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 유발인자, 뇌 속의 이상단백질 때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알츠하이머 질환이 유전되는 한 가족의 유전자를 추적한 스웨덴 웁살라대학의 연구결과가 알츠하이머 유발 인자에 대한 오랜 논쟁에 기름을 부었다고 미국 건강의학 매체 스탯뉴스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지난주 ‘사이언스 중개의학’지에 개재된 이 논문은 40대 초반에 알츠하이머 증세가 대를 이어 발생한 남매와 그 사촌의 DNA에서 18개 유전문자가 삭제돼 있음을 발견했다. 바로 뇌세포의 표면막에 내장된 아밀로이드 전구단백질(ATT)의 대사를 담당한다 하여 이름 붙여진 ATT 유전자다.

ATT 유전자가 알츠하이머 발병과 관련돼 있다는 사실은 1986년 미국 매사추세츠 종합병원의 연구팀에 의해 발견됐다. 이른 나이에 알츠하이머가 발병하는 환자의 뇌세포에서는 ‘아밀로이드 베타(Aβ)’라는 끈끈한 단백질 침전물이 생성되는데 이것이 ATT유전자의 돌연변이와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알츠하이머 병을 최초로 학계에 보고한 독일의 의학자 알로이스 알츠하이머가 그 증세를 보이다 사망해 1906년 부검했던 51세 환자 아우그스테 데터의 대뇌피질에서 발견된 단백질 침전물과 같은 종류임이 훗날 밝혀졌다.

그 이후 Aβ가 뇌세포의 뉴런을 죽이고 알츠하이머병을 유발한다는 가설이 수립됐다. 지난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시판 승인을 받은 최초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아두카누맙’, 상품명 ‘에듀헬름’이 바로 그런 가설에 토대해 개발됐다. 알츠하이머 환자의 뇌에 쌓인 Aβ단백질을 제거해주는 단클론 항체약물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에듀헬름의 임상 3상 시험결과는 Aβ를 제거하는 데 매우 뛰어나지만 임상 실험에서 환자의 인지력 향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한 것으로 드러났다. 알츠하이머 원인 물질로 추정되는 Aβ를 제거함에도 증세 호전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이 때문에 Aβ가설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은 가운데 ‘웁살라 가족’의 사례가 발표되면서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게 됐다.

웁살라대 연구팀이 APP 돌연변이를 자세히 조사한 결과 기존에 알려진 것과 다른 종류의 Aβ가 생성됐음을 발견했다. 연구팀원들은 논문의 결론에서 “병적 변형으로 인해 APP가 특정 효소로 인해 분해되면서 긴 Aβ 돌연변이가 독특한 다형성 구조로 매우 빠르게 집적되면서 Aβ 생산이 증가해 인지장애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간단히 말해 유전자 결함으로 더 이상한 아밀로이드 단백질을 만들어 뉴런을 더 빨리 죽인다는 것이다.

ATT 유전자 돌연변이와 알츠하이머의 상관관계를 발견한 매사추세츠 종합병원 연구팀의 일원이었던 레이첼 니브 박사는 “이번 실험의 방법과 데이터는 모두 양호해 보이지만 문제는 데이터의 해석”이라고 말했다. 니브 박사는 그 발견 1년 뒤 건강한 사람들의 뇌에 APP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연구에 착수했으나 Aβ가설이 학계 주류가 되면서 해당 연구가 중단되는 아픔을 겪었다. 그는 “35년이 지난 지금도 APP의 정상 기능은 알려지지 않았다. 그 이후 알츠하이머 병으로 사망한 수백만 명의 사람들에게 이는 재앙”이었다면서 Aβ단백질 보다는 APP유전자 기능에 초점을 맞춰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Aβ가설에 기반한 연구팀의 결론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웁살라대 연구팀의 일원인 마틴 잉겔손은 이번 발견이 돌연변이 아밀로이드가 너무 빠르게 형성한 단백질 응집체(피브릴)이 뇌에 달라붙어 척수액에 의해 씻겨 나가지 않게 된다는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번 실험 결과가 여러 가지 방법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데 동의한다”고 밝혔다. 그는 스탯뉴스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이번 발견은 한편으론 APP의 잘못된 대사기능이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킨다는 점을 뒷받침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알츠하이머의 원인이 여럿임을 보여준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의견차이가 이번 발견의 가치를 떨어뜨리지는 않는다. 1986년 니브와 함께 APP를 발견한 아이칸 의과대학의 신경과학자 니콜라스 로바키스는 “약물개발 보다 더 중요한 것은 돌연변이 그 자체”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돌연변이를 통해 APP의 정상적인 기능에 대해 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APP 유전자 기능장애의 부산물인 아밀로이드 말고 APP 자체가 우리의 인지기능과 어떤 관련을 갖는지를 직접 조사할 수 있게 됐습니다.”

    한건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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