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빼는 약 국내 시장판도 변하나?

식약청, 26일 시부트라민 안전성 검토결과 발표

보건당국이 의료전문가 단체에 ‘리덕틸(한국 애보트)’ 등 식욕을 억제해서 살을

빼는 약들의 처방자제를 당부하면서 살빼는 약 시장에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국내에서 살빼는 약으로는 가장 흔하게 처방돼 온 시부트라민 제제의

판매가 중지되면 ‘제니칼(한국 로슈)’로 이름을 알렸던 비만약 성분 올리스타트가

선전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혈중 세로토닌 농도를 높여 식욕을 억제하는 시부트라민 성분 비만약 시장은 연간

500~600억대로 추산되며 국내에는 오리지널과 복제약, 개량신약을 합쳐 50여건이

시판되고 있다. 국내 판매되는 제품으로는 리덕틸(한국 애보트)과 개량신약 슬리머(한미약품),

리노반(일성신약), 실크라민(종근당) 등.

한편 시부트라민과 함께 비만약 시장 매출을 분점했던 올리스타트 성분은 지방분해효소인

리파아제가 지방과 결합하는 것을 차단해 지방을 변으로 배출시키는 약이다. 마약성이

없다는 장점이 있지만, 지방변이 수시로 배출되는 변실금 위험이 높다는 단점을 가진다.

국내 시판되는 제품으로는 오리지널인 제니칼과 제네릭 리피다운(한미약품) 락슈미(종근당)

제로엑스(보람제약) 등 3개로 아직 적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26일 안전성 검토결과 및 이후 방침을 발표하기로 했고 그

전까지는 처방과 조제를 자제하라는 내용의 의약품 안전성 서한을 의료전문가 단체에

배포해놓은 상태. 유럽에서 리덕틸의 제조사 애보트에 판매 중단을 요구하는 강경조치를

내세운 것과는 달리 미국 식품안전국(FDA)은 뇌졸중과 심장발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내용을 제품설명서에 포함시키고, 올 3월에 제출될 예정인 최종연구보고서 및 다른

정보를 검토해 추가 안전조치가 필요한지 결정한다는 수준에서 논의를 끝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의 방침에 따라 관련 제약업계의 타격 유무가 결정될 것으로

본다. 특히 한미약품은 국내 시부트라민 제제 처방의 상당량을 장악해 왔던 ‘슬리머’를

해외 시장에도 진출할 계획을 세운 상태라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수 있다. 미래에셋증권

신지원 애널리스트는 “리덕틸의 유럽판매중지 권고 조치가 국내 비만 치료제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며 “특히 슬리머(한미약품)의 지난 매출액이

약 140억원으로 추정되는데 올해부터는 호주 시장 진출이 계획돼 있어 부정적 영향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리스타트 제제는 국내 비만의 유형상 잘 맞지 않기 때문에 시부트라민

성분 치료제 공급이 중단된다고 해서 올리스타트 성분으로 대체될 가능성은 적다는

의견도 있다. 한 대학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기름기가 많은 육류 등을 주식으로

하는 서양인의 비만을 치료할 때에는 올리스타트 제제가 효과가 좋았지만 한국인은

식생활 특성상 지방섭취량이 적기 때문에 그동안 시부트라민 처방이 대세였다”며

“심장병 등의 위험이 큰 환자에게는 처방 자제를 고려해야겠지만 비만으로 인한

위험성이 아주 큰 사람에게도 처방을 하지 말아야 하는지는 판단이 어렵다”고 말했다.

시부트라민은 지난 22일 유럽의약품청(EMA)으로부터 “부작용으로 인한 심장혈관계

위험이 약 처방의 이점보다 크다”는 판정을 받았다. 2003년부터 988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스카우트’ 연구에서 리덕틸을 복용한 환자중 11.4%에서 심장발작 등 심장관련

위험성이 나타났다는 이유에서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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