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출산·육아, 국가 몫 크게 늘어야

[박효순의 건강직설]

15일 오전 베이비페어에서 관람객들이 유아용품을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스1]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COEX)에서 15∼18일 열리고 있는 임신·출산·육아 박람회(베이비 페어) 전시장을 17일 오후에 둘러보았다. 국내외 임신·출산·육아·교육·체험·건강 관련 180개 업체 35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한 전시회인데, 유모차에 아이를 태우고 전시장을 찾은 젊은 부부들의 모습이 눈에 많이 띄었다.

업체의 제품 전시뿐 아니라 임신·출산을 앞둔 여성의 건강과 아이 양육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교육·체험 부스가 다양하게(20여 가지) 마련돼 관심을 끌었다. 먹이고 닦이고 보살피고 재우는 데 필요한 최신 장비들이 관람객들의 발길을 모았다. 국내 유일의 보건복지부 지정 소아청소년과 전문병원은 자체 개발한 어린이용 건강제품과 영양제들을 출품하기도 했다.

전시장의 다양한 제품을 살펴보고 육아 시스템에 대한 설명을 들으면서 아이를 한 명 키우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는 사실을 새삼 실감했다. 남녀가 결혼하고 여성이 임신하고 출산하는 과정이 ‘인고(忍苦)의 강’을 건너는 것과 같은 현실 속에서 ‘금이야 옥이야’ 기르기 위해서는 정성과 시간, 특히 ‘경제력이 뒷받침되지 않고는 어렵겠구나’ 하는 자각이 들었다.

한국은 가임기 여성이 아이를 낳을 가능성을 따지는 합계출생률(합계출산율) 기준 세계적인 초저출산국으로 꼽힌다. 2023년 2분기와 3분기 합계출생률은 각각 0.7명으로 역대 최저치를 찍었다. 일반적으로 한 나라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유지할 수 있는 합계출생률은 약 2.1명으로 제시된다. 게다가 한국은 초고령사회(65세 인구 비율 20% 이상)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다.

초저출산·초고령사회는 다양한 방면에서 사회적 부담이 가중되고 국가의 쇠락마저 일어날 수 있는, 그야말로 국가 사회적 위기의 시대가 아닐 수 없다. 일부에서 여러 특별한 지원책들이 나오고 있지만 이는 조족지혈, ‘언 발에 오줌 누기’에 불과하다. 훨씬 근치적인 국가적 대책이 필요하다. 아이를 낳아서 키우는 일에 사회와 국가의 몫이 더 늘어나야 할 것이다.

이번 전시회에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유모차나 전동차가 출품됐다. ‘아이를 고급스럽게 키우고 싶은’ 부모들의 열망을 부추기기에 충분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그러나 이런 값비싼 물건보다 아이들에게 더 중요한 것은 임신기간부터 태어나고 성장하기까지 질병을 극복하고 건강하게 자라는 것이다. 임신과 출산, 그리고 성장 과정의 의료 및 건강 문제에 정부와 사회의 관심과 지원이 더 늘어나기를 바란다.

    박효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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