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필 넣었나?” 코에 필러 맞았는데 40년 전 스타일…왜?

[박준규의 성형의 원리]

높은 콧대가 아름답다는 것이 그리 보편적인 시각은 아닙니다. 서양에서 발전해 온 현대적 코 성형술의 주류는, 오히려 큰 코를 작게 만드는 것입니다. ​ [사진=게티이미지뱅크]
한국인의 코는 그리 높은 편이 아닙니다.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우리에게 콧대는 단순히 얼굴 부위 이상의 이미지를 갖습니다. ‘콧대 높은, 콧대가 센, 콧대를 꺾다’ 같은 표현에서 드러나듯 우리말에서 콧대는 자존심, 체면 등을 나타냅니다. 또한 콧대가 높은 것 그 자체가 아름다움의 상징으로 인식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조금만 낮았어도 세계의 역사가 바뀌었을 것이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실제 사료에 따르면 역사를 바꾼 것은 클레오파트라의 ‘미모’가 아니라는 근거들이 많지만) 그 신빙성 여부는 논외로 하더라도 이 말이 전하려는 바를 우리는 어려움 없이 이해합니다. ‘콧대가 높으면 아름답다’라는 전제를 쉽게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높은 콧대가 아름답다는 것이 그리 보편적인 시각은 아닙니다. 서양에서 발전해 온 현대적 코 성형술의 주류는 오히려 큰 코를 작게 만드는 것입니다. ​

개인적으로는 전공의 시절 첫 코 수술을 앞두고, 세계적인 코 수술 명의의 책을 읽으며 크게 당황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책에 보형물로 콧대를 높이는 내용은 채 두 페이지가 되지 않았던 것입니다.

5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에 보형물로 콧대를 높이는 내용은 채 두 페이지가 되지 않습니다.

클레오파트라의 코에 대해 이야기한 파스칼의 ‘팡세’ 원저 내용을 봐도, 코의 높이는 언급되지 않습니다.

Le nez de Cléopâtre s’il eût été plus court toute la face de la terre aurait changé. (If Cleopatra’s nose had been shorter, the whole face of the earth would have changed. 클레오파트라의 코가 좀 더 짧았다면 세계의 형세는 바뀌었을 것이다)

반면, 동양인의 코 수술은 낮은 코를 높게 만드는 것이 단연 주류입니다. 아예 학문적 기반이 다르다고 할 수준처럼 느껴집니다.

우리나라 신문에서 ‘코 성형’ 대한 내용이 처음 검색되는 것은 1955년 경향신문으로, ​​독자들의 다양한 질문에 ‘유관자’ 라는 이름으로 답해주는 ‘경향쌀롱’ 코너였습니다. 그 내용을 보겠습니다.

문:

저는 십구 세의 시골 청년입니다.

눈과 눈 사이의 ‘콧대’가 납작하고 펑펑하여

꼴불견입니다. 콧대만 높으면 다른 데는 흠잡을 데가 없읍니다.

높게 하는 방법이 있으면 알으켜주시압. (전북 – 코보생)

답 :

안심하시오. 성형외과에 가서 수술하면 높게 됩니다.

높게 된 후에 흠잡을 데 없는

미남자라고 하여 뻐기지 않도록.

높아진 후에도 당신의 콧대는 본시 납작하고

펑펑했다는 것을 잊어버리지 말도록 하시오. (유관자)

​1955년에는 성형외과 전문의도 없었으며, 실리콘 삽입물이 FDA 승인을 받은 것은 1960년대 중반이었습니다. ​당시는 병원에서도 ‘파라핀’같은 이물질을 사용하곤 했습니다. 소위 ‘야매’라고 불리던 불법 시술들도 이렇게 콧대에 이물질을 넣는 방식으로 이후 오랜 세월 수많은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성형외과가 생기고, 전문의들에 의해 시행된 한국인의 코 성형술 역시, 초창기엔 이렇게 보형물로 콧대를 높이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 보형물로 콧대를 높이는 수술 후에는 파라핀 등 이물질 주입에서 발생하던 많은 문제들이 거의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렇지만 보형물로 콧대만 높이는 이런 방식의 수술은 어색한 모양 때문에 ‘분필코’, ‘아바타’ 등으로 불리며, 요즘은 거의 시행되지 않습니다.

콧대를 높이면 코가 높아질 것 같지만, 역설적이게 코는 낮고 길어집니다.

그런데 이런 어색한 코가 요즘 다시 증가하는 느낌입니다. 그 이유는 ‘코 필러’에 있습니다.

필러로 콧대를 높여 길고 어색한 코.

자연스럽게 코가 높아지기 위해서는 콧대와 코끝의 균형이 중요합니다. 그런데, 코끝을 자연스럽게 높이기 위해서는 필러가 아닌 수술이 필요한 경우가 많습니다.

전문의 자격 없이, 시술을 주로 하는 ‘미용 클리닉’등에서는, 수술이 필요한 경우에도 코끝은 그냥 두고, 콧대만 필러 시술로 높이는 경우가 흔합니다.

그 결과로 탄생하는 것이, 미간에 필러를 넣은 옛날식의 긴 ‘분필코’입니다. 40~50년전에나 보던 어색한 모습의 코를 다시 보게 되는 2024년입니다.

    박준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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