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의대 교수 97% “환자 지키고 싶어”…비대위 3기 위원장에 강희경 교수

강 교수 “올바른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정부의 몫”

지난 4월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 어린이병원에서 교수 등 의료진이 ‘서울대의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전체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뉴스1]
의대 증원을 둘러싼 의정갈등 장기화로 의료 공백, 진료 축소 등이 이어지는 상황 속에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 대다수는 환자 곁을 지키겠다고 밝혔다. 전공의 이탈 등으로 피로감은 쌓이고 있지만 환자를 떠나고 싶지 않다는 입장이다.

5일 서울대 의대·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회에 따르면 4개 병원(서울대학교병원·분당서울대학교병원·서울특별시보라매병원·강남센터) 전체 교수 설문 조사 결과 96.5%가 환자 곁을 지키고 싶다고 답했다.

하지만 응답자 중 70.9%는 진료 유지가 어렵다고 답했다. 63.5%는 환자 곁을 지키고 싶어도 힘들어서 진료를 축소해야 한다고 했다. 환자 곁을 지키고 싶지만 힘들어서 이탈을 고려한다는 응답자는 7.4%로 나타났다. 사직을 강행할 생각인 교수는 3.5%에 그쳤다. 해당 조사는 지난 3일부터 24시간 동안 진행됐으며 총 467명의 교수가 답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강희경 교수가 95.5%의 동의를 얻고 비대위 3기 위원장으로 선출되기도 했다. 의대 정책에 항의해 사직한 방재승 교수를 이어 비대위를 이끌게 될 강 교수는 선언문에서 “국민이 원하는 의료 실현”에 나서겠다고 했다. 비대위 공식 홈페이지(snumed.org)에서 국민 여론을 수렴하고 “우리나라 의료 문제점을 함께 파악하고 함께 해결하는 올바른 방향을 정리해 보여드리겠다”고 밝혔다.

강 교수는 “비대위가 개최한 심포지엄에서 환자들 목소리를 듣고 우리나라 의료가 이 지경이 될 때까지 교수 집단은 무엇을 했는가 되돌아봤다”며 “우리가 진료 공백을 메우고 정부 정책의 부당함을 주장하는 데 매몰된 사이 진료실에 들어오기 더 어려워진 환자의 불안과 절망은 커지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교수로서 전공의 수련·노동 환경 개선을 외면했다고도 전했다. 강 교수는 “미래 의료 전문가로서 전공의가 몸 바쳐 의료를 지탱하는 동안 우리 교수들은 그 희생을 당연한 관행으로 치부했다”며 “그들의 빈 자리가 커진 뒤에야 그간 제자를 제대로 가르치려고 노력하는 대신 젊은 노동력을 착취하는 데 집중했음을 깨달았다”고 했다.

강 교수는 “정부는 전공의에게서 근로자의 기본 권리조차 빼앗아갔지만, 면허정지와 형사처벌에 대한 두려움보다 더 그들을 아프게 하는 것은 국민과의 신뢰가 깨져버린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 의료를 바로 세우는 진정한 의료개혁의 첫 단계로, 먼저 ‘우리가 원하는 의료서비스의 모습’을 파악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올바른 정책을 실행하는 것은 정부의 몫”이라고 강조한 강 위원장은 “정부는 하루 빨리 전공의와 학생들에게 가하는 겁박을 거둬 이들이 일터로, 학교로 돌아올 수 있는 단초를 제공하기 바란다”고 했다.

    최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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