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호르몬제 먹고 있나요? 그 대신 콩을 먹자

[송무호의 비건뉴스] 골다공증의 불편한 진실⑫

폐경 후 생기는 갱년기 증상은 서양인보다 동양인은 빈도가 낮고 증상도 심하지 않다 [1]. 그 이유가 뭘까? 식습관이 다르기 때문이다.

식물에는 여성 호르몬인 에스트로겐과 비슷한 물질이 들어있는데 이를 파이토에스트로겐(phytoestrogen)이라 부른다(e.g. isoflavone, lignan, coumestan, stilbene) [2]. 이런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구조적으로 에스트로겐 호르몬과 유사해 여성 호르몬이 부족한 갱년기 여성들에게 건강상 이점이 많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아마 씨, 참깨 등 종실류나 견과류, 채소, 과일 등 다양한 식물에 포함되어 있다. 식물성 에스트로겐 중 가장 연구가 많이 되고 잘 알려진 이소플라본(isoflavone)은 콩류 특히 대두에 많이 들어있어 전통적으로 콩으로 만든 음식을 많이 먹는 동양인이 서양인보다 갱년기 증상이 적은 것은 당연하다. 실제로 동양인은 서양인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10~20배 더 많이 섭취한다 [3].

일본의 전통적인 식사에 많이 포함된 두부를 즐겨 먹는 여성은 그렇지 않은 여성에 비해 갱년기 증상이 덜하다는 보고도 있고 [4], 중국인 중 채식을 주로 하는 여성은 갱년기 증상이 적다는 보고도 있다 [5].

또한, 합성 이소플라본을 투여한 후 갱년기 증상 완화에 대한 36개의 논문을 종합 분석한 결과, 이소플라본 투여군은 위약군에 비해 2배의 효과가 있다 [6]. 물론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실제 호르몬보다 효능이 다소 약하지만, 실제 에스트로겐 호르몬 투여 후 생길 수 있는 자궁내막암, 유방암, 심장마비, 뇌경색 등의 부작용들을 고려할 때 충분히 가치 있는 대안 치료법이다 [7].

콩은 갱년기 증상 완화뿐 아니라 골다공증도 예방한다. 이소플라본을 투여한 군에서 골밀도가 54% 증가했다는 보고도 있고 [8], 콩을 많이 섭취하면 척추의 골밀도가 증가한다는 연구도 있다 [9].

두유를 하루 두 잔 마시면 저용량 호르몬 패치를 사용하는 것보다 척추 골밀도 보존에 유리하다 [10]. 이소플라본을 1년간 투여군에서 호르몬 치료군(群)과 대등하게 척추뿐 아니라 고관절 골밀도가 상승했다는 보고도 있다 [11].

이러한 골밀도 상승효과는 결국 골절 예방에도 이바지한다. 콩 식품을 자주 먹는 여성의 골절 빈도는 그렇지 않은 군에 비해 유의미하게 낮았다 [12].

참고로 이소플라본은 대두단백질 등의 보충제 형태로 섭취하는 것보다 콩을 직접 섭취하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13].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사람의 몸에서 만들어진 에스트로겐과 똑같지는 않지만, 에스트로겐 수용체(receptor, 세포막에 존재하며 세포의 특정 기능을 작동시키는 스위치)를 활성화할 수 있을 정도로 비슷하게 생겼다. 따라서 음식으로 먹은 식물성 에스트로겐도 인체 호르몬처럼 여러 작용을 할 수 있다.

에스트로겐 수용체에는 알파와 베타 두 가지 종류가 있다. 알파는 주로 유방과 자궁에 많이 분포하여 해당 세포를 잘 자라게 하고, 베타는 주로 심장보호와 뼈 형성 세포에 작동한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특이하게도 알파 수용체는 억제하고 베타 수용체는 활성화한다 [14, 15]. 즉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많이 섭취하면 유방암과 자궁암을 예방하는 동시에 심장과 뼈를 보호하는 작용을 한다 [16, 17, 18].

그래서 호르몬치료는 폐경 증상이 심한 일부 여성에게 단기간 사용될 수는 있으나, 골다공증 예방을 위한 장기간 사용은 적절하지 않다. 뼈 건강을 위해 호르몬치료에 매달리지 말고 건강한 식사, 규칙적인 운동, 금연이 여성 건강에 진짜 도움이 되는 방법이다 [19, 20].

왜 콩을 먹어야 하느냐고?… 결론은 이렇다

수많은 과학적인 증거가 있음에도 여전히 많은 의사가 호르몬치료의 효과를 믿고 있으며, 에스트로겐 부작용에 대한 상세한 설명 없이 변형된 형태의 호르몬치료를 권하고 있다.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이다. 호르몬치료는 인체의 노화 현상을 자연적인 현상으로 보지 않고 병적인 상태나 치료가 필요한 상태로 왜곡하는, 일종의 질병 장사(Disease mongering)에 다름없다.

다시 얘기하지만, 폐경은 에스트로겐 부족 때문에 생기는 병이 아니다. 골다공증도 마찬가지다. 조물주는 여성을 그렇게 허약하게 만들지 않았다. 폐경은 나이에 맞게 인체를 최적화해가는 자연의 이치다. 따라서 약이 필요한 병적 상태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병이 아닌 것을 약으로 치료하는 어리석음을 범하지 말자. 독자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된다.

송무호 의학박사·정형외과 전문의

참고문헌
1. AJ Thomas, R Ismail, L Taylor-Swanson, et al. Effects of isoflavones and amino acid therapies for hot flashes and co-occurring symptoms during the menopausal transition and early postmenopause: a systematic review. Maturitas 2014;78:263-276.
2. L Bacciottini, A Falchetti, B Pampaloni, et al. Phytoestrogens: food or drug? Clin Cases Miner Bone Metab 2007;4:123-130.
3. D Desmawati, D Sulastri. Phytoestrogens and Their Health Effect. Open Access Maced J Med Sci 2019;7:495-499.
4. C Nagata, N Takatsuka, N Kawakami, H Shimizu. Soy product intake and hot flashes in Japanese women: results from a community-based prospective study. American Journal of Epidemiology 2001;153:790-793.
5. ZM Liu, SC Ho, YJ Xie, J Woo. Whole plant foods intake is associated with fewer menopausal symptoms in Chinese postmenopausal women with prehypertension or untreated hypertension. Menopause 2015;22:496-504.
6. K Taku, MK Melby, F Kronenberg, et al. Extracted or synthesized soybean isoflavones reduce menopausal hot flash frequency and severity: systematic review and meta-analysis of randomized controlled trials. Menopause 2012;19:776-790.
7. A Crisafulli, H Marini, A Bitto, et al. Effects of genistein on hot flushes in early postmenopausal women: a randomized, double-blind EPT- and placebo-controlled study. Menopause 2004;11:400-404.
8. P Wei, M Liu, Y Chen, DC Chen. Systematic review of soy isoflavone supplements on osteoporosis in women. Asian Pacific journal of tropical medicine 2012;5:243-248.
9. Y Somekawa, M Chiguchi, T Ishibashi, T Aso. Soy intake related to menopausal symptoms, serum lipids, and bone mineral density in postmenopausal Japanese women. Obstetrics & Gynecology 2001;97:109-115.
10. E Lydeking-Olsen, JE Beck-Jensen, KDR Setchell, T Holm-Jensen. Soymilk or progesterone for prevention of bone loss: A 2 year randomized, placebo–controlled trial. European Journal of Nutrition 2004;43:246-257.
11. N Morabito, A Crisafulli, C Vergara, et al. Effects of genistein and hormone‐replacement therapy on bone loss in early postmenopausal women: a randomized double‐blind placebo‐controlled study. J Bone Miner Res 2002;17:1904-1912.
12. X Zhang, XO Shu, H Li, et al. Prospective cohort study of soy food consumption and risk of bone fracture among postmenopausal women. Arch Intern Med 2005;165:1890-1895.
13. S Reinwald, CM Weaver. Soy components vs. whole soy: are we betting our bones on a long shot? The Journal of nutrition 2010;140:2312-2317.
14. I Paterni, C Granchi, JA Katzenellenbogen, F Minutolo. Estrogen receptors alpha (ERα) and beta (ERβ):subtype-selective ligands and clinical potential. Steroids 2014;90:13-29.
15. SO Mueller, S Simon, K Chae, et al. Phytoestrogens and their human metabolites show distinct agonistic and antagonistic properties on estrogen receptor α (ERα) and ERβ in human cells. Toxicological Sciences 2004;80:14-25.
16. H Adlercreutz. Phyto-oestrogens and cancer. Lancet Oncol 2002;3:364-373.
17. FH Sarkar, Y Li. Soy isoflavones and cancer prevention. Cancer Invest 2003;21:744-57.
18. YT van der Schouw, MJ de Kleijn, PH Peeters, DE Grobbee. Phyto-oestrogens and cardiovascular disease risk. Nutr Metab Cardiovasc Dis 2000;10:154-167.
19. GA Fugh-Berman, AR Scialli. Gynecologists and estrogen: an affair of the heart. Perspectives in biology and medicine 2006;49:115-130.
20. I Domínguez-López, M Yago-Aragón, A Salas-Huetos, et al. Effects of dietary phytoestrogens on hormones throughout a human lifespan: A review. Nutrients 2020;12:2456.

    송무호 의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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