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엄사]관련법-지침 마련 속도 붙을 듯

국회 제출된 존엄사법 통과 여부 관심사

대법원이 국내 처음으로 존엄사 허용 판결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존엄사를 구체적으로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 관련 법의 마련 과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될 전망이다.

서울대 연명치료연구단 이윤성 교수는 “이번 판결은 연명치료 중지에 대한 대법원의

판례를 마련했다는 의미가 있다”며 “이번 판결로 연명치료 중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일단 이뤄졌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번 판결은 회복 불가능한 상태에서 존엄하게 생을 마감하고자 하는 환자의 자기

결정권을 대법원이 인정한 것이다. 1997년 가족의 요구에 따라 환자의 인공호흡기를

떼어낸 보라매병원 의료진에게 살인방조죄가 적용되는 등 그동안 법원은 존엄사를

인정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 뒤 죽음과 존엄사를 바라보는 사회 인식이 점차 바뀌면서

존엄사를 인정하는 판결까지 나오게 된 것이다.

이런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2월16일 김수환 추기경이 선종하기 전 인공호흡기 같은

연명치료를 거부하고 장기 기증을 한 사례, 그리고 지난 18일 서울대병원이 존엄사를

공식적으로 인정한다는 입장을 전격적으로 밝힌 점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대한의사협회 좌훈정 대변인은 “존엄사 관련 법은 아직 없지만 이번 대법원의

결정에 따르는 방향으로 의협도 입장을 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실장은 대법원 판결 이후 거쳐야할 과정을 4가지로 정리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존엄사를 적용해야 할지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을 만들고

△존엄사법이 없는 한 계속해서 유사한 소송이 발생할 수 있으므로 소송 봇물사태를

막기 위한 법적장치가 필요하며 △연명 치료를 중단할 때 환자나 가족이 죽음을 맞이하도록

돕는 호스피스 제도가 필요하고 △환자가 가족에게 경제적 부담을 주지 않으려 죽음을

선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치료 지속에 대한 재정적 부담을 해결해 줘야 한다.

존엄사가 허용되려면 무엇보다 관련법이 제정돼야 한다. 서울대병원은 18일 사전의료

지시서 양식을 만들어 사용하기 시작했지만 존엄사를 허용하는 법이 없이는 이러한

사전의료 지시서는 법적 보호를 받을 수 없다. 현재 존엄사법은 2월5일 한나라당

신상진 의원이 대표발의 한 상태다. 신 의원 등은 6월 임시 국회에서 이 법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이 존엄사 허용 결정을 내림에 따라 앞으로 입법 과정 역시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보건복지부 생명안전윤리과 관계자는 “현재 국회에서 신상진 의원이 존엄사 허용

법안을 발의했고 이 밖에 김세연, 전현희 의원도 존엄사 관련 발의를 준비하고 있다”며

“정부는 생명존중 정신이 충분히 반영되도록 입법 과정에 관여할 것이며, 존엄사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국보건의료연구원 허대석 원장(서울대병원 교수)는 “대법원이 판례를 마련했고,

서울대병원은 의학적 기준을 마련했으니 이제는 국회에서 관련법을 만들어 명문화할

차례”라며 입법을 촉구했다.

허 원장은 “사전의료 지시서가 너무 확대되면 사회적으로 수용하기 힘들어진다”며

“아시아에서는 대만이 사전의료 지시서를 말기 암 환자에게 적용했으므로 우리도

우선 말기 암 환자에 사전의료 지시서를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암센터 윤영호 기획실장은 “이번 판결을 계기로 죽음은 인간이라면 누구나

맞이하는 것이므로 부정만 할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측면을 찾아 가도록 정부와 사회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죽음의 질을 말하는 ‘웰 다잉’이 삶의 질을 중요시하는

‘웰빙’과 같은 개념으로 정착되도록 캠페인을 벌여야 한다”고 말했다.

    소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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