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의국 ‘입퇴국식’ 사라져”…대한민국 의료사 최초

[박효순의 건강직설]

서울의 한 의과대학 부속 건물 모습. [사진=뉴스1]
대학병원 의료진으로는 크게 교수와 전공의가 있다. 의사 국가고시에 합격한 의대생들이 특정 진료과 소속 없이 수련의(인턴) 1년을 마치면 자신이 원하는 진료과에서 전공의 과정(3∼4년)을 거쳐 전문의가 된다. 교수들의 소속은 교실(의과대학 개념)이고 전공의들의 소속은 의국이다.

대학병원의 각 의국의 큰 행사 중 하나가 입국식·퇴국식(입퇴국식)이다. 입퇴국식을 시작으로 새로운 한 해가 시작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통 2월에 하게 되는 이 행사에는 새내기 전공의, 수련 중인 전공의, 수련을 마친 전공의, 교수진, 개원가 선배 등 수십 명이 참석한다. 새로 전공의를 시작하는 신입 전공의를 축하하고 수련 과정의 무사함을 기원하며, 전문의 자격증을 취득한 전공의들의 전도양양한 앞날을 빌어 준다.

현재 국내 전문과목이 26개이니 수련병원별로 최대 26개 의국에서 입퇴국식을 갖는다. 그래서 병원 주변 식당들은 2월에 반짝 성수기를 맞기도 한다.

그런데 올해는 입퇴국식이 사라졌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이 대부분 사직서를 제출하고 근무지를 떠나면서 원초적으로 입퇴국식을 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의료사에서 처음 빚어지는 일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심각할 때도 입퇴국식은 중단되지 않고 간소하게나마, 혹은 온라인 비대면으로라도 열렸다. 이는 입퇴국식이 갖는 전통성과 의미가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한 대학병원의 A병원장은 입퇴국식이 사라진 작금의 의료현실에 ‘과연 희망은 있는가?’ 반문했다. 단테의 ‘신곡’에 보면, 지옥의 문에는 이렇게 쓰여 있다. “여기 들어오는 너희는 모든 희망을 버려라!” A병원장은 “단테가 묘사한 것처럼 ‘희망을 꿈꿀 수 없는 곳’이 한국의료의 현실이며 미래”라고 진단했다.

3월 입사 예정인 수련의(인턴)들도 임용을 포기하면서 의국의 불은 꺼져간다. ‘빅5’ 병원에 속하는 B병원의 경우 올해 입사하는 인턴이 총 5명이다. 계열 병원 등에서 나눠 수련하기 때문에 병원당 1∼2명에 그친다. 사정은 다른 병원들도 비슷하다. 전공의 선배들이 없는 상태에서 이들을 어떻게 근무시켜야 할지에 대해 병원 집행부는 고민에 빠졌다.

대부분의 전공의 수련병원에서 ‘의료대란’의 빨간불이 켜졌다. 서서히 병원계 전체로 도미노가 일어날 조짐이다. 정부는 보건의료 재난경보 단계를 최상위인 ‘심각’으로 올리고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 차원에서 대응에 나섰다. 교수들도 더 이상 가만히 있지 않는다. 제자들에 대한 부당한 처벌이 현실화하면 스승으로서 절대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사태가 더 악화할 것이 자명하다. 하지만 위기는 기회이다. 희망을 버려야 할 때는 아직 아니다. 부디 주말주초(이번 주말∼다음 주초)의 골든타임을 놓치지 말기를! 한국의료의 백년대계를 위한 새로운 ‘희망의 사과나무’가 심어지기를 기원한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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