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정부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의료계와 ‘소통’ 시작하나?

윤석열 대통령, 2월 의대증원 발표 이후 첫 병원 방문

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이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방문해 의료진 간담회를 개최했다. 윤 대통령이 간담회에 참석한 이병섭 신생아과  교수와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은 박승일 병원장. [사진=대통령실]
의대 2000명 증원으로 의정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직접 대형병원을 방문하고 현장 의료진과 간담회에 나섰다. 정부가 지난 2월 의대 2000명 증원을 골자로 하는 의료개혁 대책 발표 이후 대통령의 첫 병원 방문이다.

대통령실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은 18일 오전 서울아산병원 어린이병원을 찾았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과 관련해 의료계 설득에 직접 나섰다.

이날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정부를 믿고 대화에 나와 달라”고 요청했다. 이어 “의사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의료 질 저하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라면서 “의료개혁 완수를 위해 어떤 부분이 부족하고 개선이 필요한지 현장을 가장 잘 아는 의사와 간호사 여러분들이 의견을 줘야 한다”고 당부했다.

아울러, 정부가 2000명의 대규모 증원안을 고수한다는 의료계에 대한 설득의 메시지도 내놨다. 윤 대통령은 “증원을 단계적으로 하자는 의견도 있지만, (오랜 시간에 걸친 단계적 증원은) 정치적 리스크 때문에 역대 정부들이 엄두를 내지 못해 너무 늦어버렸다”면서 “매번 이런 진통을 겪을 수는 없지 않겠느냐”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고령화 등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의료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의료인력의 확대가 필수적”이라면서 이에 반발하는 의료계엔 “증원 수를 조정하지 않으면 대화에 응할 수 없다고 고수하지 말고 미래를 내다보고 후배들을 설득해 달라”고 호소했다.

비상진료체계 관련 현장 목소리 청취

이날 간담회에선 윤 대통령은 비상진료체계 유지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해당 간담회에 참석한 의료 관계자들은 의료 현장의 애로사항을 지적하며 다양한 건의사항을 전달했다. 대통령실은 “이날 간담회가 당초 예정된 시간의 2배 넘는 시간 동안 계속됐다”면서 “대통령은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의료진들과 충분한 시간을 갖고 대화를 이어나갔다”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론 △군의관의 제대 전 전임의 조기 복귀 허용 △소아진료 분야의 인력난 해소와 늘어나는 적자 구조에 대한 근본적인 개선 필요성 △소아 외과에서 어린이 특성에 맞는 중증도 평가기준 마련 필요성 △고위험 임산부 증가 등에 따른 고위험 분만수가 현실화 필요성 △태아진료센터 지원 △간호사 업무 범위의 제도적 명확화 등이다. 이 중 윤 대통령은 군의관의 조기 복귀와 소청과 및 산부인과에 대한 정책지원수가 확대 등에 대한 신속한 검토를 약속했다.

18일 오전 윤석열 대통령(가운데)이 서울아산병원에서 열린 의료진 간담회에서 한덕수 국무총리(왼쪽)과 복지부 조규홍 장관에게 당부 사항을 전달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윤 대통령은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필수 의료와 중증 진료 분야는 국가 안보와 마찬가지로 중요하다”면서 “국가 안보를 위해 쓰는 재정을 아까워해서는 안 되듯이 국민 생명을 위해서도 예산을 아끼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어 “어려운 여건 가운데 소아청소년과, 산부인과를 비롯한 필수의료 분야에서 환자를 위해 애써주고 있어 국민을 대표해 정말 감사드린다”면서 “필수 분야 의료인력 확충, 의료수가 현실화 등을 통해 필수 분야 의료진들이 마음 놓고 보람을 느끼며 일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앞서 이날 오전 중대본 회의를 주재한 보건복지부 조규홍 장관은”18일 서울 주요 5개 병원 병원장 간담회 개최하고 내일(오는 19일)은 국립대 병원장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라고 말한 바 있다. 다만, 해당 발언에서 윤 대통령의 참석 여부는 언급되지 않았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아산병원 박승일 병원장, 이제환 진료부원장, 박수성 기획조정실장, 고태성 어린이병원장 등이 참석했고, 정부에선 한덕수 국무총리, 복지부 조규홍 장관, 대통령실 성태윤 정책실장 등이 동석했다.

2000명 증원 규모 입장의 미묘한 변화…의료계와 대화 시작하나?

대통령이 국내 대표 병원을 전격 방문한 데 앞서 2000명 의대 정원 문제를 둘러싼 미묘한 태도 변화가 포착됐다.

18일 오전 대통령실 장상윤 사회수석비서관이 라디오에 출연해 “의료계가 객관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2000명 의대 정원 논의에도 열려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사실상 처음으로 의대 증원 규모를 협의할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 것이다.

이후 복지부 박민수 제2차관 역시 중대본 브리핑에서 “의료계가 2000명보다 더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한다면 논의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면서도 “다만 정부는 2000명 증원에 대해 확고하고 변함이 없다”고 언급했다.

    최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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