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 비타민제’ 알고 보니 합성비타민?

화학구조로 표시돼있으면 가공 합성비타민

“가격이 저렴한 비타민좀 추천해 주세요. 이왕 먹을 거라면 좀 저렴한 게 부담이

덜 될 것 같습니다. 천연비타민은 너무 비쌉니다(인터넷 커뮤니티 ‘간사랑 동우회’

회원 이 모씨의 글).”

최근 몇 년간 합성비타민이 인체에 자극을 주고 오히려 영양 결핍을 초래할 수

있다는 논란이 일면서 ‘천연비타민’ 제품이 웰빙을 위한 진정한 건강기능식품으로

인터넷에서 회자되고 있다. 하지만 인터넷에서 천연비타민제라고 광고하는 제품의

공정과정이 사실상 합성비타민과 크게 다르지 않은데도 가격은 합성비타민제보다

훨씬 비싸 멋모르고 구입한 소비자들의 피해만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합성비타민은 천연 비타민 성분을 모방해서 만들어진

화학식에 맞춰 원료를 배합해 만든 형태의 비타민이다. 천연 비타민은 과일, 채소

등 식품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비타민의 상태, 즉 식품에서 비타민을 추출해서 가공하지

않은 상태 그대로를 의미한다. 시중에서 파는 종합비타민제는 90% 이상은 가공된

상태기 때문에 합성비타민이다.

인터넷을 통해 천연비타민이라고 알려지는 제품 중 대표적인 것은 뉴트리라이트의

더블엑스, 파마넥스의 라이프팩 제품이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에서 ‘천연비타민제’를

입력하면 바로 등장한다.

이들은 합성비타민이라고 소개된 비타민제보다 가격이 훨씬 비싸다. 1일분으로

따졌을 때 합성비타민인 와이어스의 센트륨 제품은 1일 1회 1정씩 복용해야 하며

100정을 기준으로 2만7천원이지만 더블엑스는 1일 2회 5정씩 복용해야 하며 310정을

기준으로 7만9천원에 달해 각각 1일분으로 계산하면 거의 10배의 가격 차이가 난다.

파마넥스의 라이프팩은 한 달분이 13만2000원으로 가장 비싸다.

전문가들은 ‘천연비타민제’라는 제품의 소개에 대해 의아해 한다. 비타민제

형태로 출시가 됐다는 것은 곧 가공된 상태라는 의미고 이는 화학적인 합성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고서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비타민 혁명’의 저자인 좌용진 약사는 “성분명에 아스코르빈산, B1, B2와

같은 화학구조가 써 있으면 합성비타민이고 천연비타민이라면 원재료명과 천연원료만

기재돼야 한다”며 “시중에 식물성 재료를 조금 첨가해 천연비타민인 척 과장광고를

하는 비타민제가 많지만 대부분 공식적으로 광고하기보다는 방문, 다단계를 통해

판매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천연 비타민제’를 생산하는 회사에서는 정작 자신들의 제품을 적극적으로

천연비타민이라고 소개하지는 않는다. 최근 뉴트리라이트 담당자와의 전화연결을

통해 더블엑스 제품이 천연비타민제가 맞는지 확인한 결과 “비타민제에 천연 추출물

성분이 들어있기는 하지만 극소량”이라고 답했다. 대부분 일반 합성비타민으로 값싸게

판매되는 것과 비슷한 합성비타민으로 보면 되는 것이다.

천연비타민제 인터넷 허위 과장광고 활개…식약청 “마땅한 단속규정 없어”

천연비타민제에 대한 정보는 주로 인터넷을 통해 접할 수 있다. 하지만 천연비타민

전문 쇼핑몰이라고 소개되는 홈페이지에 접속해 정작 ‘천연비타민제’라고 소개되는

제품을 구입하기는 쉽지 않다. 인터넷 검색 사이트나 커뮤니티 등에서 개개인의 추천,

광고 글을 통해 홍보되는 상황인 것이다.     

이렇게 온라인상에서 개개인의 네티즌이 사실과 다른 제품 정보를 여러 군데에

홍보하고 있기 때문에 공식적인 처벌도 힘들다. 정병순 식약청 품목허가 담당자는

“제약회사에서 사실과 다르게 광고를 하는 것은 허위, 과장 광고이고 약사법 위반

사항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네티즌이 잘못된 정보들을 여기저기 올리는 것은 허위사실

유포 정도로밖에 볼 수 없다”며 “제품을 만드는 회사에서 올린 글들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 처벌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천연비타민을 섭취하고자 한다면 과일과 채소 같은 비타민이 풍부한 음식을 섭취하고

편식하지 않는 게 가장 좋다.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영 교수는 “굳이

약을 먹어서 보충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기보다 음식을 골고루 먹고 조금 부족하다

싶을 때 종합비타민제 하나 먹는 거 정도가 적당할 것”이라며 “육류를 아예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같은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영양소가 골고루 포함된 식사만으로

몸에 필요한 비타민을 충분히 섭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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