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쉐린 레스토랑, “파업 의사 안 받아요”

의료계-국민 신뢰 관계에도 균열 모양새...의료계 "사태 본질 왜 안보나"

서울 마포구의 미쉐린 레스토랑 일베키오의 대표가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 올린 글. 파업 의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해 의사들의 반발을 불렀다.

올해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서울 마포구의 레스토랑이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예약 안내 페이지에서 “의료 파업 관계자의 식당 출입을 금지하겠다”고 선언했다.

22일 서울 마포구 상암동의 이탈리아 음식점 ‘일 베키오’ 측은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 ‘의료파업관계자 출입금지’라는 글이 적힌 사진과 글을 게재했다.  이 식당은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04에 이름을 올린 레스토랑이다.  미쉐린 가이드 (Michelin Guide)는 프랑스어로는 ‘기드 미슐랭’이라고 하며, 프랑스 타이어 회사 미쉐린이 출판하는 식당 및 여행 가이드북이다. 선정 기준이 까다롭기로 유명하다.

이 레스토랑의 대표인 김민균 셰프는 네이버 예약 페이지에서 “베키오는 잠정적으로 당분간 의료파업에 동참하고 계시는 관계자분을 모시지 않는다”며 “정중하게 사양한다”고 알렸다. 이어 “사업가라면 누가 손님이 될 지 모르기에 어떠한 경우에라도 중치적 중립을 지키는 것이 유리할 수 있지만, 확고한 소신으로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이같은 방침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수술대를 찾지 못해 병원 응급실에 가서조차도 119에 전화를 해 수소문 해야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라며 “그 사람이 당신의 가족이 될 수도 있다”고 썼다. 김 셰프는 또 “최소한의 직업윤리에 대한 사명감마저 저버리는 행동은 비난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우리 식당에서는 의료파업에 동참하고 계신 관계자분들을 모시고 싶지 않다”고 했다.

베키오의 소식이 의사 커뮤니티에 알려지자, 포털 사이트와 소셜미디어 등에 의사들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이 몰려와 별점 테러를 펼치고, 모욕성 항의 댓글을 다는 등 공격하고 있다.

자신을 응급의학과 전문의라고 밝힌 한 누리꾼은 “현 정책(의대 증원)을 반대하고 제대로된 정책을 내야 한다고 해도 불통이어서 전공의들이 사직한 것”이라며 “사직하지 않은 전문의도 이 정책을 동의해서 남아 있는 것이 아니다”는 댓글을 달았다.

다른 의사 출신 누리꾼은 “선생님 같은 분들은 병원에 오지말고 대체의학이나 현대의학 이외의 치료법을 선택하면 좋겠다”며 “병원에서는 환자를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고 공격했다.

이외에도 의사로 추정되는 누리꾼들은 “미쉐린 식당 2000개 증원하자”, “(본인 소신이 중요한 만큼) 타인의 소신과 용기도 존중해달라”, “의사 비난하려거든 원가 70%(급여 원가보전율) 받으면서 장사해라” 등 날선 반응을 보였다.

김 셰프는 일 베키오의 인스타그램 페이지에서 “그 어느때보다 확고한 소신으로 살아갈 것이며 앞으로 일어나는 모든일에 대한 불이익 또한 감수할 것”이라며 “마지막으로 인력부족으로 힘든 환경 속에서도 늦은 밤 새볔까지 애써주신 한양대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이비인후과, 흉부외과 관계자분들께 진심으로 고개숙여 감사의 말씀을 올린다”고 썼다.

레스토랑의 결정을 지지하는 누리꾼도 적지 않았다. 한 누리꾼은 “의사들 입장을 이해 못 하는건 아니지만 적당히 해야한다”며 “저 식당은 일부 손님을 가려 받았지만 의사들은 환자를 받는거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료계 일각에서는 의사와 국민 사이의 신뢰관계에 금이 가는 것 자체가 안타깝다는 의견도 나온다. 서울 빅5 대형병원 전공의 출신의 한 개원 전문의는 “불과 4년전만 해도 코로나19 속에서 의료진들에게 감사하다는 ‘덕분에 챌린지’가 퍼지면서 국민과 의사들 사이의 신뢰가 두텁게 쌓였다”면서 “정부가 정책을 시행하는 과정에서 너무 분열을 부추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라는 생각이 들고 너무 안타깝다. 사태의 본질을 파악하기보다는 의료계 비난에만 열을 올리게 되면서 이런 일이 생긴것 같다”고 말했다.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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