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 아내의 눈높이에 맞는 남편은?

작은 배려로 아내를 편안하게 하는 사람

“음식이 뭐 이래, 김치가 제일 맛있다.” “조기 이거 수입산 잘못 산 거 아니야?”

서울에 사는 30대 주부 김명혜씨는 작년 설에 남편에게 들었던 말을 생각하면

아직도 분하다. 뼈 빠지게 음식 장만했더니 격려는 웬걸, 핀잔만 들었기 때문이다.

설에는 아내는 불편한 시댁 식구와의 관계, 음식장만, 선물걱정 등으로 마음과

몸이 함께 바쁘다. 명절에 “남편이 조금이라도 이랬으면 좋겠다”고 희망섞인 푸념을

하는 주부가 정말 흔하다.

명절 직후 이혼신청을 하는 부부가 평소보다 많은 것도 이유가 있다. 한국부부학회

권재도 회장은 “남편의 배려하는 한마디는 천냥 빚이라도 갚지만 냉랭한 말 한마디가

명절이혼의 씨앗이 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법무법인 태승 신은숙 이혼전문변호사는 “주변 가족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빚어진

부부갈등은 평소 둘만의 다툼처럼 쉽게 풀리지 않는다”며 “20~30대 아내들은 명절에

시댁만 쳐다보는 남편을 잘 이해하지 못하므로 남편이 눈높이를 맞추는 노력을 해야한다”고

밝혔다.

결혼생활지침서 ‘나를 웃게 하는 당신’의 저자인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안미경

연구관은 “제사는 남편 몫인데 뒷바라지를 도맡는 아내는 명분 없는 노동이라고

여길 수 있다”며 “남편이 아내를 위로하고 배려하면 아내의 마음이 편해지고 자녀

교육에도 좋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이 말하는 설 연휴 아내에게 눈높이 맞추기

△이런 말은 꼭 하세요

가장 눈높이에 맞는 것은 남편의 진심어린 한두 마디다. “여보, 추운데 고생

많았어요” “당신 덕에 이번 설은 더 좋았던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조차 인색한

남편이 있다. 시댁 식구 앞에서 남편이 띄워주면 더 좋다. 식사 중에  “아내가

만든 산적인데 더 맛있네요?” 혹은 차례지내며 “손주 며느리가 손 부르트도록 만든

건데 많이 드십시오” 하는 남편의 한마디는 지친 아내를 웃음짓게 한다.

△이런 말은 하지 마세요

정성껏 음식 장만했더니 한두 마디로 속상하게 한다. “차례상에 대추가 못 생겼네”

“조기를 잘못 골랐네”라며 얄밉게 굴기도 한다. “속이 덜 익었네” “음식보다

물맛이 낫네”라며 힘을 빼놓는 눈높이 안맞는 남편도 많다.

“대추 이거 수입산이지?” “차례상 과일이 커야 자식이 잘 된다던데”라며 기가

막히게 하는 남편. 집에 돌아와 “빨리 밥해” “내일 입을 옷 다려 놔”라며 진을

빼는 남편도 있다. 차라리 입 다물고 있으면 진중하게라도 보이지!

△시댁에서 갈등 안 생기게 교통정리

바쁜 직장생활 때문에 명절 부엌일 익숙치 않은 것도 맘이 편치 않다. 시어머니가

지나가듯 건네는 핀잔 한마디에 죄인이 된 듯하다. 남편이 사전에 “돌아가신 할아버지

아내가 끓인 떡국을 좋아하셨다” “며느리 새뱃돈은 더 많아야 되는 것 아니예요?”라고

말하면 고맙다. 특히 시부모님이 “손자 하나 있어야지, 손녀는 허전해서…” “둘째는

언제 갖니?” 등 민감한 현안을 꺼내지 않게 남편이 미리 조율을 하면 마음이 가벼워진다.

△친정으로 차로 변경을 하는 남자

아내의 눈높이는 남편이 먼저 “처가도 찾아뵙자”고 하는 데 있다. 설에 못 가더라도

미리  연휴 이후 언제라고 계획을 세우면 좋다. 전화로 공손하게 “언제언제

찾아 뵙겠다, 설 잘 쇠십시오”라고 하면 훨씬 덜 미워 보인다. 용돈이나 선물은

시댁 친정 공평하게 정한다. 장인 장모님은 늘 속옷만 필요한 건 아니다.

△이런 남편 곰살맞고 든든하다

계란이나 밀가루처럼 자주 떨어지는 재료를 사러 가기엔 너무 바쁘고 지친다.

남편이 TV만 보지 않고 척척 사다주면 고맙다. 옆에서 떼쓰는 애들을 밖에 데리고

나가 돌봐주면 한결 든든하다. ‘명절 가족회의’를 열어 연휴에 각자의 역할을 정하는

가정도 늘었다. 장보기 음식만들기 차례상차리기 설거지 청소하기 등을 가족이 진심으로

나누어 함께하면 아내의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런 사람이 눈높이를 아는 남편

오밤중에 심부름시키지 않고 남편이 간단히 술상을 차린다. 낮에 먹던 음식, 데워

먹자고 하는 남편. 집에 돌아와 먼저 배달음식으로 때우자고 제안하는 남편. 연휴

마지막 날 저녁 영화표를 예매해 둔 남편. 욱신거리는 어깨 허리 다리를 정성껏 주물러주는

남편. “여보, 덕분에 기쁘게 한 살 더 먹었어요”라고 나직하게 말하는 남편. 이런

사람이 아내의 눈높이를 안다고 할 수 있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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