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잘 안풀릴 땐? 몸 움직여 봐요

어려운 문제 풀 때 몸 움직이면 아이디어 떠올라

사람은 흔히 마음과 몸은 따로 움직인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람의 마음은 뇌에만

있는 게 아니고 몸 속에도 있으며, 따라서 어려운 문제가 잘 안 풀릴 땐 몸을 어떻게

움직이냐에 따라서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문제를 풀 수 있는 아이디어가 문득 생각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일리노이대 알레한드로 레라스 교수 팀은 강의실 천정으로부터 밧줄 두 개를

늘어뜨리고 이 두 밧줄을 연결시켜 보라는 과제를 학생들에게 내 주었다. 강의실

한 켠에는 책, 작은 아령, 렌치, 널판때기 등 소도구를 늘어 놓았다. 두 줄은 멀리

떨어져 있어 한 쪽 줄을 잡고 다른 쪽 줄을 향해 걸어가서는 두 줄을 연결할 수 없었다.

과제를 푸는 데는 모두 100초가 주어졌고, 중간에 20초 가량 몸을 푸는 휴식 시간이

주어졌다. 중간 휴식 시간에 한 그룹의 학생에게는 두 팔을 한꺼번에 앞뒤로 흔들라는

지시가, 그리고 다른 그룹 학생에게는 한 팔씩을 교대로 옆으로 뻗으라는 지시가

내려졌다.

결과는? 양팔을 앞뒤로 흔든 첫 그룹 학생들이 문제를 푼 경우가 40% 포인트나

높았다. 두 밧줄을 연결시키려면 두 밧줄 모두가 움직여야 한다. 그래야 움직이는

두 밧줄을 중간 위치에서 잡아 연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아령 등 소도구를 두

밧줄 끝에 매달아 흔들리게 하면 두 밧줄의 끝을 가운데 서서 잡을 수 있는 것이다.

첫 그룹 학생들에게 양팔을 한꺼번에 앞뒤로 흔들라는, 그리고 두 번째 그룹 학생에게는

각 팔을 따로따로 뻗으라는 지시가 내려진 것은 사실 문제 풀이와는 전혀 상관없는

몸풀이 지시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이 몸풀이 지시에서 해답의 실마리를 찾았다고

나중에 밝힌 학생들은 없었다. 단지 양팔이 모두 움직인다는 몸 움직임에서 뇌가

무의식적으로 “아하, 둘 다 움직이면 되는구나"라는 힌트를 찾아냈다고 봐야

한다.

레라스 교수는 “최근 뇌 연구 동향은 신체가 마음의 일부이며, 신체를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우리의 생각이 영향을 받는다는 사실을 밝혀내고 있다”며 “서로

다른 동작이 뇌의 문제 풀이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실험을 통해 보여 주고

싶어 이번 실험을 고안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생각의 원리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으로 “도저히 문제 풀이가 안

될 때는 잠시 문제를 떠나 몸을 움직여 봐라. 그리고 다시 문제로 돌아오면 신기하게도

새로운 접근 방법이 생각날 때가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 연구 결과는 현대심리학 학술 전문지 ‘사이코노믹 정보와 검토(Psychonomic

Bulletin & Review)’ 6월호에 실릴 예정이며, 미국 과학논문 소개사이트 유레칼러트,

온라인 과학 뉴스 사이언스 데일리 등이 13일 보도했다.

<사진 설명:

실험에 참가한 학생이 문제를 푸는 도중 “두 팔을 모두 앞뒤로 흔들라”는 지시에

따라 움직이고 있다.>

    박양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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