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정부 “2천명 증원 확고”…의료계엔 “대화하자”

尹-중수본, '의료계와의 대화' 천명...증원 규모-전공의 처벌 입장은 유지

지난 25일 경기도 용인특례시청에서 ‘스물세 번째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 [사진=대통령실]
의료공백 사태가 악화일로를 걷는 가운데,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 추진을 적극 강조하고 나섰다. 중재를 위해 자발적 사직에 나선 의대 교수들에게 정부는 ‘조건 없는 대화’에 임해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종전의 의대 증원 규모나 전공의 처벌 방침은 유지했다.

26일 국무회의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 회의에선 의료공백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의료계와 전면적인 대화를 천명했다.

이날 국무회의를 주재한 윤석열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 “의대 교수진을 비롯한 의료인들은 의료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길 바란다”며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다.

윤 대통령을 필두로 정부가 의료계와의 대화 방침을 전면 제시한 것이다. 다만, 윤 대통령은 의대 2000명 증원 방침을 유지할 것을 시사하는 한편, 필수·지역의료 살리기를 중심으로 한 의료개혁 후속 정책에 대한 전반적인 방향성을 제시했다.

윤 대통령은 모두발언 첫머리에서 “지난 20일 2025학년도 대학별 의대 정원 배분이 완료됐다”며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 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 조건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의대 증원은 의료 개혁의 출발점”이라면서 “늘어난 정원 2000명을 지역거점 국립의대를 비롯한 비수도권에 중점 배정하고, 소규모 의대 정원 증원을 통해 지역, 필수 의료 강화를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고 덧붙였다.

중대본서 중수본 격하… ‘조건 없는-기탄 없는-진정성 있는 대화’ 제안 

이날 중수본 회의와 브리핑 역시 동일한 취지의 정부 방침을 논의해 발표했다. 정부는 전날인 25일까지도 의사 집단행동 사태에 대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회의를 진행했으나, 이날부터 특별한 고지 없이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로 대응 단계를 낮췄다.

브리핑을 진행한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은 의료계에 △조건 없는 대화 △기탄 없는 대화 △진정성 있는 대화를 제안하며 이에 참여할 것을 촉구했다.

박 차관은 “정부는 보다 적극적인 의료계와의 대화를 통해 지금의 갈등 상황을 수습해나가려 한다”면서 “의료계에선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의대 교수님들께서는 사직서를 내지 마시고 학교와 병원을 지켜주시기 바란다”면서 “정부는 여러분들의 의견을 경청하고 더 나은 제안에 대해서는 정책에 적극 반영하겠다”고 설득했다.

26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 중인 보건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사진=뉴스1]
5월까지 의대 증원 마무리… “숫자보단 결정 근거가 중요”

다만, 의대 2000명 증원을 비롯한 의료개혁 정책은 정부가 그대로 진행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시사하기도 했다. 박 차관은 “국민 여러분께 말씀드린다. 의사 증원을 포함한 의료개혁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흔들림이 없다”면서 “정부는 국민 여러분께 약속드린대로 의료개혁을 차질 없이 마무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정부가 2000명에 대한 생각이 확고한 건, 여러 가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정부가 제시한) 과학적 근거보다 더 설득력 있고 더 합리적인 근거가 있다면 당연히 그거에 따라야 되지 않겠나 생각을 한다”고 덧붙였다.

의대 증원 후속 조치도 5월 내 마무리 짓는다. 급격한 대규모 증원에 따른 부실 의학교육 우려에 대해선 향후 의료계와의 대화와 29일 교육부의 현장점검 등을 통해 보완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다만, 박 차관은 의료계가 정부와의 대화를 위해 2000명 증원의 철회 혹은 보류를 요구하고 있다는 점을 의식한 듯 “소모적인 논쟁을 그치고 건설적인 논의를 함께 해 나가자”고 당부하기도 했다.

3월 복귀 전공의 처벌 불가피…유연한 처분은 협의 중

현 사태의 또다른 쟁점인 이탈 전공의에 대한 처벌 문제에 대해서도 모호한 입장을 전했다. 지난 24일 여당(국민의힘)과 대통령실의 지시에 따라 ‘유연한 처분’이라는 방침을 얘기하면서도 구체적인 방안에는 말을 아꼈다.

박 차관은 “유연한 처분에 대해서 아직 명확하게 아무 것도 결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3월에 (전공의가) 돌아오더라도 처벌이 불가피하다는 원칙도 현재로선 변함이 없다”면서 “유연한 처분에 대해선 아직 당과 협의 중이고 의료계와의 대화도 이뤄져야 좀 더 분명하게 정할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박 차관은 “저희(정부)는 원칙적인 법 집행을 강조하면서도 막후에선 많은 대화 노력을 했다”며 “중재자 역할을 하시는 분들을 통해서도 대화 분위기가 조성됐기 때문에 다행스럽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간 의학한림원과 의학교육평가원, 여러 의학회, 서울대 의대 등 전국 의대 교수 비상대책위원회와 전국의대교수협의회(전의교협) 등의 대화 중재 노력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박 차관은 재차 전공의의 현장 복귀를 촉구하며 의대 교수들도 이들에 대한 설득에 나서달라고도 촉구했다. 전공의 근무 여건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제시해 줄 것도 요청했다.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병원 대한의원에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 등과 관련해 유홍림 서울대 총장 등과 간담회를 하기 위해 들어서고 있는 한덕수 국무총리 [사진=뉴스1]
26일 오후 2시 한덕수 총리 간담회…의료계 참여자 미정

이날 오후 2시 한덕수 국무총리는 서울대병원을 방문해 의료계와 간담회를 진행한다. 정부가 의료계와의 전면적인 대화를 천명한 직후 첫 대화 행보다.

이날 간담회에선 의료계가 그간 요청하던 대화협의체 구성과 관련한 실무 작업에 돌입할 것으로 풀이된다. 향후 양측의 대화 의제나 장소, 시간 등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날 오전까지 의료계의 간담회 참여자는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사전 안건 역시 조율 중이다. 정부에선 한 총리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간담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최지현 기자
    임종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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