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서 팔리는 新藥’ 신화 써가는 K-제약·바이오

[진성기의 바이오제약 체크업]

SK바이오팜은 SK그룹의 수많은 계열회사 중 하나다. 회사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제약·바이오 사업을 한다. 주식투자자들이야 어느 정도 알겠지만 일반인들에겐 낯선 편이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 덩치도 작은 데다, 딱히 주목받은 일도 없었던 탓이다.,

이 회사는 2011년 SK(주)에서 물적분할된 이후 지금까지 한번도 적자를 벗어난 적이 없다. 분할 훨씬 전인 1990년대부터 신약 개발에 ‘올인’했는데, 돈을 쓰기만 했지 버는 건 거의 없었다. 그런 모진 세월 끝에 2019년 신약 개발 결실을 거뒀다. 자체 개발한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가 마침내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았다. 이듬해 미국에서 ‘엑스코프리’라는 상품명으로 출시하면서 매출을 만들기 시작했고, 갈수록 탄력을 붙이더니 작년 미국에서만 2700억원대 매출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지난해 4분기 처음으로 분기 기준 흑자를 냈다. 올해는 연간 흑자에 도전하고 있다.

뇌전증치료제 ‘세노바메이트’, 美서 성장가도에

특이한 것은 이 회사 매출 대부분이 세노바메이트 1개 제품에서 발생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 3549억원 중 90% 이상이 세노바메이트에서 나왔다. 신약 1개가 지닌 무게감을 느낄 수 있는 대목이다. 더욱 주목할 지점은 회사 매출 전부를 해외에서 창출했다는 것. 미국 2700억여원을 비롯해 유럽, 일본 등에서 나오는 세노바메이트 판매 대금과 해외 기술수출료 등으로 3500억여원을 벌어들였다. 국내 기업이 선진국 시장에서 신약을 팔아 연간 수천억원 매출을 올린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1999년 이후 지금까지 25년간 국산 신약이 모두 40개쯤 탄생했는데, 세노바메이트를 빼면 해외에서 탄탄한 실적을 낸 제품이 없다. 보령 ‘카나브’와 HK이노엔 ‘케이캡’이 연간 1000억원 이상 팔리고 있지만, 수출로 벌어들이는 건 미미하다. 연결 기준 55조원대 매출을 자랑하는 LG화학의 생명과학부문도 마찬가지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인 당뇨병 신약 ‘제미글로’와 제미글로복합제는 작년 1400억원대 매출을 냈지만 수출액은 100억원대에 그쳤다. ‘우물안 개구리’, 이게 우리의 현주소다.

그런 점에서 SK바이오팜은 분명히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까다로운 미국 FDA의 신약 허가 관문을 뚫었고, 미국과 유럽 현지에서 경쟁자들과 당당히 겨뤄 연간 수천억원 매출을 만들고 있으니 말이다. K-제약·바이오가 향후 가야 할 길을 제시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차범근, 박찬호처럼 선진국 뚫은 선도적 제품”

이동훈 SK바이오팜 사장은 “올해는 연간 흑자 달성으로 미국에서 신약을 직접 판매하는 비즈니스모델의 수익성을 입증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고 자신감을 내보인다. 하태기 상상인증권 애널리스트는 “축구 차범근, 야구 박찬호가 선진국 스포츠 시장에 진출해 이름을 날린 것처럼 세노바메이트는 글로벌 의약품 시장을 뚫은 선도적 신약이라고 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짐펜트라 [사진=셀트리온]
여기에 더해 셀트리온도 올해 미국에서 K-제약·바이오의 저력을 제대로 보여줄 태세다. 이 회사의 자가면역치료제 ‘짐펜트라(램시마SC의 미국 상품명)’는 지난해 미국에서 신약으로 승인받았다. 올해 들어 미국 주요 처방약급여관리업체(PBM)와 등재 계약을 체결하는 등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미국 현지 병원들을 훑으며 진두지휘하고 있다니 올해 당장 큰 성과가 기대된다. 지난 3월 셀트리온 주주총회에서 화상으로 모습을 드러낸 서 회장은 “연말까지 미국내 2800개 병원을 7개 지역으로 나눠 직원들과 함께 돌려고 한다”며 짐펜트라 조기 안착에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셀트리온 ‘짐펜트라’도 미국서 선전 기대

국내에는 50년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제약사들이 수두룩하다. 하지만 글로벌 의약품 시장에서 한국 기업들은 아직 변방 신세다. 코로나 팬데믹 기간에 국내 진단제품들이 일시적으로 대규모로 수출된 적은 있지만 전문치료제를 선진국에 내다 판 적은 거의 없다. 그러나 이제 우물 밖 세상을 향해 비상하는 개구리들이 생겨나고 있다. 그 맨 앞에 세노바메이트와 짐펜트라가 섰다.

올해 1년을 보낸 뒤 두 제품이 받아들 성적표가 벌써 궁금하다. 미국에서만 각각 4000억원, 5000억원 이상 판매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두 회사가 세운 목표치 이상으로 호실적이 나오길 바란다.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선한 영향력으로, 강력한 자극제로 작용할 것이다. 이런 일이 쌓여 K-제약·바이오도 K-반도체, K-컬처, K-방산처럼 세계 시장의 주요 축이 되는 때가 오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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