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파업, 처벌 강도 얼마나?…강대강 대치에 검경도 합세

업무개시명령 위반과 담합행위 등 위법 인정 초점...의약분업 파업 당시 판례가 쟁점

지난 20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2024년도 긴급 임시대의원총회 모습. [사진=뉴스1]
의대 증원 정책을 놓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의료계의 진료거부 움직임을 파업으로 규정하고 강경한 법적 대응을 예고했으나, 법조계에선 법리 적용과 처벌 강도에 대한 해석이 엇갈린다.

강대강 대치에 검경도 합세… “적용 가능한 모든 법률과 사법 조치 강구”

정부는 21일 행정안전부와 법무부, 대검찰청, 경찰청 등이 함께 ‘의료계 집단행동 대책 회의’를 열고 이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행안부 이상민 장관은 “필요한 경우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등 법령에 따른 강제수사 방식을 활용해 신속하게 수사하고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대한 위험을 조기에 차단하겠다”고 강조했다. 법무부 박성재 장관 역시 “적용 가능한 모든 법률과 사법 조치를 강구해 책임을 물을 예정”이라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각 병원을 대상으로 ‘필수의료 유지명령’과 함께 △전공의를 대상으로 ‘진료유지명령’을 발령했다. 진료복귀 및 업무개시명령, 집단행동 및 교사 금지는 의료법 59조에 따른 것이다. 이를 어기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이 처해진다. 의료법 제66조 제1항 제10호에 따라 1년 범위 안에서 의사면허 정지 처분(5년 내 재교부 금지)도 가능하다.

형법상 업무방해죄 또는 교사·방조죄가 적용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또한, 정부는 의사 직군의 집단행동에 대해 의료행위의 담합행위 적용 가능성을 놓고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와 공정거래법 검토도 고려 중이다. 병무청은 사직서를 제출한 병역 미필 상태의 전공의에 대한 해외 출국을 일부 제한했다. 이전에 없던 규정은 아니지만, 대체로 제출이 생략됐던 복지부 등 소속기관장의 국외여행추천서를 확인하겠다는 이유에서다. 휴학계를 낸 의대생도 병역준비역으로 분류할 예정이다.

지난 19일에는 복지부가 ‘단체행동 교사 금지 명령’을 위반한 혐의로 대한의사협회 지도부인 김택우 비상대책위원장과 박명하 조직위원장의 의사면허 정지 행정처분에 사전 통지한 상태다. 이에 21일 의협 주수호 비대위 홍보위원장은 “정부의 전공의 기본권 탄압은 이성을 상실하는 수준으로 번지고 있다”며 “대한민국이 무리한 법 적용 남용이 가능한 독재국가인 줄 몰랐다”고 비난했다.

지난 17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관에서 열린 의대정원 증원 저지 의협 비상대책위원회의 모습. 왼쪽부터 의협 박명하 조직위원장, 김택우 비대위원장, 주수호 언론홍보위원장. [사진=뉴스1]
의약분업 파업 당시 판례가 쟁점… “적용에 이론(異論) 있다”

관련 법리 적용 가능성을 놓고 법조계에서도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특히, 쟁점이 되는 것은 2000년 의약분업 파업에 대한 대법원 판례다. 업무개시명령 위반과 담합행위 등을 모두 인정한 사례기 때문이다.

당시 의협 김재정 회장과 신상진 의권쟁취투쟁위원장, 한광수 서울시의사회장 등 9명에게 △담합행위 △업무개시 명령위반 △수련병원 업무방해의 죄명을 인정해 유죄 판결을 확정했다. 특히 해당 판결은 당시 단체활동에 참여하지 않았어도 공정행위에 반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미래를생각하는의사모임 박지홍 사무국장은 변호사 단체 ‘아미쿠스 메디쿠스’의 법률 자문 의견을 전했다. 이들 단체는 현재 서울대병원, 분당서울대병원, 가천대길병원, 건국대병원 전공의 비상대책위원회의 법률 지원을 맡고 있다.

박 사무국장은 “향후 정부가 적용한 법률 조항을 확인해야겠지만, △단체행위에 의한 담합과 △영업행위 방해 등을 쟁점으로 예상한다”면서 “두 가지 모두 법리 적용에 이론(異論)의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우선 단체행위에 의한 담합과 관련해선 전공의협의회나 의협 등이 정말 강제적인 권한을 갖는지 반문했다. 현재 전공의 개인은 타인에게 강제로 사직이나 업무 중단 강요받은 것이 아닌 각자의 결정에 따른 것이란 주장이다. 또한, 전공의협의회 등 단체 역시 이에 동참하도록 물리적 폭력 등의 위력을 가했거나 금전적 불이익 혹은 의사면허에 영향을 주는 등의 강제적 권한도 없단 설명이다

박 사무국장은 “공정거래법의 영업방해와 관련해선 의료계의 다른 의사들에게 피해를 줬다는 논지”라면서 “이는 상업 활동을 하는 사업주를 위한 법리에 가깝기에 피고용인인 전공의나 봉직의, 개별 의료행위로 이익을 내는 개인사업자인 개원의 등을 대상으로 법리를 적용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답했다.

한편, 단체행동에 대해선 “개인의 사유로 같은 시기에 발생한 다수의 개별 사직사례를 단체활동으로 볼 수 있는가”라며 “행정부의 유권 해석은 가능할 수 있어도 법리적으론 따져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례로 이미 충분… “정부의 수사·처벌의지 중요”

의료소송 전문가인 신현호 변호사(법무법인 해울)는 법리적 해석에 이론의 여지가 없다는 입장이다. 의약분업 당시 판례에 이미 쟁점 사안을 모두 충분히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신 변호사는 “이미 판례를 통해 법리적 결론이 났음에도 그간 이를 적용하지 않았던 것은 의사 집단의 반대에 경찰 수사가 유야무야했기 때문”이라면서 “경찰과 검찰의 수사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 전공의가 사직으로 더 이상 고용된 신분이 아니기에 업무개시명령 등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주장에도 반박했다. 신 변호사는 “민법에 따르면 근로자가 그만두겠다고 한 뒤에도 한 달까지는 고용계약 효력이 있기 때문에 업무개시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이번 사태에서 정부의 강경한 대응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크다. 보건복지부 관료 출신인 연세대 보건대학원 정형선 교수가 대표적이다.

정 교수는 “지금 우리나라의 의료 문제를 그나마 대응할 수 있는 부분은 의대 증원뿐”이라면서 “이전에는 정부가 물러나기를 반복해 문제 해결이 안 됐지만, 이번에는 물러서지 않고 반드시 관철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의사 집단의 전면 파업에 대비할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의료법이 의사 직군에 제한하고 있는 의료행위 일부에 대한 자격 완화 방안도 근래 검토됐기 때문이다. 임상 간호사(PA 간호사)가 대표적이다.

2000년 의사파업을 유발했던 의약분업을 일시 중지하는 방안도 거론되고 있다. 만성질환자나 장기 치료제 처방 환자의 약물 치료 보장을 위해서다. 해당 환자와 약물을 중심으로 의사 직군에게 독점적으로 맡겨진 처방권을 일시적으로 약사에게 허용하자는 주장이다.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계 집단행동 관련 관계부처 합동브리핑 모습. 왼쪽부터 윤희근 경찰청장, 행정안전부 이상민 장관, 법무부 박성재 장관, 대검찰청 신자용 차장검사. [사진=뉴스1]
    최지현 기자

    저작권ⓒ 건강을 위한 정직한 지식. 코메디닷컴 kormedi.com / 무단전재-재배포, AI학습 및 활용 금지

    댓글 0
    댓글 쓰기

    함께 볼 만한 콘텐츠

    관련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