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마실 때면 그녀가 겉옷을 벗는 까닭은?”

[차 권하는 의사, 유영현의 1+1 이야기] ② 차와 미토콘드리아

[사진=클립아트코리아]
지난 2009년, 마침내 정부 ‘우수연구센터(SRC)’가 됐다. 전국 내로라하는 연구진들과의 경쟁에서 얻은 결과였다. 동아대 의대에 ‘미토콘드리아 허브제어연구센터’ 유치는 일대 사건이었고 내 연구의 정점을 찍은 업적이었다.

이전까지 미토콘드리아는 TCA 회로와 산화적 인산화를 통하여 ATP(adenosine triphosphate, 아데노신 삼인산)를 생성하는, 세포 에너지 발전소로 알려졌을 뿐이었다. 그러다 20세기 말부터 그 이상으로 더 다양한 생명 현상에 관여한다는 사실이 밝혀지기 시작하였고, 이에 미토콘드리아는 아주 뜨거운 연구 분야로 떠올랐다. “미토콘드리아가 재림하였다”고 세상이 떠들썩했다.

마침 세포사(細胞死, Apoptosis)에서 미토콘드리아 역할을 연구하던 나는 연구진을 구성하여 우수연구센터에 도전하였다. ‘미토콘드리아 허브’란 미토콘드리아 기능 망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인자를 의미한다.

이후 센터 연구진들은 7년 동안 미토콘드리아 기능을 조절하는 주요 인자들을 연구하여 약 200여 편 논문을 국제잡지에 게재했다. 특허도 수십 건을 산출하였다.

우리 몸에 활력을 주는 ‘에너지 화폐’ 미토콘드리아 ATP 

지금까지 이루어진 연구 결과에 의하면 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에서 다양한 기능을 수행한다. 활성산소 생성 및 제거, 세포 자가 사멸 조절, 칼슘 신호 조절, 호르몬 합성 조절, 세포 염증 반응 조절 등. 다양한 질병에도 관여한다.

미토콘드리아는 몇 마이크로미터(m) 크기를 가진 소기관이다. 세포 종류 따라 다르지만 한 세포에 몇 개에서 1만 개 정도 존재한다. 인체 내 미토콘드리아 숫자는 약 1경 개 정도가 되어 몸무게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미토콘드리아 1억 개가 모이면 모래알 한 알 정도의 무게가 된다.

미토콘드리아. [사진=유영현]
미토콘드리아의 모양은 다양하다. 작은 알갱이와 같기도 하고 그물망처럼 이어지기도 한다.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면 마치 손가락 지문과 같은 모양을 보이기도 한다.

나도 미토콘드리아 모양을 자주 관찰하였다. 한 실험에서 간세포의 미토콘드리아 모양을 전자현미경으로 관찰하였는데, 동글동글한 미토콘드리아가 항암제를 투여하니 길쭉해졌다 (J Cell Physiol, 2012).

아무리 새로운 기능들이 밝혀졌다 하여도 미토콘드리아의 주된 기능은 에너지 생산이다. 우리나라 전역에는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고 공급하는 발전소가 있다. 세포 속 발전소는 미토콘드리아이다. 우리가 사용하는 에너지 거의 전부를 ATP 형태로 생산한다.

ATP는 포도당을 이용하여 만들어진다. 지질이 대사를 거쳐 지방산이 되고 TCA 회로에 들어오면서 만들어지기도 한다. ADP는 음식물로 에너지를 얻어 ATP를 합성한다.

생명 공통의 ‘에너지 화폐’인 ATP는 ADP로 전환되면서 우리 몸에 필요한 에너지를 제공한다. 이 에너지로 여러 생명 활동이 가능해진다.

ATP는 우리 몸의 여러 활동에 필요하다. 전기에너지로 쓰여 신경계의 기능을 수행하며, 기계적 에너지로 쓰여 근육운동을 유발한다. 화학에너지로 쓰여서 다양한 물질합성에 쓰인다. 빛에너지로 쓰여 발광하기도 한다. 또 열에너지로 쓰여 체온을 유지한다.

ATP 합성에는 발열 반응이 수반된다. 아래 그림은 인체의 에너지 화폐인 ATP가 합성되는 과정을 그려 놓은 그림이다.

TCA 회로와 ATP 형성을 설명한 그림. [그림=유영현]
미토콘드리아에서 ATP가 원활하게 합성되기 위해선 7가지 조효소가 필요하다. 차(茶)는 이들 중 티아민, 리보플라빈, 니아신, 판토텐산, 바이오틴, 코발라민 등 여섯 가지를 함유하고 있다.

이런 조효소들이 들어 있기에 차는 ATP 합성을 촉진한다. 차가 소화기 상피세포 미토콘드리아에 조효소들을 공급하면서 ATP 합성이 일어나고 발열(發熱) 반응이 뒤따라 오는 것이다.

나중에는 배는 물론 등까지 따뜻해지면서 땀이 난다. 체온이 떨어진 암 환우들에게 체온을 올려주고, ATP 합성을 도와 몸의 활력을 촉진한다.

차 안에 들어있는 ATP 조효소들이 몸 발열반응 일으킨다고?

차를 마신 후 나오는 발열 반응에 대해 그동안 다양한 해석이 있었다. “우주의 기운이 몸으로 들어온다”는 투의 형이상학적 설명도 있었다.

어떤 사람은 “뜨거운 물을 마셨기 때문에 속에서 열이 난다”고도 했다. 하지만 차를 마시고 속이 따뜻해지는 느낌은 뜨거운 물을 마셨을 때의 느낌과는 다르다.

어떤 이는 “식사 유발로 인한 체열 생산과 유사하다”고도 했다. 차를 마시면 섭취된 음식이 소화되면서 소화작용으로 인한 체온 상승이 일어나는 것과 유사하다는 것. 하지만 이 설명은 납득하기 어렵다. 소화가 다 이루어진 식간(食間) 상황에서도 발열 반응을 경험하므로 차의 발열 반응을 반드시 소화작용이라고 볼 수는 없다.

발열 반응과 관련하여 어떤 이들은 “녹차는 차가운 성질이 있어 배를 따뜻하게 하지 않는다”는 주장도 한다. 하지만 녹차를 마셔도 배가 따뜻해진다. 녹차를 주로 마시는 애호가들에게 다시 확인도 해봤다. 그들은 “녹차도 배를 따뜻하게 한다”고 답하였다.

이들을 두루 종합하면, 차를 마시고 배가 따뜻해지는 발열 반응은 찻물에 녹아 들어온 TCA 회로 조효소들 때문이라는 설명이 가장 타당하다고 믿는다. 명백한 생화학 현상으로 설명이 되는데 굳이 근거 없는 논리로 이를 설명하려 하면 ‘견강부회’(牽强附會)가 따로 없다.

차의 효능은 뒤늦게 설명되는 경향이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차를 마시며 사람들이 경험한 효능은 다른 주변 지식과 정보가 밝혀져서 비로소 설명되기 시작하였다.

답답한 마음에 어떻게든 효능을 설명해 보려는 노력은 가상하지만, 허황된 설명은 차를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조차 차에서 멀리 떠나보내는 우(愚)를 범할 수 있다.

필자가 인도하는 매주 차 클리닉(tea clinique) 시간이 되면 암 환우들이 모여 차를 나누고 대화를 나눈다. 차를 마시고 얼마 되지 않아 몇 환우들은 덥다고 웃옷을 벗는다.

암이 체온을 떨어뜨린다는 것을 아는 환우들은 이런 발열 반응을 오히려 즐긴다. 그리고 이 발열 반응은 암병원에서 다회(茶會)를 꿈꿔온 내게 ‘기쁨의 열’(喜悅)을 준다.

유영현 부산 앨앤더슨병원 진료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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