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번째 디지털치료기기 허가받았지만…갈길 먼 처방 확대

국내 1호 DTx 에임메드 '솜즈'도 의료현장 활용은 부진

[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국내 제3, 4호 디지털치료기기(Dtx)를 허가했다. 앞서 웰트의 인지치료소프트웨어 ‘웰트-아이’가 2호 허가를 받은지 꼬박 1년 만이다.

식약처는 뉴냅스의 인지치료소프트웨어 ‘비비드브레인’과 쉐어앤서비스의 호흡재활소프트웨어 ‘이지브리드’를 디지털치료기기로 허가했다고 최근 밝혔다. 식약처는 두 제품의 개발부터 임상시험 설계까지 밀착 지원했으며, 과학적이고 철저한 심사를 거쳐 허가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치료기기는 의학적 장애나 질병을 예방, 관리, 치료하기 위해 과학적 근거를 기반으로 환자에게 개입하는 소프트웨어 의료기기다. 이번에 허가를 받은 두 제품 모두 모바일 앱 형태로 환자에게 제공된다.

비비드브레인은 뇌 질환으로 시야장애가 나타난 환자의 좁아진 시야를 개선하는 치료기기다. 12주간 시각 자극에 대한 반복적인 훈련을 제공해 시지각 기능 회복을 목표로 한다. 이지브리드는 만성폐쇄성 질환, 천식, 폐암 등을 앓는 환자에게 8주간 맞춤형 호흡 재활훈련을 제공해 유산소 운동능력과 호흡 곤란 증상을 개선한다.

이번 허가를 통해 기존에 불면증에 집중됐던 디지털치료기기의 적응증이 다양해질 전망이다. 앞서 1, 2호 허가를 받은 에임메드의 ‘솜즈’와 웰트의 ‘웰트-아이’는 모두 불면증을 치료하는 제품이다. 비비드브레인과 이지브리드의 가세로 신체적인 질환에도 개선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오유경 식약처장 역시 “이번 허가는 디지털치료기기가 질병 치료뿐 아니라 장애를 경감하는 데도 활용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라며 “단단한 규제지원을 통해 제품 출시를 앞당기고 다양한 질환에 디지털치료기기가 활용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다만 새로운 제품의 허가와는 별개로 시장의 확대를 위해서는 처방 확대가 관건이라는 산업계와 의료계 분석도 있다. 실제 의료 현장에서 처방되고 있는 것은 솜즈가 유일하다. 지난 1월부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처방을 시작했다. 그마저도 서울대병원 처방건수는 10건 내외, 세브란스병원은 집계가 어려운 상황이다.

의료계에선 전자의무기록(EMR)과 연동하는 등 의료기관과의 원활한 협력을 통해 처방 건수를 늘려야 한다고 보고 있다. 지난 11일 대한병원협회가 주최한 ‘KHC 2024’ 포럼에서 연세대 예방의학교실 신재용 교수는 “디지털치료기기의 활성화를 위해선 병원에서 적극 처방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디지털치료기기를 이용한 환자의 데이터가 EMR을 거치도록 해 의사들이 편하게 처방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망했다.

산업계는 디지털치료기기 산업의 특수성을 인정한 규제 개혁을 요구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디지털 치료기기는 식약처 허가 뒤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 근거창출위원회의 인증을 받아야 상용화가 가능하다. 해당 기술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고 판단한 보건 당국의 조치다.

지난해 2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에임메드 솜즈의 처방이 11개월만에 이뤄진 것도 이 영향이 크다. 식약처에 제출한 임상과 동일한 수준의 데이터를 다시 제출할 것을 요청받는 등 시간이 지연됐다. 이와 관련해 에밈메드 임진환 대표는 “신의료기술을 평가하는 NECA의 신중한 접근방식에 깊이 공감하지만, DTx는 사실 환자에게 예상되는 부작용이 거의 없는 기술”이라며 “속도감 있는 규제방식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국의 헬스케어 기업 ‘베터테라퓨틱스’는 세계에서 처음으로 2형 당뇨병 환자 대상 디지털치료기기를 개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한때 10조원 이상의 가치를 가진 기업으로 평가받는 등 시장의 주목이 컸다. 그러나 처방이 더뎌지면서 안정적인 매출을 기록하는 데 실패해 결국 지난달 나스닥 상장 폐지를 요청했다.

세계 최초로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을 열었다고 평가받는 ‘페어페라퓨틱스’ 역시 안정적인 매출 발생까지 버티지 못하고 지난해 3월 파산을 신청한 바 있다. 국내 디지털치료기기 시장의 선순환을 위해선 기존 제품의 처방 확대와 매출 발생이 선행되어야 하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장자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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