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6년 된 뇌기능개선제가 갑자기 조명받는 까닭

일동제약 사미온 [사진=약학정보원]
국내에 선보인 지 40년도 더 된 뇌기능개선제 니세르골린 제제가 다시 관심을 모으고 있다. 다른 여러 뇌기능개선제들이 대거 퇴출되자 대체 제품으로 떠오르면서 품목허가가 잇따르고 있다.

의약품안전나라에 따르면 이연제약 ‘니세콜정’ 30밀리그램(mg)이 20일 품목허가를 획득했다. 니세르골린 제제 5mg과 10mg은 ▲뇌경색 후유증에 수반되는 만성뇌순환장애에 의한 의욕 저하의 개선 ▲노인 동맥경화성 두통 ▲고혈압의 보조요법에 효과가 있다. 30mg은 일차성 퇴행성 혈관치매 및 복합성 치매와 관련된 기억력 손상, 집중력 장애, 판단력 장애 등의 일차적 치료에 사용된다.

이연제약이 품목허가를 따내면서 올해 니세르골린 제제의 품목 허가 건수는 총 11건으로 늘어났다. 1월 현대약품이 ‘니세린정’의 품목허가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총 4개 품목이 허가를 받았고, 2월에는 ‘대웅바이오니세르골린정’, ‘동화니세르골린정’ 등 7개 약이 품목허가를 받았다.

사실 니세르골린은 국내에 들어온지 46년 된 약물이다. 1960년대 화이자가 개발했고, 일동제약이 1978년 ‘사미온정’으로 국내에 처음 도입했다. 그 후 일양약품, 한국유나이티드제약, 명인제약 등이 시장에 진입했지만, 하나 둘 철수하면서 사미온이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했다.

이런 니세르골린이 다시 재평가를 받고 있는 것은 뇌기능개선제들의 임상재평가와 관련이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지난해 ‘옥시라세탐’과 ‘아세틸엘카르니틴’ 성분이 뇌기능 개선 효과를 입증하지 못하면서 시장에서 퇴출됐고, ‘콜린알포세레이트’도 임상재평가 수순을 밟고 있기 때문이다.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는 당초 ▲뇌혈관 결손에 의한 2차 증상 및 변성 또는 퇴행성 뇌기질성 정신증후군 ▲감정 및 행동변화 ▲노인성 가성우울증 등 3개 적응증을 보유했다. 하지만 임상재평가 추진 과정에서 첫번째 적응증을 제외한 2개가 삭제됐고, 경도인지장애에 대한 재평가 임상도 진행되고 있다. 아울러 2020년 보건복지부가 치매 진단을 받지 않은 환자의 콜린알포세레이트제제 약값 부담금을 30%에서 80%로 높이면서 제약사와 소송전도 이어지고 있다. 급여 축소는 보류된 상황이다.

물론 니세르골린이 콜린알포세레이트를 완벽하게 대체할 수는 없다. 그렇지만 니세르골린 적응증이 콜린알포세레이트 제제가 주로 처방됐던 경도인지장애, 인지 저하 등의 적응증과 유사해 대안으로 떠오르는 분위기다.

게다가 니세르골린의 시장성 자체도 나쁘지 않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큐와이리서치(QYResearch)에 따르면 전세계 니세르골린 시장 규모는 2023~2029년 연평균 16.6% 성장해 23억5470만달러(약 3조14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알츠하이머, 동맥고혈압, 뇌혈전증 등의 수요가 확대되면서 니세르골린 시장도 확대될 것이란 분석이다.

실제 고령화 진행이 빨라지면서 국내에서도 뇌혈관 질환 환자 수가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뇌혈관질환 환자 수는 2018년 96만명에서 2022년 117만명으로 21% 가량 증가했다. 60세 이상 치매 환자는 지난해 처음 100만명을 넘어섰고, 2030년 142만명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콜리알포세레이트 등 뇌기능개선제를 가진 제약회사들이 처방 공백 없이 환자에게 다양한 약을 제공하기 위해 라인업을 확장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제도적인 영향과 더불어 중추신경계 질환 시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니세르골린 시장 자체가 커지는 것일 것”이라고 말했다.

    천옥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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