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임신부 ‘산전 진찰’ 미루지 마세요

 

결혼한 지 5년 만에 첫 아이를 보게 될 직장인 J씨(38. 남)는 요즘 만삭인 아내 때문에 좌불안석이다. 출산이 코앞인데 국내에서 지난 10일 메르스에 감염된 임신부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남일 같지 않을뿐더러 늦둥이라 더욱 힘들어하는 아내를 보니 마음이 늘 콩밭에 가있다.

12일 보건복지부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에 따르면 메르스 양성으로 확진된 39세 임신부의 상태는 현재 양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임신부는 역학조사를 통해 지난 달 27-29일 사이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질병통제센터(CDC)는 임신부를 만성질환자, 면역저하자, 고령자 등과 함께 일반적인 주의 대상으로 지정하고 있다. 임신부는 폐기능이 떨어지기 때문에 저산소증과 면역기능 감소로 각종 바이러스 감염에 취약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임신부가 메르스에 감염된 경우 태아사망과 조산, 저체중아 위험이 보고되고 있는 만큼 의심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진찰을 받을 것을 권고하고 있다.

제일병원 산부인과 한정열 교수(한국마더세이프전문상담센터장)는 “고열과 기침, 호흡곤란은 메르스 감염뿐 아니라 감기나 독감인 경우에도 발생할 수 있지만, 어떤 경우라도 고열은 태아의 신경손상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진단과 치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신부의 경우 외국에서도 감염 사례가 많지 않고, 항바이러스제제와 면역기능을 활성화시키는 인터페론 등을 투여하기 어렵기 때문에 증상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면서 대증요법을 실시해야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기 진단되면 항바이러스제제와 인터페론 등을 포함한 보조적 치료도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한 교수는 “항바이러스제제는 임산부 취급 위험약물로 분류되고 있지만, 외국 사례 논문을 취합할 때 임신 중기, 후기에 투약할 경우 태아에게 위해가 된 사례는 아직 보고되지 않고 있다”며 “보조적 치료를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신부가 폐렴 진단을 위해 흉부 엑스레이를 찍는 데 대한 우려와 관련해 한 교수는 “납가운을 입고 촬영하기 때문에 태아에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임신부의 메르스 예방법은 일반인과 크게 다르지 않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피하고, 마스크를 잘 착용하며, 손을 자주 씻는 것이 좋다. 한 교수는 “임신부가 메르스가 두려워서 산전 진찰을 미룰 경우 제때 진단돼야 할 기형아와 조산 진단 등을 놓칠 수 있기 때문에 평소대로 정기검사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배민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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