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표할 기운도 없어” …女 아프면 투표 안간다

‘건강 악화’ 투표 외면, 저소득층 여성에선 더 두드러져

여성의 경우,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쁠’ 때와 ‘매우 좋을’ 때의 투표참여 확률이 각각 약 65.4%와 약 73.6%로 추정됨에 따라 그 격차가 약 8.2%P로 큰 차이를 보였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한국에서 건강 상태의 악화에 따른 투표참여 수준의 감소가 남성보다 여성에서 더 심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저소득층에서 건강 악화로 인한 여성 유권자들의 투표참여 수준의 감소가 두드려진다.

한국외대 이재묵 정치외교학과 교수(교신저자)와 스탠포드대학교 김기동 박사후 연구원(제1저자)이 한국종합사회조사(KGSS) 누적데이터(2003~2018)를 이용해 연구 분석한 결과, 자신의 건강 상태를 ‘매우 나쁘다’고 답한 응답자들의 투표참여 확률은 평균 69.2%로 추정됐지만 ‘매우 좋다’고 답한 응답자들은 74.3%로 더 높게 추정됐다.

KGSS 누적데이터에는 2002년 대통령선거, 2004년 국회의원선거, 2006년 지방선거, 2007년 대통령선거, 2008년 국회의원선거, 2010년 지방선거, 2012년 국회의원선거, 2012년 대통령선거, 2014년 지방선거, 2016년 국회의원선거, 2018년 지방선거 등이 포함되어 있다.

구체적인 연구 분석에 따르면, 남성의 투표참여 확률은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쁠’ 때는 약 73.5%이며, 건강 상태가 ‘매우 좋을’ 때는 약 75.3%로 최솟값에서 최댓값으로의 변화는 약 1.8% 포인트(P)였지만 여성의 경우,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쁠’ 때와 ‘매우 좋을’ 때의 투표참여 확률이 각각 약 65.4%와 약 73.6%로 추정됨에 따라 그 격차가 약 8.2%P로 큰 차이를 보였다. 건강 상태의 격차에 따른 투표참여의 불평등이 남성보다 여성 유권자들에게서 더 두드러지는 것이다.

건강 상태의 차이에 따른 투표참여의 성별 격차는 소득이 낮을수록 더욱 큰 수준으로 드러났다. 건강 상태가 ‘매우 나쁠’ 때와 ‘매우 좋을’ 때의 변화를 보면, 고소득층 가구에서 남성들 사이에서 약 5.9%P의 투표참여 확률의 증가가 있었으나 여성들 사이에서는 오히려 약 1.2P가 줄었다. 같은 조건에서 중간 소득층 가구의 남성들은 약 2.7%P의 투표참여 확률 증가를, 여성들은 약 7.0%P의 투표참여 확률 증가를 나타낼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같은 조건에서 저소득층의 경우 남성들의 투표참여 확률은 약 0.8%P 저하됐지만 여성들의 투표참여 확률은 약 13.5%P 정도 큰 폭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 연구 내용은 한국정치정보학회가 발간하는 ≪정치정보연구≫ 제26권 3호(2023년 10월)에 실렸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 결과는 건강 상태의 차이에 따른 투표참여의 성별 격차가 소득수준이 낮아질수록 더 강하게 나타날 수 있음을 보인다”면서 “저소득층의 여성 유권자들이 건강 상태의 악화에 따른 투표참여 수준의 감소를 가장 크게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좀 더 평등한 한국 민주주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성들, 특히 저소득층 여성들의 목소리를 투표참여를 비롯한 정치제도의 틀 안으로 가져올 수 있는 정책적 장치들이 시급히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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