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암, 면역체계 속여 치료…‘트로이 목마’ 전술 활용?

환자 세포를 ‘트로이 목마’로 이용, 면역체계 속이고 약물을 종양으로 유도

그래픽으로 구현된 폐를 들고 있는 의사
폐암은 치료하기가 쉽지 않다. 치료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항암화학제의 약물전달시스템에 ‘트로이 목마’ 전술을 활용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폐암에 대한 항암화학요법에서 환자 세포를 ‘트로이 목마’로 이용해 면역체계를 속이고 항암제를 종양으로 유도하는 방법이 개발됐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텍사스대(UT) 연구팀은 폐암의 치료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화학항암제를 직접 운반해 암세포를 죽이는 약물전달시스템을 개발해냈다고 밝혔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키타이 T. 응우옌 석좌교수(알링턴 캠퍼스, 생명공학)는 “환자 자신의 세포 물질을 트로이 목마처럼 이용해 표적 약물(Payload)을 폐암 세포로 직접 운반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과정에는 암 환자로부터 면역세포의 일종인 T세포를 분리해 암세포를 표적으로 하는 특정 수용체를 발현하도록 변형하는 과정이 포함된다”고 덧붙였다.

폐암은 가장 흔한 형태의 암은 아니지만 가장 치명적인 암 중 하나다.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수술, 방사선 치료, 화학요법 등 치료에도 폐암 환자의 약 4분의 1만이 진단 후 5년 이상 생존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180만 명 이상이 폐암으로 숨진다. 국내서도 매년 약 3만 2천명이 새로 폐암 진단을 받는다. 폐암은 국내 전체 사망 원인의 26%(2021년 기준)로 사망률 1위다. 인구 10만 명당 폐암 사망률은 36.8명이나 된다.

연구팀에 의하면 이번에 개발한 새로운 시스템(기술)의 중요한 단계는 변형된 T세포에서 세포막을 분리하고 세포막에 항암제를 넣은 뒤, 작은 약물전달 과립에 코팅하는 것이다. 이 나노 입자는 머리카락 한 가닥의 약 100분의 1 크기다. 이처럼 막으로 코팅된 나노 입자를 환자에게 다시 주입하면 세포막이 나노 입자를 종양 세포로 정확히 안내한다. 세포막이 충실한 가이드 역할을 한다. 이 접근법은 코팅된 나노 입자가 면역 세포의 특성을 모방해 환자의 면역체계를 감쪽같이 속이고 몸에서 탐지되거나 제거되지 않게 설계됐다. 이 시스템은 종양 세포에 화학항암제를 직접 전달함으로써 건강한 조직의 손상을 최대한 막아준다.

연구팀은 나노 입자에 항암제 시스플라틴을 탑재했다. 막으로 코팅된 나노 입자는 다른 부위보다 종양이 있는 부위에 더 많이 축적됐다. 그 결과 이 표적 전달 시스템은 대조군의 종양 크기를 줄여 그 효능을 입증했다. 연구팀은 “이 방법의 최대 장점은 해로운 부작용과 환자의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지는 종전 화학항암요법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연구 결과(Targeted chemotherapy via HER2-based chimeric antigen receptor (CAR) engineered T-cell membrane coated polymeric nanoparticles)는 ≪바이오 활성물질(Bioactive Materials)≫ 저널에 실렸고 미국 건강의학매체 ‘메디컬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소개했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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