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경길 부부싸움 어떻게 피할까

격려 한마디, 마음 바꾸면 ‘행복의 길’

설을 맞아 고향에 온 조태훈(51, 경기 수원시)씨는 귀경길만 생각하면 마음 한

구석이 멍든 것 같다. 9시간 가깝게 걸리는 것도 고역이지만 더 피하고 싶은 건 아내와의

다툼. 이번에도 어김없이 부부싸움으로 귀경길이 고생길이 될 것만 같다.

설 연휴마다 귀경길에 다투는 부부가 적지 않다. 남편은 장시간 운전에, 아내는

명절 노동에 지친 상태라 자칫 말 한마디에 가시가 박힌 듯 민감하다. 남 이목 때문에

묵혀둔 남편과 아내에 대한 서운한 마음이 급기야 ‘명절이혼’운운 하며 폭발하기도

한다.

서울가정법원이 지난해 월별 이혼소송 건수를 분석한 결과 명절 이후 이혼이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설날(구정)이 들어있던 1월에는 880건에 불과하던 단독재판부 이혼

소송 건수가 2월에 1059건으로 200여건 늘어났다. 합의 재판부 담당도 73건에서 98건으로

늘었다.

동현법률사무소 김우표 가정법률전문위원은 “평소 부부간 불화가 명절 동안 남편에

대한 불만, 시댁과의 갈등, 음식장만 문제 등으로 증폭돼 명절이혼으로 이어지는

것같다”며 “특히 세대가 어릴수록 여자만 일하는 기존 관념을 용납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결혼생활지침서 ‘나를 웃게 하는 당신’의 저자인 한국에니어그램연구소 안미경

연구관은 “귀경길 부부싸움은 자녀 정서에도 좋지 않다”며 “부부가 서로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고 자기 고정관념을 바꾸려 하면 차안에서 다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귀경길 부부싸움 안하는 방법

△ 먼저 따뜻한 말을 건넨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 법. 귀경길에 오르면 먼저 ‘당신 힘들었죠’ ‘고생

했어요’라고 말한다. 인정받는다고 느끼면 보상받은 것같은 마음이 된다. 격려 한마디에

사나흘 간 힘들었던 기억도 잊혀진다. 평소 칭찬에 인색한 사람도 명절 때 내 인생의

반려자를 위해 립서비스를 한다. “여보, 힘들었죠. 고마워요” 해본다.

△ 나쁜 기억은 고향에 두고 온다

명절사이 들었던 말이나 가졌던 생각은 차안에서 입밖에 내지 않는다. 지친 상태에선

덕담이랍시고 했다가 독담(毒談)이 되는 수가 있다. 득 될 게 없는 사촌이 땅 산

얘기도 하지 않는다. ‘가정교육을 어떻게 했냐’ ‘둘째는 언제 만들 계획이냐’

등 누군가 무심코 한 상처받는 말은 고향 동산을 돌아나올 때 두고 온다. 특히, 아이와

관련된 말은 다시 꺼내봤자 부모도 아이도 상처받는다.

△ 말을 할 때 남편 아내를 ‘우리’라고 호칭한다

미국에서의 한 연구에 따르면 ‘나’ ‘너’ 같은 호칭 대신 ‘우리’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부부가 서로 긍정적 우호적으로 대하며 오래도록 정답게 산다. 말다툼 도중

‘내 생각에는’ ‘왜냐하면’ ‘이유는’ 등 생각과 관련된 말을 쓰면 갈등을 해결하는데

수월하다는 발표도 있다.

그러나, 본가 쪽을 지칭해서 “우리는 이래” “어쩔 수 없어, 우리는 이렇다니까”

하는 식으로 아내를 배제하는 듯한 표현은 피해야 한다. 지금 날마다 함께 지내는

아내와 아이들이 ‘우리’가 아니면 누가 ‘우리’란 말인가.

△예능 ‘1박 2일’을 카피 해본다

귀경길을 평소에 못 하던 여행길로 만들어 본다. 미리 지방명소 찻집 수목원 등을

찾아놓고 돌아가는 길에 들린다. 휴게소에서 밥 먹지 말고 시골 맛집을 찾아가 볼

일. 재밌는 라디오 방송 파일을 준비했다 틀어보기도 한다. 함께 노래 부르고 끝말잇기

같은 게임도 즐긴다. 커피 오징어 껌 과일 등 먹을거리도 챙겼다가 서로 입에 넣어준다.

△뒷좌석에 앉아보고 운전대는 교대한다

부부 모두 계속 앞좌석에만 앉지 않는다. 힘들게 운전하는데 옆에서 쿨쿨 자고

있으면 짜증스러울 수 있다. 운전석 뒤에 앉아 어깨를 주물러주면 어떨까. 남편만

운전하란 법은 없다. 돌아가며 운전하거나 눈을 붙인다. 아이만 돌보는 게 더 힘들다는

엄마도 있다.

△ ‘고향이 그리워도 못가는 신세’와 비교한다

고된 명절이 아니라 그리웠던 이들을 오랜만에 만나본 의미를 되새긴다. 아이에게도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을 가득 받고 고모 삼촌의 세뱃돈도 받은 즐거운 연휴였음을

설명한다. 엄마의 희생으로 설 명절이 평생 남을 좋은 추억이 되었음을 강조한다.

고향이 그리워도 갈 수 없는 사람이 많음을 생각한다.

    최승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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