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끊임없는 건강이상설과 싸운 삶

의료계 “절제된 생활로 당뇨병 관리”

인동초(忍冬草)라고 불릴 정도로 굴곡이 많은 삶을 살아왔기 때문일까. 18일 세상을

떠난 김대중 15대 대통령에게는 늘 건강 문제가 이슈로 따라다녔고 유언비어도 심심찮게

흘러나왔다. 그의 건강이상을 문제 삼으려는 세력과 이를 철저히 방어하려는 측근

사이에서 그의 건강은 언제나 미스터리였다. 고인의 ‘건강 이슈’를 정리해본다.

끊이지 않았던 DJ의 건강이상설

15대 대선을 앞둔 1997년 말. 본격적으로 김 전 대통령의 건강 악화설이 나돌았다.

여권이 야권 후보의 건강이상설을 ‘비장의 카드’로 쓴다는 얘기가 정가와 언론에

팽배했다.  

“새정치국민회의 당무회의 석상에서 이미 작고한 ○○○ 의원이 어디 갔느냐고

찾았다” “부축 없이는 앉지도 못 한다” 등 확인되지 않은 이야기들이 선거판에

흘러나왔다. 한나라당은 선거운동 후반기에 당보를 통해 “한 지방 방송이 국민회의

김대중 후보가 근육경련을 일으킨 것을 보도했다”는 내용의 ‘오보’를 했다가 이를

정정하는 소동을 벌이기도 했다.  

선거 막바지로 치달으면서 김대중 후보의 건강에 이상 징후가 포착되기 시작했다는

괴소문이 본격적으로 나돌았다. 이에 DJ 측은 나중에 김 전 대통령 주치의가 된 연세대

의대 내과 허갑범 교수(현 허내과의원 원장)에게 의뢰했고 허 교수가 ‘DJ 건강 이상무’를

발표했다.

1997년 12월 허갑범 교수, 서울성애병원 장석일 내과과장(현 성애병원장)

등 각 분야별 전문의 6명이 작성한 ‘김대중 후보의 건강 평가 소견’에 따르면 김

대통령은 고관절(골반과 대퇴부를 연결하는 부분)변형, 왼쪽 귀의 이명(울림) 현상

등이 있을 뿐 심장 등 생명과 직결되는 성인병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에 대해 한 의대 교수는 “생명과 직결되는 상태는 아니었겠지만 이미 이때 당뇨병은

상당 부분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고인은 절제된 생활로 ‘당뇨병은 관리가

가능한 병’임을 간접적으로 보여줬다”고 말했다.

만약 선거 직전 신문에 ‘괴소문’이 보도됐다면…

선거 당일 한 유력 신문사가 DJ의 건강 문제를 1면 머리기사로 보도한다는 괴소문에

정치권 전체가 긴장하기도 했지만 실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실제 야당 당원들이

선거 직전 한 신문사를 찾아가서 보도 행태를 항의하는 과정에서 해당 신문사 간부가

“협박하는 것이냐? 이런 식으로 나가면 김 후보의 건강문제를 기사로 내보낼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자 당 간부가 “좋다, 그러면 귀 신문사 사주의 마약중독설을

100만 당보에 실어 뿌리겠다”고 맞장을 놓은 일화는 유명하다.  

취임 뒤에도 김 전 대통령의 건강은 정권 내부의 비상한 관심사였다. 유언비어도

끊이지 않았다. “한국에 투자하려는 어떤 외국인 투자가는 김 대통령의 건강을 확신하지

못해 투자 결정을 못하고 있다”는 등 역시 확인되지 않은 온갖 소문들이 떠돌았다.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중 몇 차례 건강 이상 징후를 보이기도 했다. 2002년 1월

연두기자회견 때 TV 화면에 비친 대통령의 모습이 이상했다든가 서민생활을 살피기

위해 시장에 나갔다가 동문서답을 했다는 등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나돌았다.

급기야 2002년 3월 ‘대퇴부염좌’를 앓고 있다는 청와대의 확인이 있었고 이후

공식석상에 이동하면서 휠체어를 사용했다. 청와대는 4월 “건강이 좋아져 휠체어를

사용하지 않게 됐다”고 발표했지만 바로 다음날 밤 타르야 할로넨 핀란드 대통령과의

국빈만찬이 끝난 뒤 누적 과로에 위장장애 증세를 일으켜 국군 서울지구병원에 입원하기도

했다.

심장수술 받고 신장 혈액투석 받기 시작한 2003년

김 전 대통령은 2003년 5월 심장동맥 협착으로 혈관 확장 수술을 받았다. 신장

기능이 떨어져 신장 혈액투석을 받기 시작한 것도 이때다. 대통령 측은 이때부터

신장 기능에 이상이 왔다고 설명하지만 의학적으로는 당뇨병으로 인해 심장, 신장이

오랜 기간 악화됐을 가능성이 크다. 퇴원 뒤부터는 동교동 사저에서 매주 두세 차례

혈액투석을 받아왔다.

김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는 지난해 11월 펴낸 자서전 ‘동행’에서 당시

상황에 대해 “정기적으로 (집에서) 혈액투석을 받기 시작했다. 그는 한동안 의식을

잃기도 했다. 나는 두려웠다. 1980년 사형선고를 받고도 의연했던 그와 나였는데

말이다. 의료진은 심장 혈관 확장수술시의 혈압 강하 주사 때문에 일어나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했다”고 회고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의 장기 칩거로 또다시 ‘건강 이상설’이 나돌기도 했다. ‘김

전 대통령이 작년 연말 대장암에 걸린 사실이 확인돼 치료차 미국에 가야한다’는

등 암 발생설이 떠돌았고 언론에서는 이를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이에 김 전 대통령의

주치의를 맡았던 성애병원 장석일 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심심하면 되풀이되는

암 발생설은 악의적인 낭설”이라며 “몸과 마음을 다 던져야 하는 국사에서 놓여난

후 잠도 더 잘 주무신다. 고관절이 좋지 않아 먼 거리를 걷는 것이 불편한 점 말고는

당뇨도 없고 건강이 좋은 편”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05년에는 폐렴-폐부종 치료 이겨내

지난달 입원의 계기가 됐던 폐렴 증세는 2005년에도 문제를 일으켰었다. 2005년

8월 김 전 대통령은 기력이 많이 떨어지고 미열이 있어 입원했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세균성 폐렴으로 진단받고 12일간 치료를 받고 퇴원했다. 그러나 퇴원 한 달 만에

갑작스런 호흡곤란 증세로 재입원했고 폐부종 및 고혈압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다.

2009년 5월 갑작스런 노무현 전 대통령의 서거도 김 전 대통령에게 정신적 충격을

안겨줬다. 당시 김 전 대통령은 기력이 다소 떨어졌으나 곧 회복됐다고 김 전 대통령

측은 밝혔다.

그리고 바로 2009년 7월 13일. 김 전 대통령은 미열 증세로 서울 신촌의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일반병실로 입원했다. 김 전 대통령은 휠체어를 타고 걸어서 병원으로

들어갔다. 14일 폐렴으로 진단받고 치료를 받았으나 증세가 악화되면서 15일 새벽

중환자실로 옮겼다.

그 뒤 김 전 대통령은 생과 사의 고비를 수차례 넘나들었다. 16일 새벽 급성 호흡부전

증세를 보여 산소포화도가 86%(정상은 90% 이상)로 떨어져 한차례 고비를 맞았다.

인공호흡기 치료를 시작한 것도 이때다.

22일 오후에는 병세가 호전돼 일반 병실로 옮겼다. 김 전 대통령은 혈압, 맥박,

체온이 모두 정상을 유지하고 있으며, 자발적 호흡이 원만하고 의식도 명료한 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일반병실로 옮긴지 하루 만에 폐색전증이 재발하면서 하루

만에 중환자실로 다시 옮겼고 인공호흡기도 다시 부착해야 했다.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29일 국회에서 일부 기자들과 만나 “김대중 전 대통령이

10% 정도만 산소호흡기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좋아졌다”며 “분명한 것은 천천히

좋아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날 김 전 대통령은 오후 4시 15분 기관절개술을

받았다. 인공호흡기 기관 삽관의 불편함과 합병증 발병 가능성을 줄이고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해서라고 병원 측은 설명했다.

8월 들어 김 전 대통령은 혈압이 크게 떨어져 위험한 상황까지 가는 상황을 되풀이했다.

1일 김 전 대통령은 신장 혈액투석 과정에서 부정맥이 오고 혈압이 떨어져 혈압 상승제를

투여할 정도로 순환기 기능이 심각하게 떨어졌다. 신장과 폐뿐 아니라 심장 뇌혈관

소화기 등 여러 장기의 기능이 동시에 저하된 복합장기부전(multiple organ failure)이

온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오후에도 혈압이 뚝 떨어졌다. 특히 9일 새벽에는 혈압과

산소포화도가 크게 떨어져 위험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후 3시경에는

‘서거설’이 나돌아 정가와 언론에서 이를 확인하는 소동이 벌어지기도 했다. 의료계에서는

사실상 연명치료에 들어갔다고 봤다. 김 전 대통령은 나빠지지도 좋아지지도 않는

상태로 자발적인 회복이 아닌 약물치료에 의한 유지되고 있었다.

8월 18일 오후 1시 30분경 갑자기 호흡곤란 등의 증세를 보인 후 다발성 장기부전

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결국 오후 1시 43분에 운명했다. 김 전 대통령의 길고도

짧았던 생은 이렇게 마감됐다.

    이수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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