 등 두 가지 일을 부여했다.

이들이 과제를 하는 동안 연구진은 △아주 조용하고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환경 △두 사람의 대화내용이 또렷이 들리는 환경 △어떤 스토리를 주제로 한 독백이

들리는 환경 △그리고 통화 상대편의 말은 들리지 않고 한쪽 편만의 전화통화만 들리는

환경을 각각 제시했다.

참가자들은 조용한 방에서 일을 할 때는 능숙하게 업무를 수행했다. 두사람의

대화를 들을 때나 한사람이 독백으로 이야기를 할 때도 조용한 방에서 일을 할 때와

비슷한 업무 수행 능력을 보였다. 그러나 전화통화 옆에 있을 때와 같이 대화 한쪽만의

말소리를 들었을 때 참여자는 집중력이 떨어지고 작업 실수 횟수가 많아졌다.

연구진은 “사람의 뇌는 다른 사람이 얘기할 때 들리는 내용과 문법 등을 조정해

다음에 이어질 문장을 예측한다”면서 “그러나 한쪽 말만 들릴 때는 이러한 예측이

훨씬 어렵고 혼란스러워진다”고 분석했다.

즉, 누군가 “맛있는 것이 먹고 싶다”고 말하면 다음에는 “어디에 뭘 좀 먹으러

가자”는 말이 이어질 것으로 뇌는 추측하게 되고 실제 그런 말이 들려올 때 이런

대화를 듣는 뇌는 안정감을 갖게 된다는 것. 하지만 한쪽 말만 들리면 이러한 추측

과정이 흐트러지고 따라서 듣는 뇌가 혼동스러움을 느낀다는 것이다.

영국 요크대 게리 알트만 교수는 “전화통화 대화의 한쪽 말만 듣고 있는 것은

울퉁불퉁한 자갈길을 걷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며 “전화통화 건너편에 있는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지 전혀 알 수 없으므로 그 내용을 예측하기 위해 주의력을 훨신 뺏기게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연구결과는 ‘심리과학(Psychological Science)’에 발표됐으며 미국 건강웹진

헬스데이 등이 21일 보도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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