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광에 염증도?”…몸속 대장균 ‘이것’ 못하면 병 생겨

대장균, 세포 표면에서 '셀룰로스' 못 만들면…독성 강한 유해균으로 변신, 패혈증 방광염 원인

방광염 등 요로감염과 패혈증, 뇌수막염 등은 모두 해로운 대장균(병원성 대장균)에 감염돼 발생한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박테리아의 일종인 대장균이 세포 표면에서 셀룰로스(섬유소)를 만들지 못하면 독성이 강해져 심각한 병을 일으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호주 퀸즐랜드대 연구팀은 사람의 병을 재현한 실험 모델에서 이같이 나타났다고 밝혔다. 일부 대장균은 사람에게 심각한 병을 일으키는 반면, 일부 대장균은 인체에 해롭지 않다. 즉 대장균에는 몸에 좋은 유익균과 몸에 나쁜 유해균이 있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장균 중 셀룰로스를 생산하지 못하는 박테리아는 독성이 더 강해지고 간, 뇌, 비장 등으로 널리 퍼져 이들 장기를 감염시킨 뒤 심각한 병을 일으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로운 대장균(병원성 대장균)이 일으키는 병으로는 치명적인 패혈증, 어린이 뇌수막염, 방광염 등 요로감염 등을 꼽을 수 있다.

대장균은 항생제 내성과 관련 있는 가장 대표적인 병원균이다. 2019년에만 전 세계적으로 약 500만 명이 박테리아 항생제 내성으로 사망했다. 그 가운데 80만 명 이상이 대장균 때문에 숨졌다.

연구의 책임 저자인 마크 스켐브리 교수(분자생명과학연구소)는 “대장균이 돌연변이를 일으켜 셀룰로스를 생성하지 못하면 독성이 강해진다. 일부 대장균이 치명적인 병을 일으키는 반면, 일부 대장균은 인체에 해를 끼치지 않고 장에서 사는 이유를 알 수 있다”고 말했다.

대장균 박테리아(E. coli bacteria) 중 돌연변이로 세포 표면에 셀룰로스(섬유소)를 만들지 못하는 대장균 박테리아는 ‘악마’로 표변해 패혈증 등 각종 치명적인 병을 일으킨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박테리아는 세포 표면에서 숙주의 면역체계를 자극하거나 약화하는 물질을 많이 만들어낸다. 연구팀은 “우리가 확인한 돌연변이는 대장균이 세포 표면에서 탄수화물의 일종인 셀룰로스를 만드는 걸 막았고, 이 때문에 장에서 염증이 증가했다. 그 결과 장의 장벽이 무너지면서 박테리아가 몸 전체로 퍼질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에 의하면 박테리아가 장내의 한 부위에서 다른 부위로 어떻게 퍼지는지 알면 감염 예방에 도움이 된다. 또한 특정 유형의 대장균이 더 위험한 이유, 독성이 강하고 침습적인 다양한 유형의 박테리아가 왜 나타나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연구의 공동 저자인 자나 부코비치 부교수(의생명과학)는 “전 세계적으로 모든 항생제에 내성을 가진 슈퍼버그의 위협이 증가하고 있다. 이 감염 경로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방법을 찾는 게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슈퍼버그는 강력한 항생제에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다. 이번 연구에는 호주 그리피스대도 참여했다.

이 연구 결과(A convergent evolutionary pathway attenuating cellulose production drives enhanced virulence of some bacteria)는 국제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에 실렸다.

    김영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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