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관절 수술 난제, ‘절삭 오차율 제로(0)’ 가능할까?

서울부민병원, 세계 1위 미국 HSS와 로봇수술 글로벌 무대로

쑤시고 아픈 무릎 때문에 수술받는 이들이 정말 많다. 걷는 것조차 힘든 퇴행성 관절염 환자들이 그만큼 많다는 얘기다. 인공관절 수술 환자만 한 해 11만명(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넘는다. 70% 이상이 60~70대이고 여성이 남성보다 훨씬 많다.

인공관절 수술은 무릎 관절과 그에 맞닿는 허벅지뼈, 정강이뼈 일부를 절삭한 후 그 빈자리에 인공관절을 삽입한다. 이때 병원에선 3가지를 특히 중요하게 본다.

첫번째가 인공관절의 위치와 정렬이다. 인공관절 수명과 안정도에 절대적인 영향을 준다. 두번째는 근육, 인대 등 주변 조직 손상을 얼마나 최소화할 수 있느냐는 것. 출혈 문제도 있지만, 수술 후 회복 기간이 짧아지느냐, 길어지느냐를 결정짓는다. 세번째, 재활치료도 중요하다. 제대로 해놓지 않으면 나중에 관절 불편함이 오래간다.

그 중에서도 인공관절을 잘 삽입하는 게 수술 성패의 핵심이다. 여기서 절삭의 문제가 따른다. 그런데 의사 눈과 손에만 의존하면 의사들마다 경험과 기술이 다르니 결과 차이가 많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뼈는 정말 단단하다. 사람마다 뼈의 강도도 다르다. 필연적으로 어느 정도 오차는 발생한다. 오차가 생기면 처음 계획했던 것과 다른 수술이 될 수 있다.

궁윤배 로봇수술센터장. [사진=서울부민병원]
바로 그런 점 때문에 수술로봇이 등장한다. 서울부민병원 궁윤배 로봇수술센터장은 “로봇을 활용한 수술은 환자의 관절 상태를 정확히 계량화, 최적의 수술 계획을 세울 수 있다”고 했다. 처음 계획한 그대로, 뼈 절삭 과정의 오차를 최소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뼈 절삭 속도가 빨라지고, 환자 회복이 빠르다는 것은 덤이다.

그는 로봇으로 하는 인공관절수술을 지난해 이미 1000례 이상 성공했다. 2020년에는 ‘아시아 최다’ 수술 실적도 기록했다. 로봇으로 할 수 있는 3가지(무릎 전치환술, 무릎 부분치환술, 고관절 전치환술)를 모두 해낸다.

연세대 의대 박사로 의사 경력 대부분을 인공관절 수술에 쏟아부었다. 무(無)수혈, 무(無)지혈대 수술까지 가능한 의사이기도 하다.

관절 수술로봇 ‘마코’와 ‘큐비스’, 어떻게 다른가

현재까지 인공관절 수술로봇은 미국 스트라이커 ‘마코’(Mako)와 한국 큐렉소 ‘큐비스 조인트’(Cuvis-Joint)가 의사들 사이에 선호도가 높다. 정밀도와 신뢰도가 높아서다.

두가지 로봇 모두 수술 전 촬영한 CT정보 데이터로 3D 입체 영상을 만들어 뼈 모양과 형태, 위치 및 각도까지 자세히 분석한다. 그래서 정교하고 섬세한 절삭으로 안정성을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로봇 팔 자동제어 기능이 인대와 근육 등 주변 조직 손상을 최소화한다는 장점도 있다. 그러면 절개 부위가 적어지고, 그만큼 출혈 부담도 줄어든다. 수술 후 통증도 줄어든다.

하지만 둘 사이엔 차이도 있다. 예를 들어, 마코 로봇은 환자의 인대 균형 측정이 정확하고 간편하다. 최근 업그레이드 버전에서는 0.5mm 인장력 차이도 감지해서 조절할 수 있다.

집도의 손길과 의도에 따라 수술을 진행할 수 있도록 잘 보조해주는 로봇 팔 능력이 탁월하다. 의사가 로봇 팔을 잡고 전자톱으로 뼈를 절삭하는데, 0.25~0.75mm 오차 범위를 갖고 있다.

인공관절 수술의 최대 난제, ‘절삭 오차율’ 어떻게 줄이나

큐비스 로봇은 여기다 인공지능(AI)이 추가돼 상당 부분 자동으로 진행된다. 또 정밀한 밀링(milling) 절삭을 하기에 자른 뼈 표면이 깔끔하다. 절삭 오차 역시 0.5mm 이하다. 세계적인 수준이다.

그래서 잘라낸 자리에 새로 심는 인공관절과의 밀착도가 높다. 환자 상태에 따른 맞춤형 수술도 가능하다. 휘어진 무릎뼈를 1자로 바로잡는, 쉽지 않은 수술도 가능하다.

서울부민병원은 이 두 로봇을 활용해 인공관절 수술의 정밀도를 더 높여왔다. 하용찬 병원장은 “인공지능과 로봇의 결합은 미래 의료의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 낼 것”이라며 “무릎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하고 있다면 의사와 함께 로봇 수술의 장단점을 충분히 검토하고, 자신에 맞는 로봇을 선택할 수 있다”고 했다.

하 병원장도 인공관절 로봇수술과 고관절 내시경 수술 경험이 가장 많은 의사 중 하나다. 특히 큐비스 조인트가 탄생하는 데 직접 참여한 주인공이기도 하다. 그래서 전세계 인공관절 수술로봇들의 특성과 장단점을 두루 꿰고 있다.

정형외과 세계 1위와 한국 1위가 만나

지난달 11일, 특별한 이벤트가 벌어졌다. (의)인당의료재단(이사장 정흥태)의 서울, 부산, 해운대 3개 부민병원 관절센터 의료진 30여명이 화상회의에 잇따라 접속했다. 미국 HSS(Hospital for Special Surgery)와의 원격 컨퍼런스가 열렸기 때문.

HSS는 미국 주간지 뉴스위크가 매년 선정하는 ‘세계최고병원’(The World’s Best Hospitals)의 2023년 정형외과 분야 세계 1위. 정형외과 의사라면 누구나 한번은 가보고 싶어하는 병원이다.

서울부민병원은 2023년, 2024년 국내 비대학 종합병원 1위에 올랐다. 보건복지부 ‘의료질(質)’ 평가에서도 잇따라 1등급을 받아왔다. 세계 1위와 한국 1위의 만남인 셈이다.

지난달 미국 HSS와의 원격 화상회의에서 하용찬 병원장이 ‘큐비스 조인트’ 수술 로봇을 통한 임상 케이스를 설명하고 있다. [사진=서울부민병원]
하 병원장은 여기서 ‘큐비스 조인트 시스템을 이용한 로봇인공관절수술’(Robotic Assisted TKA using Cuvis-Joint system)을 발표했다. 큐비스 조인트의 자동 수술 시스템에 대해 설명하고, 임상에서 뽑아낸 3가지 수술 케이스를 HSS 의료진과 공유한 것.

여기엔 팀 라이트(Tim Wright) 박사도 있었다. ‘알프레드 샨즈(Alfred R. Shands) 상’을 받은, 인공관절수술 최고 수준 전문가다. 두 사람은 임상 현장에서 맞닥뜨리는 여러 이슈를 번갈아 가며 치밀하게 토론했다.

당뇨 있는 환자도 수술하는 CP시스템…내달 로봇수술 국제심포지엄

서울부민병원이 ‘CP’(Critical Pathway)라는 표준화된 치료시스템을 갖춘 것도 이런 HSS와의 협업 덕분. 입원부터 퇴원, 그리고 마취통증과 재활에 이르기까지 환자에 가장 안전하고 회복에 적합한 진료지침이다

특히 당뇨 등 만성적인 대사성 질환이 있는 환자는 수술하는 데 여러 제약이 따른다. 하 병원장은 “당뇨 환자라면 수술 1~2주 전부터 내과 의사들이 당뇨약을 특별히 관리해 수술에 최적화된 몸을 만든다”면서 “수술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않은 변수들도 내과(내분비내과, 순환기내과, 신장내과) 의료진이 함께 대비한다”고 했다.

서울부민의 로봇 수술 능력은 이제 글로벌 무대로 나아가고 있다. 내달 15일엔 서울 여의도 63컨벤션센터에서 ‘제3회 로봇 인공관절수술 심포지엄’도 연다. 대한정형외과 컴퓨터수술학회와 함께 한다.

국내외 20여 로봇수술 전문가가 5개 세션, 17개의 강의를 꾸민다. 특히 하용찬, 궁윤배 등이 그동안 갈고 닦은 임상 노하우가 녹아든 ‘라이브 서저리’(Live Surgery) 시연도 보인다. 이를 보려고 미국, 대만, 인도 등 해외 의사들도 두루 참석한다.

    윤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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